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복권을 구매하는 순간, 사람들은 잠시나마 커다란 행운을 기대하며 일상의 고단함을 잊는다.
번호를 발표하기 전까지 가능성 있는 복권을 간직하고 있는 설렘은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당첨되지 않은 복권에도 가치가 있을까?
당첨되지 않아 쓸모없어 보일지라도, 그 속에는 한 시대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있다.
복권에 담긴 디자인, 광고 문구, 발행 연도 등은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변화를 반영하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한 사람의 손에서 무심히 버려진 복권이, 그 시대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귀중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여기, 40년간 복권을 모아온 남자가 있다.
남들이 버린 복권을 차곡차곡 모아 가치를 지닌 역사로 남긴, 노장환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노장환 / 복권 수집가
"저는 노장환입니다."
- 복권 수집하신 지 어느 정도 되신 거예요?
"한 40년 가까이 됐어요. 그 전에 우표 수집.. 학교 다닐 때 우표 수집하다가. 학생 신분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잖아요."
- 왜 복권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거예요?
"일단 돈도 안 들어가고. 취미생활로 상당히 재밌어요. 그리고 이 복권이 그 시절에는 디자인이나 이런 게 엄청 다양했어요. 스포츠 복권이라고 하면 세계 어느 나라든 스타디움이나 이런 것들이 다 들어 있어요. 또 관광 복권이다 그러면 세계 명소 관광지가 다 들어 있어요. 그 복권 속에 그림이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취미 삼아서 모으기 시작했죠."
- 복권을 그러면 어떻게 수집하시는 거예요?
"제가 금호고속에서 근무했거든요. 터미널에 복권 판매대가 네 군데가 있었어요. 옛날에는. 지금은 한 군데밖에 없는데, 네 군데에서 (사장님들이랑) 다 알고 지내니까. 낙첨 복권만 모았지. 버리고 가니까 그걸 이제 모아서 더블 복권이라든가 이런 스포츠 복권들은 옛날에 판매 양성을 위해서 행사를 많이 했어요. 모은 사람들을 일렬로 1회부터 50회까지 싹 모은 사람들에게 갖고 오라고 해서 추첨해서 행사를 열어서 (상금으로) 100만 원도 주고 그랬어요."
- 수집만 해도 혜택을 줬네요?
"수집만 해도 그렇게 자기가 열심히 하면 득을 볼 수가 있었죠. 주유권 100만 원도 받고 막 그랬어요."
- 수집하신 분들이 꽤 있었겠네요.
"굉장히 많죠. 우리나라에 지금 복권 수집 동호회원들이 엄청 많아요. 옛날에 세상에 이런 일이도 한 번 나온 것 같던데? 복권 갖고 도배해버렸던데. 나도 그 복권으로 도배를 하려고 마음먹고 모으기는 했는데.."
- 그러면 하나씩 좀 보여주시고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종류가 엄청 많아요.
"종류가 지금 봐보면 팝콘복권도 있고, 그다음에 또또복권, 플러스복권 그 다음에 연금복권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거예요. 스포츠복권은 옛날에 1회부터 나와서 종결됐고, 더블복권도 마찬가지고."
- 스포츠복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모으신 거예요?
"1회부터 종결될 때까지 다 있어요."
- 그럼 몇 년 정도 되는 거예요?
"스포츠복권 1회가 1998년 5월 31일 추첨한 걸로 돼 있죠. 그때부터 해서 이제 마지막 회차가 마지막이 409회차잖아요. 추첨일이 2006년 3월 26일날 했구나. 여기 봐보면 뒤에 '000000'이라고 써져 있어요."
- 그럴 수가 있나요?
"이건 수집용이에요. 여기는 판매용이고 여기는 수집용."
- 수집용을 따로 파는 거예요?
"이거는 제가 구매를 한 거죠. 수집용으로. 수집하는 사람들 동호회가 있고, 활성화를 위해서 일련번호를 안 찍고 판매를 했어요. 조마다 다른 그림이 있으니까. 이것도 지금 마찬가지로 일련번호가 있는 것이 있고, 이렇게 없는 것이 있고 그러잖아요. 그 다음에 이제 우리나라 올림픽 때.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로 올림픽 활성화를 위해서 복권(발행)을 했어요. 복권 실물 도감이잖아요. 이렇게 해가지고 판매도 하고 그랬어요. 1회부터 전부 1조만 저는 수집을 했어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조가 있어서 조별로 다 그림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저는 1조만. 1회부터 해서 마지막 299회까지."
- 그림이 다양하니까 소장할만 하겠네요.
