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이슈]"'자발적 고독'을 택했다"..58살 김대진 책방지기의 '인생 2막'

작성 : 2024-12-29 09:00:02

나이를 탓하며, 세월을 원망하며, 주름진 모습에 한숨 내쉬며, 퇴직 이후의 삶을 보내는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의 어머니에게 이 노래를 전합니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 김연자 / 아모르파티 中

퇴직 이후의 삶이 이렇게 기다려질 수 있을까.

마약사범을 때려잡던 경찰에서, 이제는 묵직한 종이 냄새가 풍기는 독립서점의 책방지기로, 그리고 문예창작학부 새내기로 인생 2막을 연 5학년 8반 김대진 학생 되시겠다!

▲전남 무안군 독립서점 '책마당'을 운영중인 김대진 책방지기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공직에 약 32년 정도 있다가 한 5년 정도 남짓 (퇴직을) 남겨두고 명예퇴직을 하고 지금은 아내와 같이 이렇게 조그마한 책방을 하고 있고, 지난 10월 30일 잠시 휴학을 했지만 대학교 문예창작학부 국어국문학과 학교를 지금 다니고 있는데요. 저는 '마음이 좀 따뜻한 사람' 이렇게 불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고요. '책과 함께'.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를 이끈 힘은 다름 아닌 '설렘'이었다고 한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사실 저도 한 5년 남짓 남겨두고 제가 명예퇴직할 때는 저도 사실 고민이 많았죠. 왜 그러냐면 내가 명퇴 이후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내가 속해 있는 소속, 조직에서 일정한 보호를 받고 최소한의 사회로부터 안전장치가 있었는데 그걸 다 일정 기간 남겨두고 이렇게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저희 아내가 이렇게 과감하게 '당신, 이렇게 하고 싶은 거 이렇게 더 일찍 그렇게 시작해보라고' 용기를 줘서 그렇게 하게 됐는데. 지금은 많이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명퇴를 하길 '참 잘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나 이런 것들이 다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책을 통해서 그런 힘든 고비들을 고비 고비마다 저는 책하고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잘 이겨내고 버텨냈기 때문에 버텨왔기 때문에 '지금 오늘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경찰을 퇴직 후 독립서점 '책마당'을 운영하며 인생2막을 시작한 김대진 책방지기 

마약사범 잡는 경찰과 책이라니..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어릴 때 제가 태어난 그런 감성이랄지 그런 감수성 이런 것들이 좀 남달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책을 가까이 하게 됐고 책뿐만 아니라 그런 음악이랄지 그다음에 뭐 시 낭송.. 문학 하여튼 그래서 하나의 책이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스며들어왔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문학이라는 것은 일단은 그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저희 경찰관은 이제 수사 파트도 있고 대면활동 대면 접점 하다보면 일단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을 해요. 그 상대방이 잘못한 부분, 그런 책임을 묻고 그런 걸 떠나서 '그 사람이 왜 이렇게 범행에 이르게 됐을까' 하는데 마음 열고 다가서면 공감하게 되면 그 사람이 상대방이 훨씬 더 마음이 좀 순화되고 좀 이렇게 선도하는 데 마음에 도움이 된다고 보죠.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책이 업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책 이야기를 할 때면 '문학중년' 김대진은 금세 소년의 얼굴이 된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책도 음식처럼 어디 가서 '숨은 맛집 같은 데 먹어봤네' '야 진짜 거기 정말 맛있다' 이제 같이 간다든가 하는 것처럼 책도 읽을 때 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그럴 때 신나게 설명하죠. 그러니까 책을 읽다보면 저희들이 이제 책방 한 지가 5년 되다 보니까 책방 손님들의 성향이랄지 좀 자주 오신 분들은 알죠. 그러면 이 책을 보면 '아 어떤 손님이면 좋겠다'라고 떠오르는 손님이 있어요. 그럼 그분들을 소개해주면 거의 맞아요. 그때 이제 아 이제 보람을 느끼죠."

40년 가까이 차이 나는 동기들과 함께 캠퍼스 생활까지 누리고 있다는데.

▲올해 초 국립목포대 문예창작학부 새내기가 된 '책마당' 김대진 책방지기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처음에는 사실 뭐 제가 24학번이니까 대학생 아이들이 벌써 한 뭐 19살, 18살 뭐 거의 어떻게 보면 조카뻘? 한 뭐 37~38년 차이 나고 그러는데 학교생활이 저희 학교 다닐 때는 그 아날로그 그런 세대 출석도 직접 부르고 뭐든 그랬는데 지금 가보니까 모든 게 시스템이 전자 뭐 이런 거 여러 가지로 이렇게 조금 이렇게 적응하기가 사실 좀 쉽지 않았어요. 저희 딸이 이제 대학을 가면 애들 절대 먼저 말 걸지 말라고 그러더라고 애들이 싫어한다고. 그리고 수업시간에 특히 끝 무렵에 절대 질문하지 마라. 제일 그거 싫어한다고 애한테 저희 딸한테 대학 가기 전에 요즘 애들의 완전 흔히 말하는 MZ 세대의 그 특징이랄지 좀 비호감 그런 사례들을 제가 교육받았죠. 강의 교양 (같이) 들었던 아이들이 지나가면 이렇게 인사도 해주고 그러니까 굉장히 좀 기분이 새롭더라고요. '아 내가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구나' 그런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주니까 먼저 반갑게 하니까 굉장히 좋죠."

