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학부모에게 "다시는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폭언을 듣고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숨진 교사의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진행했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는 앞선 지난 7월, 숨진 교사의 아버지가 서이초 교사 사망 기자회견에 찾아와 "억울한 내 딸도 함께 조사해달라"고 호소해 시작됐습니다.
숨진 교사 오 모 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서울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상명대부속초)에서 2학년 기간제 담임 교사로 근무했으며, 지난 1월 15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고인은 유족 측의 주장대로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던 중 빈번하게 초과근무를 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교육청이 고인의 휴대전화 조사 결과 고인이 업무 시간 외에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명대부속초 담임 교사들의 개인 연락처가 학부모들에게 공개된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주말과 퇴근 후에도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을 응대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3월에서 6월까지 학부모로부터 1,500건이 넘는 연락을 받았는데, 대부분 수업 교재를 챙겨야 하는지, 교재비 입금이 확인됐는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등 사소한 부탁이었습니다.
특히 고인은 지난해 6월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 간 갈등이 생겨 양쪽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학부모는 고인에게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인은 이로 인해 주변에 '내가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해야 하는 것이냐'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고인은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사망 직전까지 정신병적 장애로 인해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교육청은 고인의 사망이 '병적 행동으로 인한 것으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병원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은 사실로 인정된다"며 "그로 인해 두려움, 무력감, 죄책감, 좌절감 등의 부정적 정신감정 상태에서 우울증 진단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폭언한 학부모는 조사를 거부했는데, 교육청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조사할 권한이 없어 다른 학부모들의 진술만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인의 휴대전화는 비밀번호 오류로 초기화가 되어 포렌식 할 수 없었으며 대신 주변 학부모와 관계자들의 대화 내역을 제공받아 분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가족은 특정 학부모의 폭언성 항의에 대해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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