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곳곳을 떠돌며 쓴 시 60편 수록
상처 깊은 시인의 내면 풍경을 노래
'밖'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시적 변화
상처 깊은 시인의 내면 풍경을 노래
'밖'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시적 변화
박현덕 시인이 10번째 시조집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문학들刊)를 펴냈습니다.
전남 진도, 목포, 여수 등 남도의 곳곳을 돌며 마주한 자연풍광과 문화유산을 소재로 쓴 시 60편을 실었습니다.
와온은 순천 해룡 바닷가로 노을이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번 시집은 중앙시조대상, 김만중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답게 시조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절제와 율격이 돋보입니다.
저녁 내내 창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밤이 더 깊을수록
어머니가 생각나
무릎이
바스러진 생,
절며 가는
빗줄기
- 저녁비
이번 시집이 이전의 것과 다른 것은 시인의 시선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박 시인은 그동안 소외된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투철한 사회의식을 투영하여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집에서는 바깥의 풍경을 매개로 내면의 상처를 노래했습니다.
세상일 망했다고 무작정 차를 몰아
와온해변 민박집에 마음 내려 놓는다
나는 왜 춥게 지내며 덜컹덜컹 거렸지
- 노을
바다는 그 "상처가 터져 걸어온 길"을 적시고 하늘은 "미친 바람처럼 물고 또 뜯고 있"습니다.
여행 시편이지만 기실 그것은 상처 깊은 시인의 내면 풍경입니다.
고재종 시인은 "박현덕의 이번 시편들은 남도의 곳곳과 자연 만유에 마음의 발자국이 찍힌다. 그 마음은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 쓸쓸함, 절망, 기억, 눈물, 적막 등등의 상처인 바, 그 상처에 의해 풍경은 재구성된다"고 평했습니다.
그 상처의 연원을 이번 시집에서 읽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시인이 이제 인생이라는 우물을 들여다보는 나이에 이르렀음을 시사합니다.
어둠이 깊어지면 푸른 기억 다시 자라
우물 안 추억 조각 건져 내는 밤결에
혼자서 울음을 참다 혼절해 잠이 들고
- 오래된 우물
박현덕 시인은 "삶의 경험을 시로 육화하고자 노력했다"면서 "남도의 풍광과 문화유산을 서정적인 숨결로 노래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박 시인은 현재 전남 화순에 거주하면서 화순군청 나드리노인복지관 복지3팀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박현덕 #시조집 #전남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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