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초대석 오늘은 음악과 영화 얘기 해보겠습니다.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연출한, 광주 출신이시죠? 고영재 감독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앵커: 먼저 시청자들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재: 저는 2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햇수로. 독립영화만 제작·배급·투자 일을 해왔고요. 이번에 '아치의 노래, 정태춘'으로 데뷔한 신인 감독입니다.
△앵커: 신인 감독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워낭소리 등등 독립영화를 상당히 많이 제작하고 프로듀싱 하셨는데, 연출을 하신 건 이번이 처음이신 거죠?
▲고영재: 그렇습니다.
△앵커: 특별한 계기나 뭐 그런 게 있나요?
▲고영재: 사실은 4~5년 전에 극영화로 데뷔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인연이 있었던 정태춘·박은옥 님이 데뷔 40주년을 맞아서 프로젝트를 진행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 기획사 대표님이 '두 분의 음악인생을 담는 다큐멘터리를 좀 제작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흔쾌히, 굉장히 흔쾌히 제작을 하겠다라고 처음에는 결합을 했었다가 연출까지 맡게 됐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 영화가 지난달 18일 날 개봉을 한 거죠? 이게 공교롭다면 공교로운데,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일에 개봉을 했는데, 의도를 하신 건가요, 아니면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건가요?
▲고영재: 아마 다른 영화를 5월 18일에 개봉을 했다고 그러면 이런 질문을 안 하셨을 것 같아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사실 개봉 일정은 제가 정한다기보다는 배급사가 정하는 거고, 개봉 한 달 전쯤에 배급사가 2가지 선택지를 줬어요. '5월 18일 수요일과 5월 19일 목요일에 개봉 일정이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해서 저는 뭐 흔쾌히 기왕이면 5월 18일날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좀 드렸던 거죠.
△앵커: 이게 영화 제목이 '아치의 노래, 정태춘'인데 여기서 아치는 양아치를 말하는 거죠?
이게 정태춘 노래 제목이기도 한데, 영화 제목을 '아치의 노래, 정태춘'으로 한 것은 이유가 있을 텐데 궁금합니다.
▲고영재: 시청자분들도 왜 양아치냐고 하실 것 같아서 약간 설명 말씀을 드리자면, 여기서 '양아치'는 정태춘 님이 기르시던 잉꼬의 이름이 아치입니다.
양아치로 줄여서 아치라고 했는데, 그 아치에 빗대어서 본인의 음악적 고뇌, 그다음에 어떻게 보면 시대의 불화, 본인의 좌절을 좌전적으로 풀어냈거든요. 그래서 좀 영화 제목을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제목으로 선정된다면 관객분들이 정태춘 님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볼 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그 당시에 정태춘의 모습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한 노래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라고 제목을 정하게 됐습니다.
△앵커: '음악적 고뇌'와 '시대와의 불화'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처음에 데뷔했을 때는 '시인의 마을', '촛불', 상당히 서정적이고 토속적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른바 사회 참여 가수로 변신이라고 해야 되나? 뭐 그렇게 변신이 됐는데, 일단 '비합법 음반' 얘기를 정태춘 노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은데, 그 비합법 음반을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있고 그럴 텐데 간략하게 말씀을 해주시죠.
▲고영재: 정태춘 님이 어느 날 갑자기 사회참여적 가수로 변모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던 부분은 1980년이 정태춘·박은옥 님이 결혼한 해예요.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서 5.18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죠. 그때 당시로서는 5.18을 잘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80년대 초반에 실천문학을 비롯해서 여러 책을 읽다가 5.18의 진실을 좀 접근하게 되고, 그때부터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들은 서서히 키워나가신 거죠.
그게 1987년도 민주화항쟁을 통해서 많이 발화가 된 거죠. 그래서 보다 적극적으로 노래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참여하시게 됐고요. 그러면서 본인의 데뷔 앨범인 '시인의 마을'도 사실은 이른바 심의를 받아서 가사가 누더기가 돼 버렸어요. 그러니까 원래 본인이 썼던 가사하고 전혀 다른 가사로, 소위 말하는 '가위질'을 당해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켜켜이 쌓아두었던 이런 문제들이 87년도 6월항쟁을 겪으면서 '아, 안 되겠다. 심의는 헌법과도 합치하지 않고 굉장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실상의 검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하셨고, '아, 대한민국...'이라는 부분은 불법 앨범을 처음에 내셨고요.
