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WBC,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울려 퍼진 0대 10의 스코어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무력감을 안겼다. 그것은 단순히 운이 없어서 당한 패배가 아니었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의 부재, '우물 안 개구리'식 운영, 그리고 변화하는 현대 야구의 흐름을 읽지 못한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가 낳은 참사였다.
이 처참한 스코어보드를 보며 우리는 지금의 호남 정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호남은 오랫동안 한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도덕적 보루였다. 그러나 오늘날 호남 정치는 역동성을 잃고 특정 정당의 일당독점이라는 '안방 챔피언'의 성안에 갇혀 있다.
지지율이라는 관성만 남았을 뿐, 대한민국 미래를 흔들 정책적 '타격력'은 실종된 지 오래다. 마이애미의 콜드게임이 던진 질문은 이제 호남 정치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 말고, 당신들의 지금 실력은 무엇인가."
첫째, 농업을 '보호 대상'에서 '국가 전략산업'으로 전환하는 전향적 타격이 필요하다.
호남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농업의 본산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농업 정책은 시혜적 지원과 보호라는 '수비적 태도'에 머물러 있었다.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가 국가 존립의 과제가 된 지금, 농업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닌 최첨단 전략산업이어야 한다. 호남 정치는 이제 '친환경 농업 수도'와 '식량 안보 수도'라는 국가적 의제를 주도해야 한다.
농업의 탄소중립 산업화,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팜 확산, 농식품 수출 클러스터 구축 등은 지역을 넘어 국가 미래 전략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농민 기본소득과 공익농업 제도의 정착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것, 그것이 호남 정치가 휘둘러야 할 첫 번째 강력한 스윙이다.
둘째, 광주·전남 행정통합, 입법 이후의 '디테일한 생존 전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도 속도전으로 마무리된 전남·광주 행정통합 입법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고, 이제 중요한 것은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통합 이후의 생존'이다. 단순히 행정 구역을 합친다고 해서 수도권 일극 체제의 벽이 저절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치밀한 사후 대책 없는 통합은 오히려 행정적 비효율과 지역 간 갈등이라는 '자책점'만 남길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합 이후의 경제 구조를 재설계하는 화학적 융합 전략이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지로서의 '에너지 메가시티', AI와 모빌리티가 결합한 '미래 산업 거점'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즉각 가동되어야 한다.
특히,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균형 발전 대책을 촘촘히 세우고,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정치권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입법이 끝났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지금부터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이 통합이 '장외 홈런'이 될지, 아니면 뼈아픈 '실책'이 될지 결정될 것이다.
셋째, '공천 경쟁'을 '정책 경쟁'으로 바꾸는 정치 생태계의 복원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지방자치제도 시행 30년이 넘도록 고착화된 호남의 '일당독점' 지형이다. 호남에서 선거는 시민을 향한 정책 대결이 아니라 당내 공천을 받기 위한 '줄 서기 경쟁'으로 변질되었다.
경쟁이 사라진 리그에서 실력 있는 선수가 나올 리 만무하다. 지역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검증받지 않는 정치인은 중앙 무대라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순간 '루킹 삼진'을 당하기 일쑤다.
새로운 인물이 수시로 수혈되고, 다양한 정책이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역동적인 정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에서 단련된 '강한 정책 체력'만이 중앙 정치에서 호남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대변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해 줄 것이다.
부끄러움을 넘어 새로운 경기를 시작하며 마이애미의 0대 10 패배는 쓰라리지만, 그 부끄러움을 철저한 개혁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한국 야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호남 정치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의 훈장과 지지율이라는 안일한 수치 뒤에 숨지 말고,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정치는 결국 미래를 만드는 경기다. 호남이 다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투표율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의 파괴력'이다.
마이애미에서 울린 콜드게임의 경고음이 호남 정치의 안일함을 깨우고, 대반격을 알리는 시작 신호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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