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가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 올라온 미심의 성인용 게임에 대해 잇따라 차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모바일 앱 마켓에서 유통되던 대마 재배·유통 게임은 작년 말에까지 인지하고도 보름 넘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어 사후관리 전문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1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달 말 스팀을 운영하는 미국 게임사 밸브코퍼레이션 측에 노골적인 성관계 장면을 묘사한 성인용 게임 2종에 대한 차단을 요청했습니다.
밸브 측은 게임위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 게임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상점 페이지 접근을 차단해 검색 결과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게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내려진 조치였습니다.
지난해 말 한때 국내 스팀에서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기록했던 두 게임의 개발사는 공지사항을 통해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출시할 게임도 최대한 한국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20대·30대 남성층을 중심으로는 "성인이 성인 게임을 못 하는 것이 맞느냐", "여기가 중국인가"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게임위는 그간 해외 플랫폼에 올라온 미심의 게임이 '한국어 지원'과 '내용상 국내 심의 통과 불가능' 등 2가지에 동시에 해당하는 경우 차단을 요청해왔습니다.
국내 유통이 불가능해 보이는 게임이라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차단 요청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간 게임위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게임위의 판단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고, 국내에 법인이 없는 해외 플랫폼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단적인 예로 대마초를 재배·가공해 판매하거나, 도시를 옮겨 다니며 각종 마약류를 유통하는 게임은 앱 마켓에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
각종 약물의 종류나 생김새, 재배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이들 게임은 수년 전부터 자체 등급 분류까지 받은 채 구글 플레이 기준 청소년도 내려받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임위는 이런 사실을 지난달 연합뉴스 취재 과정에서 처음 인지했으나, 문제의 게임은 약 한 달이 지난 최근까지도 앱 마켓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재 앱 마켓에 올라온 인기 순위 상위권의 자체 등급 분류 게임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의 게임물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직권 재분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지난 2일 발간한 '2023 글로벌 게임 정책·법제 연구'에 따르면 영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등 서유럽 6개국 중 정부 산하 등급 분류 기관이 등급 분류를 담당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또 실물 패키지가 아닌 온라인·모바일로 유통되는 게임에 대해 등급 분류를 의무로 규정한 국가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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