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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와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난 목숨 걸었어"..김건희와 조선일보, 측천무후
김건희는 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을 걸었을까
조중동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망치는 애들이에요. 지들 말 듣게끔 하고 뒤로 다 기업들하고 거래하고, 얼~마나 못된 놈들인 줄 알아? 아주 나는 조선일보 폐간에 난 목숨 걸었어.
여러모로 세간에 파문과 궁금함을 낳고 있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육성입니다.
해당 발언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말이라고 합니다. 반말을 섞어 말하는 걸로 봐선 상당히 친분이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
무엇이, 명태균 씨 말을 빌리면, ‘장님무사’ 윤석열 위에 올라타 앉아 대통령 윤석열을 좌지우지 조종하고 있는 ‘앉은뱅이 주술사’ 천하의 김건희로 하여금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씩이나 걸게 만들었을까요.
발언 자체도 자체지만, 혹 이것 때문에라도 계엄을 한 건가. 세간의 관심과 궁금함은 도대체 왜 김건희 여사가 조선일보에 대해 저런 냉기와 독기를 품게 되었을까.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아닌가 합니다.
두 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한동훈, 다른 하나는 명태균 입니다.
먼저 한동훈 축을 보면 한동훈과 윤석열 김건희 부부는 20년 넘게 정말 각별한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여권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김건희 여사가 남편 윤석열 넥타이를 사도 꼭 2개씩 샀다고 합니다. 하나는 남편, 다른 하나는 한동훈 주려고. 정말 친정 동생 대하듯, 시댁 막내 도련님 대하듯 알뜰살뜰 챙겼다고 합니다.
바늘 가는 데 실 따라가듯 윤석열 검사와 한동훈 검사, 그리고 김건희는 함께였습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한동훈과 김건희 두 사람은 무려 332번이나 카톡을 주고받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아 그렇구나’ 할 정도입니다.
이에 대해 한동훈은 당시 윤석열 총장과의 연락이 어려울 때 김 여사와 업무 관련 소통을 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한동훈 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고 부산지검 차장검사로 사실상 좌천을 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부산지검 차장검사가 검찰총장과 무슨 업무 연락할 게 그리 많았는지는 차치하고, 비유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제가 우리 사장하고 연락을 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됩니다. 그러면 통상 메시지를 남기거나 추후 다시 연락하는 게 보통의 경우입니다. 그런데 사장 부인, 사모에게 연락을 합니다.
‘사장님하고 연락이 안 돼서 그러는데요’ 하면서. 마치 숨을 쉬듯 편하고 자연스럽게. 뭐랄까. 동지적 관계, ‘동업자’ 같은 그런 느낌도 듭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확실히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한동훈이 변했습니다. 여당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고부터입니다.
‘국민 눈높이’를 얘기하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특검 수용 가능성까지 내비칩니다. 쉽게 말해 ‘여사님, 수사 받으시죠’ 입니다. ‘우리 한동훈’이, ‘동훈이’가.
이런 불화와 갈등이 드라마틱하게 바깥으로 드러난 게 한동훈의 이른바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입니다.
2024년 1월 김건희 여사가 ‘본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한다.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할 의사가 있으니 검토해 달라’고 5번이나 문자를 보냈는데 답신을 안 한 겁니다. ‘우리 한동훈’이 김건희 문자를 ‘읽씹’ 한 겁니다.
이런 거리두기와 선긋기, 대통령과 차별화.
모 여권 중진의 말을 들어보면 김건희 여사는 한동훈의 달라진 태도와 스탠스 뒤엔 ‘조선일보’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가 한동훈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너 정치적으로 자립하려면, 다음 대통령 되려면, 윤석열과 차별화 해야 해. 윤석열을 넘어서야 해’ 이런 식으로 이른바 중간에서 코치, ‘장난질’을 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이런 거는 대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해든 뭐든 중요한 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냐, 믿었느냐 아니냐입니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는 그렇게 믿은 것 같다는 게 모 중진의 말입니다.
