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공직 퇴직 후 자두농장 일구는 서명홍 씨 "월출산 바라보며 커가는 열매와 힐링"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퇴직 후 자연으로 돌아가 전원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30년간 근무하다 정년과 동시에 농촌에 내려온 서명홍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올해 63살인 그는 2021년 6월 광주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영암군 군서면 장사리길에 집을 짓고 둥지를 틀었습니다.
영암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터라 공직을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추억이 깃든 곳
그에게 고향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추억이 가득한 곳입니다.
마을 앞으로는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월출산이 동양화처럼 펼쳐져 있고, 2㎞ 떨어진 곳에는 영산강 하구인 해창만이 있습니다.
"1981년 하굿둑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해창만에 바닷물이 드나들어 맛조개와 장어, 숭어가 많이 잡혔지요. 특히 영암의 유명한 특산물인 어란은 이곳에서 잡힌 숭어알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그 시절이 엊그제인 듯 생생하게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본격적인 귀농 준비를 시작한 것은 퇴직 2년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장사리길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전답 2,500평(약 8,250㎡)이 있어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우선 1,200평 밭에 자두 250그루를 심었습니다.
영암은 배, 감(대봉), 무화과 3대 과일 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는 색다른 과일을 재배해보고 싶어 자두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처가에서 배 과수원 한 쪽에 자두나무 몇 그루를 심어 따먹었던 기억이 있어 친근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터라 품종 선택부터 재배, 방제, 수확,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자두 품종만 하더라도 수십가지에 달하는데, 숙성 시기에 따라서 품질이 천차만별이라 직접 부딪혀보지 않고서는 적합한 품종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심었던 자두나무의 30%를 폐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 물까치, 동박새 등이 날아와 쪼아먹는 바람에 농사를 망친 해도 있었습니다.
◇ 3대 과일 못지않게 비전 있는 작목
병충해 예방을 위해 방제작업을 해야 하는데 꽃이 피기 전부터 시작해서 출하 10일 전까지 열흘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등 고된 노동이 수반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일손이 가장 필요로 하는 때는 솎아주기 할 때와 수확할 때입니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데 일당은 11만~14만 원 사이에서 결정됩니다.
수년간 고생한 끝에 어느 정도 노하우를 터득하면서 2년 전부터 수확해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자두는 품종에 따라 6월 초순부터 9월 초순까지 수확이 가능합니다.
그중 추석 전후가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입니다.
판매 가격은 지난해의 경우 4㎏ 1상자(택배비 포함)에 3만 5,000원~4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유통경로는 처음에는 공판장에 내놓거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주문 받았으나 생산량이 많지 않아 지난해부터 가까운 지인들의 주문 위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 출하하기도 합니다.
서명홍 씨는 자두농사가 벼농사보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두는 경북 김천, 영천에서 집중 생산되고 있으며, 영암 관내 재배농가는 한 두 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영암 지역만을 놓고 생각한다면 배, 감, 무화과 3대 과일 못지않게 비전이 있는 작목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사계절 논밭의 풍경 '한 폭의 그림'
그는 "새로 과일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자두재배를 적극 추천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배농가가 적다 보니 농업기술센터 등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는 부인과 단둘이 지내는 고향에서의 전원생활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장사리길은 하루 세 번 군내버스가 지나가는 한적한 시골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전원주택도 마을과 떨어진 밭 한가운데 지어져 주변이 온통 푸르름으로 넘실거립니다.
마당에는 잔디와 꽃을 심어 아담한 정원으로 꾸며졌습니다.
"놀러온 지인들이 하나같이 외롭거나 무섭지 않느냐고 묻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거실에서 바라보면 월출산이 손에 잡힐 듯 머리맡에 와닿고 사계절 논밭의 풍경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서 씨와 부인의 얼굴 표정에서 정원에 핀 장미꽃처럼 환한 웃음이 넘쳐났습니다.
#자두농장 #월출산 #전남 #영암 #퇴직 #귀농 #남별이
[남·별·이]공직 퇴직 후 자두농장 일구는 서명홍 씨 "월출산 바라보며 커가는 열매와 힐링"
작성 : 2024-05-22 14:14:21
수정 : 2024-05-22 14:14:47
2021년 법원 정년 후 영암에 귀농
1,200평 밭에 자두 250그루 재배
'시행착오'는 경험..농사 재미 '쏠쏠'
1,200평 밭에 자두 250그루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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