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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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들

박금수
등록일 2024-01-05 16:36:02 | 조회수 182
1980년의 봄이 오기 전 멈춰버린 시대에 울려 퍼진
소월의 노래가 그리워
버드나무 가지 위에 오늘도 사연을 적어본다.
실버들이 겨울 바람에 하늘 거리며
천만사로 인생사 사연을 배틀에 짜노라면
어디선가 자동차 엔진소리가 수 천년전 수양제의 출정 소식을 전하려는 듯
24년 새해를 휘감고 돈다.

수양제가 심은 황하에 버드나무는 수양버들이 되어
세상을 구비구비 돌고 돌아도 이 세상에 남았 듯이
가지 많은 사연은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무시로 지나가는 실개천에도 강가에도 버드나무 장성만 남아
유구한 세월을 담아내며 하늘거리는 모습이
뭐 그리 연연하느냐 투덜거리며 핀잔을 주는 듯 하다.
장마와 홍수가 와도 북풍에 지나가던 새의 깃털 하나 얻기 힘들어도
버드나무는 우지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비와 눈을 맞고 서 있다.

버들피리처럼 윤기 나는 젊은 사람의 몸도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버드나무 각질처럼 두터워지고
허리는 휘고 머리는 흩어져 날려도
세상사 다 그런것이거늘
무엇 그리 잘났다고 으시대는 모양새가
버드나무 머리채로 맞아도 쌀것 같아 보인다.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고들 한다.
버드나무는 거센 폭풍우에도 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 비워 놓고 님이 오시는 길목에
가느다란 실커튼을 쳐놓고 항상 비우며 살아간다.
우리도 세상 풍파에 더렵혀진 마음을 다 비우고
예전처럼 여유라는 커텐을 처놓고 봄이 왔으면 좋으련만...

우리 선조들의 실버들 같은 유려한 풍류와 선함이
겨울을 지나 매화를 피워냈듯
이제는 그런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실버들스럽게 가보자.
가다 보면 다 길이 열릴 것이다.
청춘들이 실버들 피리불며 노래하던 그런 시절로...

신청곡 : 희자매 - 실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