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인생 2막' 시인 박노식 "젊은 날 통점(痛點)에서 해방, 따뜻한 시 쓸 것"(2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노식 시인에게서 시가 봇물 터지듯 샘솟은 시기는 화순 운주사에 머물던 때입니다.
2021년 7월부터 1년여간 매표원으로 일한 그는 이곳에서 200편의 시를 쓰게 됐습니다.
사흘에 두 편 꼴로 창작한 셈입니다.
이 가운데 60여 편을 골라내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삶창刊)를 펴냈습니다.
그중 한 편을 소개합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는 건
설움이 많기 때문이지
너와 너의 누이와 나의 어머니와 그리고
그물코에 걸린 숭어 떼의 눈망울들도 마찬가지야
고요하거나 들끓거나 쓸쓸하거나
간절함은 먼 데서 찾아오는 바람 같은 것
그러나, 부귀한 자는 손을 모을 줄 모르지
구름을 끌어올리듯 가슴에 두 손을 얹을 때,
설움 속에서 우리의 고백은 진실한 거야
손을 모아봐
겨울 화분에 싹이 올라오는 순간처럼
손을 모아봐
손을 모아봐
<손을 모아봐> 운주사, 석조불감 앞에서
◇ 해남 '백련재 문학의 집' 입주 작가 선정
박 작가는 2023년 해남 '백련재 문학의 집'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돼 5개월간 땅끝에서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해남군은 윤선도 유적지 내에 있는 한옥을 창작공간으로 꾸며 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그는 당시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6명의 작가와 함께 입주해 생활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강렬한 시적 영감을 받아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해남에 체류하면서 바다와 대지의 역동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다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산으로 밀려드는 광경은 신비하고 장엄한 순간이었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풍광과 자연 현상에서 얻어진 모티프를 바탕으로 날마다 시를 피워냈습니다.
그 가운데 사랑을 주제로 사계절을 노래한 시 64편을 엮어 네 번째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문학들刊)을 펴냈습니다.
그의 시들은 대체로 우울한 기조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박노식 시인은 사물과 함께 '울음'에 동참함으로써 드디어 시가 꽃핀다. 박노식 시인이 이렇게 사물의 '울음'에 감응하는 것은 어쩌면 시인 자신의 가슴에 이미 울음이 당도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시에 슬픔이 맺혀 있는 것은 젊은 날의 상처가 남긴 통점(痛點)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자신의 삶에 가시처럼 박힌 청소년기의 외로움과 방황,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 이웃과 사회에서 '시적 화두'를 찾을 것
하지만, 그는 이제는 이 통점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합니다.
"지금껏 시가 찾아오면 그대로 받아 적듯이 뿜어냈어요. 앞으로는 나의 시가 절제되고 건조해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제부터 새로운 시적 변화를 모색할 생각입니다.
특히 이웃과 사회에서 시적 화두를 찾을 계획입니다.
"길에 떨어진 새의 주검을 보면 땅에 묻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트럭에 야채를 싣고 골목길을 누비는 외침에서 뭔지 모를 동정심을 느낍니다"라며 따뜻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박 작가는 현재 꽃말을 소재로 쓴 '꽃말시(詩)' 37편이 담긴 시화집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월 1일 광주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갤러리에서 전시 및 시화집 출판 기념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한편, 박 시인은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며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노식 #시인 #문병란의집 #운주사 #백련재 #곽재구 #남별이
슬픔에 젖은 감성보다 건강한 시적 전환 모색
'꽃말詩' 37편 담긴 시화집 5월 출간
'꽃말詩' 37편 담긴 시화집 5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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