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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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계절에 만나요

박금수
등록일 2024-12-02 16:58:28 | 조회수 373
노오란 은행잎과 단풍잎이 나뒹굴며 버티던 가을문은
을씨년스런 짓눈개비와 비바람에 덜컹거리고
그마저 남은 잎새들도 창호지 문의 문풍지처럼 울음을 터트리며
남은 가을의 낙엽이 되어 바스럭 거리며 굴러 다닌다.
그새 흰서리와 겨울이 가을문을 사르르 두드리면
푸르던 무청도 연두빛 우비를 입고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밭에서 가을 막차를 기다리고
배추는 주인이 빨간 옷 사입혀 시집 보내줄 때 까지 추위에 몸을 감싸며
기다림에 살만 찌워가고 있다.
무우와 배추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시대가 온 것일까?

왠지 앙상해진 모습들의 슬픈 계절은 그렇게 가을과 겨울이 되어 만남을 불러 모은다.
까치도 놀러 오지 않는 감나무에는
홀로된 홍시감이 이름 없는 새의 몫이 되어 사연을 늘어 놓고
기꺼이 친구가 되어 주지만
누구도 찾지 않는 정자나무와 벤치에는
먼지마저도 낯설어하며 쉬었다 가기를 쑥스러워하고
갈길 먼 나그네의 자전거는 세월에 하소연 하느라
잠시 다리를 풀며 걸터 앉아서 세월의 무게를 내려 놓는다.

세상 물정 모르던 천진난만하던 시절의 꿈이
라면 하나 시원하게 끓여 먹었으면 하는 소박함 꿈이었거늘
어언 세월이 지나오니 라면은 낙엽처럼 넘쳐나지만
이제는 풍족하게 가을 느끼며 라면 하나 끓여 볼 생각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낙엽 하나 주워 사연 보낼 책갈피에 꽂아 두던 감성은 온데간데 없고
고기굽는 냄새와 커피 향에 홀릭하여 발걸음만 바뻐진 세상이다.
겨울이 우숩던 어린시절이 이제는 춥게만 보이는 까닭은
나이란 숫자에 갇혀버린 까닭일까?
모든걸 득실로 따지는 결과론적 계산으로 보는 세상 안목이
나도 그 평가의 도구가 된듯 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붕어빵도 붕어 없이 대우 받으며 현재를 잘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잊혀진 이름 하나 되어 이제는 깨톡도 발길이 뜸해진 세상살이에
익숙해져 일만 하며 세월에 취해 간다.
나는 오늘도 사연 하나 보내며
순,숙,자,미,철,수,호 이런 친구들의 끝이름 자를 떠올리며
가을 속으로 불러본다.

이렇게 슬픈 계절에는
별을 따다 준다던 맹세보다도
달콤한 디저트 보다도
하루 일과를 거두어 가는 패닉의 커피보다도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정신적인 목마름을 축이고 싶다.
우리 모두 슬픈 계절에 다시 만나요

신청곡 : 백영규 - 슬픈 계절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