관련해서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펴낸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2023년 12월 말 비대위원장직을 포기하라는 용산 전화를 받고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그날 '조선일보' 보도 때문이었다. 여당 관계자의 멘트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거다. 대통령이 그 멘트를 제가 한 것으로 잘못 안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김건희 여사로부터 '잘못 알았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 전 대표는 이어 전했습니다.
사퇴 요구는 용산 비서관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는데, 정작 ‘아니야. 우리가 잘못 알았어. 사퇴 요구 취소’는 김건희 여사가 전한 겁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공교롭게 ‘조선일보’가 끼어있습니다.
그리고 용산의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는 이후에도 다시 이어지고. 세상이 다 알 듯, 형 동생 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는 불화합니다.
여권 모 인사로부터는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영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4시간 동안 2시간 넘게 한동훈 욕을 하더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한동훈과의 불화가 한 축이라면 조선일보에 대한 김건희 여사의 냉기와 적의의 또 다른 한 축은 명태균입니다.
명태균 씨는 지난해 11월 구속 전 본인의 이른바 ‘황금폰’과 USB에 저장돼 있던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발언 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발언의 ‘엑기스’만 뽑아서 별도로 USB 5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명태균 씨는 그 가운데 하나를 윤석열 대통령과 친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김 모 기자에게 건넵니다.
이 기자는 한동훈 전 대표와도 매우 강한 친분이 있다는 말도 돌고 있는데, 아무튼 명태균 씨는 조선일보 기자를 통해 해당 USB를 지렛대로 용산과 검찰 수사나 구속을 피해 보려는 구명 딜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선일보는 녹음 파일을 용산에 건네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청난 특종이 될 수 있는 김건희 여사 육성을 보도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손에 들고만 있습니다.
대신,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국정운영에서 손 떼라는 취지로, 심지어 사저나 외국에 나가 있으라는 말까지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과 공격 수위를 한층 더 높입니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엑기스 USB의 존재와 내용, 그리고 그중 하나를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느 시점에 알게 됐다는 겁니다.
장윤선 정치전문기자에 따르면 “USB가 명태균 지인을 통해서 대통령실로 갔고, 김건희 여사에게 흘러갔고.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그거를 조선일보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을 했다”고 합니다.
명태균 씨에게 문제의 USB를 넘겨받은 조선일보 기자도 주진우 시사인 편집위원과의 통화에서 “내가 USB를 갖고 있는 것을 용산도 알고 있었다”며 “명씨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전달을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정리하면. 김건희 여사가, 내 USB를 갖고 있으면서 내 약점을 잡고 있으면서 나보고 물러나라, 마라. 어디로 가라, 마라. 감히 나를 협박해. 가만두지 않겠어. 이렇게 됐다는 겁니다.
조선일보에 서리를 품은 겁니다.
박근혜가 최순실 태블릿 PC가 공개되면서 탄핵 당했는데, 똑같이 명태균 USB를 가지고 우리를 흔들어 탄핵하려는 것 아니야. 그런 작업 하고 있는 것 아냐.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명태균 씨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가 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일 명태균 황금폰 관련 언론에 “이를 제출해야 한다면 굳이 검찰에 제출할 필요가 없고 이 땅의 주인인 국민 앞에 언론을 통해 제출하거나”라고 말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 입장에선 절대 까지면 안 되는 게 까질 수도 있는 돌발상황이 생겨버린 겁니다. 발등의 불이 된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인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당시로선 난데도 없고 뜬금도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국회 상공에 헬기가 ‘투다다다’ 요란히 날아들고 완전군장에 야간 투시경까지 차고 총을 든 특전사 요원들이 국회 창문을 깨고 국회로 들어가 후다닥 뛰다니는 것을 전 국민이 목도하고, 방첩 부대인 방첩사가 선관위에 투입됩니다.
이를 두고 평소 ‘대통령 김건희, 영부남 윤석열’ 이라는 표현을 쓰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KBC ‘여의도초대석’ 인터뷰에서 “오빠, 내가 지금 위험해. 우리가 다 위험해. 빨리 계엄해” 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또, ‘난 목숨 걸었어’ 김건희 육성을 들어보니 조선일보 폐간도 계엄 이유와 목적에 포함됐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비상계엄 포고령 2조는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조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6개 조의 비상계엄 포고령 가운데 2개가 언론 관련한 것으로 채워집니다.