무사히 1학기를 마친 24학번 김대진 학생의 2학기 등록금은 0원.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그래도 나름대로 출석도 하고 열심히 해서 3.43. 2학기 때는 저기 뭐냐 등록금 0원. 등록해서 돈 안내고 이렇게 받았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숨 가쁘게 퇴직하고 이렇게 준비하고 이렇게 연착륙하면서 제가 뭐랄까 좀 너무 좀 지친 것 같아요. 그래서 길게 저는 8년을 다니려고 그래요. 최종 8학기까지 휴학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년 2학기에 복학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지난 (10월) 30일 휴학 결정을 해서 좀 쉬엄쉬엄 그렇게 하려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책방지기, 그리고 새내기로 바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문학중년' 김대진의 인생 책은 무엇일까.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저는 태백산맥을 읽고 나서 뭐랄까 좀 표현이 좀 적확할지 모르겠지만 '문학의 카타르시스' 이런 걸 저는 느꼈어요. 마지막에 8권, 9권을 읽을 때는 책장을 넘기기 아깝더라고. 우리가 아이들이 맛있는 과자를 먹으면 아까워서 조금씩 조금씩 먹는 것처럼 1권 2권 3권 4권 마지막 종점에 다다를 때 8권 9권 '아 진짜 얼마 안 남았네' 하고 이렇게 책장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그다음에 마지막 10권을 딱 덮고 난 후에는 그 뭐라 그럴까. 읽고 나서 '아 책 다 읽었다' 그런 후련함 보다는 그 마음이 그 우리가 연주할 때 그 잔향이라고 그럴까요. 우리가 일정한 실내 공간에서 연주가 끝나면 그 잔향이 쭉 이어지잖아요. 마찬가지로 그 느낌, 울림이 책 마지막에 있을 때 손을 딱 놓고 그 느낌이 온전히 전해지는 걸 많이 제가 느꼈거든요. 그 책을 읽고 많이 또 울기도 많이 하고."

소란스런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자연에서 책과 함께 일궈가는 삶.

책방지기 김대진은 이를 '자발적 고독'이라고 말한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저희 부부는 이 전원의 삶이 '자발적 고독'이라고 저는 해요. '자발적 고독'.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외부로부터 그런 환경에 의해서 이렇게 떠밀려서 이렇게 밀려가지고 이렇게 그런 수동적인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삶이 좋아서 주도적으로 택한 거죠. '적극적으로 이렇게 살아야 겠다' 라고. 그래서 이런 외로움보다는 좀 자발적인 고독. 이런 걸 더 가깝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죠."

'자발적 고독'을 스스로 택한 단단함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매일 일궈 나가고 있는 무안 독립서점 '책마당'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저는 늘 오신 분들이 참 잘 가꾸셨네요, 이렇게 표현하지만 저는 그분 말씀이 틀리다는 게 아니라 저는 일궜다라고 표현합니다. 가꾸는 데 더 나아가서 일군 거죠. 저희 직접 손으로 그동안 수년 간 직접 이렇게 그만큼 열정을 갖고 수고로움이 많았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저의 삶도 일궜다라고 표현을 해요. 그동안 여러 가지 직장이랄지 아니면 직장 외적으로 가정적으로 보기에는 이렇게 무탈하고 이렇게 평온해 보이는가 모르겠지만 상당히 굽이굽이 인생의 그 남들이 흔히 겪지 못할 그런 위기와 역경 이런 것들이 굉장히 좀 많았죠. 많았는데 그래도 같이 잘 그걸 이겨내고 어떻게 보면 이겨냈다는 보다도 어떻게 잘 버틴 거죠. 버티고 견디다 보니까 현재 오늘의 이런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그저 나를 나로서 채워가는 제자리걸음.

그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지는 단단함.

거대하고 장황하지 않아도, 그저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과 매일을 일궈가는 삶.

그거면 충분하다!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마당' 현재는 예약제로 운영중이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절대 좋다 해서 너무 좋다 하지 말고 또 현 시점에 안 좋다 하더라도 또 경우에 따라서는 그게 또 전화위복이 돼서 좋은 결과, 생각지 않게 좋은 결과로 올 수 있으니까. 절대 그 상황에 대해서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인생은 짧은 것 같지만 길어요."

오늘의 핑거이슈는 여기까지다!

(기획·촬영·편집 : 전준상 / 취재·내레이션 : 정의진 / 제작 : KBC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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