그래도 별 반응이 없어서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두 번째 비합법 앨범을 내면서 소위 말하는 심의당국과 싸움을 하게 됐죠. 그러면서 두 번째 비합법 음반을 내고 난 다음에는 불구속 기소가 됐어요. 불구속 기소가 돼서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문제제기를 하게 됐고요. 위헌 판결을 받은 게 심의 철폐 싸움을 시작한 6년 만에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죠.
△앵커: 그러니까 비합법 음반이라는 게 사전 심의를 음반법에 따라 받아야 하는데 그걸 안 받고 임의로 음반을 발매를 해서 그런 의미에서 비합법이라는 거죠?
▲고영재: 네, 그렇습니다.
△앵커: 이게 지금은 이제 '사전심의가, 노래 가사 사전심의가 있었어?'라고 생각하는 세대들도 있을 텐데 어쨌든 철폐가 된 거죠, 말씀하신 대로?
▲고영재: 네, 맞습니다.
△앵커: 앞서 5.18 얘기도 해 주셨는데, '5.18'이라는 노래 제목도 있잖아요, 정태춘 노래 중에. 그 얘기도 좀 해주시죠.
▲고영재: 공교롭게 광주에서 비엔날레가 열렸는데요. 비엔날레의 그 대상작, 1회 비엔날레 대상작의 제목이 '잊기 위하여'라는 그 작품이 대상작으로 선정이 됐어요.
△앵커: 그게 95년도죠?
▲고영재: 네, 정태춘 님이 광주에 내려가셨다가 소위 말하는 '안티 비엔날레' 행사에 참여를 하게 됐는데, 대상작이 '잊기 위하여'라는 소식을 듣고, '아 그렇다라면 생각해 보니 본인이 5.18과 관련된 노래를 지금까지 못 만들었었구나'라고 생각을 해서 처음에 제목은 '잊지 않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고요. 이 이후에 '5.18'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발표를 하게 된 거죠.
△앵커: 네, 이게 '아치의 노래, 정태춘' 모두 28개로 구성이 됐죠, 영화가?
▲고영재: 정태춘 님의 노래 28곡, 그 다음에 정태춘 님의 노래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광주천'이라는 노래가 한 곡 더 삽입이 돼서 총 29곡의 노래, 그중에 28곡은 정태춘 님의 노래입니다.
△앵커: 어떤 노래인지 좀 간략하게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고영재: 사실은 정태춘 님의 데뷔 앨범인 '시인의 마을'부터 마지막 앨범인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까지 골고루 좀 담았고요. 정태춘 님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대표 곡들로 28곡으로 구성을 해서 이른바 스토리텔링을 한 거죠.
△앵커: 영화 포스터에 보면, 정태춘, 편의상 고유명사 차원에서 가수나 씨를 안 붙이고 하는 정태춘으로 하겠습니다. 정태춘을 '스스로 장르가 된 뮤지션'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던데, '정태춘'이라는 장르는 그러면 어떤 장르인 건가요?
▲고영재: 한두 마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어떤 분은 대중 가수다, 어떤 분은 이분이 민중 가수다, 어떤 분은 저항 가수다, 어떤 분은 포크의 대명사다 등등 이 분을 표현을 하는데, 정태춘은 그냥 정태춘인 것 같습니다.