이런 맥락과 흐름 위에서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는 김건희 여사의 발언이 나오고, 이 날 것의 육성이 세상에 공개됩니다.
김건희 여사의 육성 공개는 처음은 아닙니다.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이란 게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하고 수사한다. 권력이 그래서 무섭다.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22년 1월 공개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음’ 가운데 한 발언입니다.
내가. ‘우리 남편이 정권 잡으면’도 아니고 ‘내가 정권 잡으면’ 입니다. 이번 ‘목숨 걸었어’ 주어도 ‘우리’가 아닌 ‘나는’, ‘난’입니다.
권력서열 1위 김건희, 2위 윤석열. 윤석열 위에 김건희. 윤석열이 ‘V-1’이면 김건희는 ‘V-0’(브이 제로) 라는 말이 윤석열 정권 내내 시중에 공공연히 회자된 이유 아닌가 합니다.
이런 권력욕, 권력의지 때문인지 김건희 여사를 권력욕의 화신이었던 중국 측천무후에 비교하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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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원래 이름은 ‘무조'(武曌). 중국 5천 년 역사상 스스로 황제가 된 유일무이한 여자의 이름입니다.
나이 14세에 궁에 들어가 당 태종의 후궁이 된 무조는 미녀라면 차고 넘쳤을 황궁에서 당 2대 황제 태종과 그 뒤를 이은 3대 황제 고종, 아버지와 아들을 모두 지아비로 섬기며 총애를 차지, 황궁을 쥐락펴락합니다.
고종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을 차례로 즉위시키니 중종과 예종입니다.
황후에서 태후가 된 무조는 이윽고는 두 아들마저 차례로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마침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라 낙양을 수도로 삼고 연호를 ’천수‘(天授)로 하여 주나라를 세웁니다.
천수(天授). 하늘로부터 받았다는 뜻입니다.
하늘의 뜻에 따라 천하의 주인이 된 무조는 황태자로 강등된 예종에겐 ’이‘씨 대신 자신의 성인 ’무‘씨를 내리니 바야흐로 세상은 무씨 천하. 그녀는 자신의 치마폭에 천하를 담아 수십년간 천하의 주인으로 군림하며 지배합니다.
정적에겐 한없이 냉혹했던 무측천이었지만 과거제도를 정비해 천하의 인재들을 모아 나라를 경영하니 나라는 활기가 돌고, 그녀의 치세 동안 주나라는 번영일로를 걸어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제국의 영토는 태종 때보다 더 넓어집니다.
그리고 천수를 다해 죽기 얼마 전 그녀는 아들 중종에게 다시 황위를 양도하고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705년 11월 26일. 무조는 ’내가 죽으면 고종 옆에 묻되 황제 칭호를 없애고 황후로 부르도록 하라. 내 비석엔 아무것도 새기지 말라‘는 유지를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향년 81세였습니다.
무조는 ’측천대성황후‘(則天大聖皇后)라는 시호를 받고 고종과 나란히 묻힙니다. 그녀의 유지대로 그녀의 비석엔 한 글자도 새겨지지 않으니 세상은 이를 ’무자비‘(無字碑)라고 부릅니다.
천수(天授). 어쩌면. 하늘로부터 받은 천하의 주인 자리를, 살아서 그녀의 의지대로 권력을 넘겨줬기에. 죽어서 황제가 아닌 황후로 남았기에. 주나라의 창업주가 아닌 고종의 황후로 묻혔기에.
’측천무후‘로 그녀의 이름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 보면 권력욕이나 권력의지는 같다 하더라도, 이제 스스로의 의지로 권력을 내놓거나 내려놓을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김건희는 결코 측천무후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명태균 특검이든 김건희 특검이든 주인이 바뀐 검찰이든,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진짜‘ 수사는 이제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칼은 잘못이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말입니다.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이란 게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하고 수사한다. 권력이 그래서 무섭다.
2022년 1월 김건희의 말이 2025년 3월 김건희에게 돌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듭니다.
칼은 잘못이 없고, 권력이란 게 본디 그렇다고 하니.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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