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의 시계는 봄과 초여름 사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맺힌 화사한 꽃잎들이 지고, 그 자리에 연한 이파리들이 돋아나 초록빛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기온은 섭씨 20도를 오르내리며 큰 일교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상기온 탓에 옷 고르기가 쉽지 않고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동안 남부지방은 오랜 가뭄으로 제한급수 직전 단계까지 이르렀다가, 지난 며칠 간 내린 비로 한숨 돌린 상황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우리나라만 겪는 국지적 현상이 아니고 전 지구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홍수와 가뭄, 혹한 그리고 며칠째 계속되는 산불, 토네이도와 같은 거대한 돌풍 등 자연재해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기상이변을 경험하면서 강(江)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럽도시들, 기후변화에 매립됐던 강(江) 복원 한창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카드로 강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지역은 유럽의 도시들입니다.
그중에서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입니다. 지구온난화로 파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평균 2.3℃ 상승했습니다.
숲과 강이 사라진 결과로 열섬현상이 발생해 한여름 파리의 기온은 근교 농촌지역보다 8℃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리시는 미래의 쾌적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비에브르 강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강이 흐르면 물 분자가 공기중의 열기를 흡수해 지표면의 기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앙느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은 예산 1천600만 달러를 들여 2026년까지 파리시내 구간 물줄기를 되살릴 계획입니다.
비에브르 강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세느강으로 유입시킨다는 구상입니다.
시 당국은 이에 앞서 파리 남부 근교 아르퀴엘을 비롯한 여러 소도시에 흘렀던 작은 물줄기를 복원시켰습니다.
2026년 파리시내 구간이 복원되면 근교의 여러 갈래 지류와 합쳐져 세느강으로 물이 흘러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파리시는 2024년 올림픽 때 세느강에서 수영대회를 개최하고, 시민들이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강물을 정화하는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리 사례 외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해 매립되었던 강을 복원하는 노력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는 지난해 5월, 50년 전 매립되었던 메들록(Medlock) 강의 도심구간을 복원시켰습니다.
또한 미국 뉴욕시 당국은 홍수위험을 줄이기 위해 1억 3천만 달러를 들여 브롱크스(Bronx)구의 티벳츠 브룩 강을 복원하는 계획을 검토 중입니다.
이러한 강의 복원 시도는 한때 자연의 흔적을 지우는 것을 개발의 핵심요소로 생각했던 도시개발자들에게 역설적인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변덕스러운 기상변화에 대한 대안으로 강(江)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가뭄때 광주·전남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영산강의 죽산보와 승촌보를 ‘물그릇’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보에 물을 가둔 뒤 수위를 각각 1.5미터씩 높여 모두 1,160만 톤의 물을 더 확보해서 마실 물과 농업용수, 공업용수를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광주시는 가뭄기간 동안 긴급 대처로 덕흥보를 통해 영산강 물을 하루 3만 톤씩 끌어오기도 했습니다.
◇20여 년 전 영산강은 광주시민의 중요한 식수원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영산강은 광주시민의 중요한 식수원이었습니다.
황룡강 서봉보는 한때 광산구 송정동 관내 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이용됐습니다.
1988년부터 광주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하루 2만 톤씩 공급해오다가 1994년부터 덕남펌프장 완공으로 주암호 물로 대체됐습니다.
현재 광주시민의 상수원인 동복호와 주암호의 저수율이 2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비가 와야 식수 걱정도 내려놓을 것 같습니다.
한 기후변화 전문가는“강물의 진정한 물길의 방향이 어디인지, 숲이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자연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볼 시간이다”면서 “이제 도시들이 점차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을 잘 가꾸고 보살펴서 기후변화 시대에 소중한 수자원으로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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