어떤 시대의 불의가 일어났던 현장을 스스럼없이 찾아가서 올곧게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과 함께 노래를 하셨던 분이기도 하시고요. 오히려 굉장히 큰 히트 앨범을 발표했던 가수이기도 하시죠. 시대와 불화를 겪으면서 음악 창작을 그만두고 시집도 내시고 사진도 찍으시고, 붓글도 최근에 쓰신 예술가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분을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저희 홍보팀이 '정태춘은 스스로 장르가 된 뮤지션이다', '정태춘은 정태춘이다'.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저도 그냥 '정태춘은 정태춘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시인의 마을', '촛불' 이게 78년도에 나왔는데, 정태춘이 54년생이니까 24살 때 이런 노랫말이랑 운율을 만들어 낸 건데, 저는 이게 뭐 개인적으로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궁금했는데, 이거 관련해서 뭐 혹시 정태춘이 언급한 내용이라든가 그런 게 있을까요, 본인의 노래에 대해서?
▲고영재: 본인은 극구 부인하시는데요. 이분이 음악 관련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대학을 안 다니셨고요. 중학교 때 현악반에서 바이올린을 잠깐 배운 것 말고는 누구한테 악기나 음악을 배워본 적도 없으신 분이세요. 그래서 본인은 본인의 가사가, 일단 가사를 쭉 쓰고 가사가 쭉 쓸 때 느껴지는 어떤 음들을 바로 또 옆에다가 기록을 고등학교 때부터 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쌓여서 '시인의 마을'이라는 데뷔 앨범을 만드시게 되는데요. 본인은 극구 부인하시지만 저는 일종의 좀 뭔가 천재적인 어떤 음악 능력이, 음악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한 가지는 정태춘 하면 빼놓을 수가 없는 게 가사예요. 이게 굉장히 시적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시적인 본인의 감수성, 또 그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그것과 음악적 역량이 결합이 되면서 지금의 정태춘이라고 불리는 분이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앵커: 김소월 진달래꽃을 쓴 게 20살이고, 윤동주가 서시를 쓴 게 24살인데, 정태춘도 24살에 일찍.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거는 뭐 말씀하신 대로 배워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약간 타고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좀 추상적인 질문이긴 한데 뭐 가수로서, 또 사회 참여 운동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정태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고영재: 삶과 앎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사실 노래를 발표하면 그 노래는 오래 가잖아요. 그 발표할 당시의 이 사람과 현재의 이 사람이 굉장히 달라지게 되면 사실은 그 음악을 듣거나 했던 분들은 되게 혼란스럽죠. 노래는 굉장히 서정적인데 어떤 개인적인 삶이 그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거나 그런 것들을 종종 자주 보는데요.
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본인의 삶과 본인의 앎, 그리고 이것들을 노래로 표현하고 이것들이 소위 말하는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까지 고려를 하면서 진중하게 고민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뮤지션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극히 드문 거죠.
△앵커: 관객들 반응도 궁금한데 정태춘을 아는 관객도 있을 테고 처음 들어본 관객도 있을 텐데 어떤가요, 반응들이?
▲고영재: 제가 뭐, 사회자님께서 앞서서 뭐 워낭소리 얘기도 해주셨는데, 사실은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더, 어떤 이른바 소위 말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어떤 평이라든가, 그런 분들의 것들이 매일 매일 올라와요. 그래서 '이렇게 많은 감상평이나 리뷰를 받아도 되나' 할 정도로 굉장히 큰 반응들을 주셔서 개인적으로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다만, 이런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대가 너무 많이 부족해지고 동네에서 영화를 못 보시고 1시간, 2시간 거리를 이렇게 소비해서 영화관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한테 어쨌든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정말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한 사람의 40여 년에 걸친 노래와 삶을 정리하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걸로 짐작을 하는데, 당부나 마무리 말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재: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그분의 인생만큼이나 제가 볼 때는 폭발적으로 뭔가를 찾아주신다기보다는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굉장히 많아요. 심지어 10번 영화를 봤다는 분도 계시고요.
그 호흡에 맞추어서 꽤 긴 시간, 길게 이 영화를 관객분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극장을 빌려서 이 영화를 상영하는 대관 상영 운동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고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앵커: 저도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시대의 거리에서 희망도 절망도 노래가 됐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 영화 포스터 문구입니다. 희망도 절망도 노래가 된다. 정태춘 노래를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가까운 상영관을 찾아 스스로 장르가 된 뮤지션 정태춘을 한번 만나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 여의도 광역방송센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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