"이렇게 그림이 다양하니까 이제 수집하는 게 취미생활로도 괜찮죠."
- 팝콘복권은 뭐예요?
"팝콘도 마찬가지로 이게 어디서 나왔냐면요. 이것은 연합복권사업단에서 만들었잖아요. 연합복권사업단에서 1조부터 7조까지 있었잖아요. 7조까지. 당첨금은 20억이에요. 연속 3개를 샀을 때하고 맞았을 때. 1조가 세 장이 9번 8번 7번 이렇게 있었을 거 아니에요. 이렇게 3개 연속으로 맞으면 20억을 줬어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그림이 다양하잖아요."
- 제일 처음 수집했던 복권?
"플러스복권이나 또또복권이나 이런 좀 특이한 복권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 때문에 모으기 시작했는데, 봐보면 당첨금도 5억이고 8매고 막 그러잖아요. 이런 것들은 일시적으로 나오다가 13회까지밖에 안 나왔잖아요. 그림들이 좀 디자인들이 이쁘고. 이것도 좀 잠시 나오다 말았어요. 우리나라 복권산업이 활성화될 때는 이런 것들이 많이 나왔었지. 그러다가 이제 로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런 것들이 판매가 안 돼. 인쇄비도 안 나오니까."
- 복권을 많이 구매 하셨을 것 같은데 당첨되신 적은 없으세요?
"당첨 여러 번 됐지. 연금이나 이런 것들은 안 됐고, 지금 하고 있는 거 로또 3등 두 번이나 됐어요. 그냥 꾸준히 샀죠. 왜 그러냐 하면 이 복권을 수집을 하러 가면 그냥 가서 주라고 하면 미안하잖아요. 거기 터미널 옆에서 하니까 5천 원씩 사가지고 (버려진 복권 좀 달라고 했지) 수집하려고 그냥 산 건데. 또 한 번은 이발하고 잔금 남길래 그냥 그걸로 샀거든. 남은 걸로 2천 원어치인가 샀는데 그때 됐어요."
- 지금은 연금복권만 모으시는 거예요?
"지금은 연금만 해요. 지금 이런 식으로 수집을 하거든요. 여기다가 이제 붙여. 종이를 붙이고 비닐을 붙이고 거기다가 끼워. 언제까지 해놨냐면 지금 몇 회까지 했냐..206회까지 해놨네요."
- 지금은 확실히 예전보다는 좀 재미는 없네요.
"재미가 없어요. 다 똑같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지금 이렇게 많이 이렇게 수집을 해놓잖아요.여기서 이렇게 뭉탱이로 갖고 와서 여기서 이제 고르지. 골라가지고 저기다가 철해놓지. 이런 복권이 몇 박스나 있어요. 연금복권 초창기에는 이렇게 나왔거든? 근데 지금은 이제 이렇게 안 예쁘게 나와. 안 이쁘게 나와버리니까 좀 재미도 없어요. 옛날하고 달라서. 초창기에 연금도 진짜 좋게(예쁘게) 나왔어요. 여기 초창기에 가보면 1회 연금복권 이렇게 이쁘게 나왔잖아요. 옛날에는 이렇게 내가 정성껏 했어. 등수 이렇게 딱 찍어가지고 그것까지 같이 해놨잖아요. 1회차부터. 연금 좀 이쁘게 나왔는데 갈수록 이제 안 이뻐지더라고."
- 손이 엄청 많이 갈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정리하면 그때그때 하면 금방금방 하는데, 모아놨다가 한 달치나 모아놨다 하려면 애 터지거든. 엄청나게 시간 많이 걸리더라고. 수집할때는 이제 모으려고 막 열심히 했지. 그리고 없는 거 동호회에 전화해서 만나서 서울에 있는 동호회 회원들이랑 주고받고 해요. 자기한테 없는 거 내가 주고 내가 없는 거 받아오고. 근데 이제 자기도 없는 것은 사서 보내. 많이 사서 보냈어. 사서 보내가지고 많이 샀어요. 복권을 내가 엄청 돈 주고.. 복권도 돈 안 들어간다고 했는데 돈이 어영부영 많이 들어가더라고."
- 앞으로도 이렇게 수집을 계속하실 건지.
"연금복권은 계속(할 거예요.) 연금밖에 안 나와 지금은. 즉석복권은 너무 다양해서 내가 안 했어요. 즉석 복권은 그리고 그때그때 사람들이 다 찢어버리잖아요. 안 되면 그 자리에서 찢어버리니까 모으기가 힘들더라고. 그리고 멋도 없고. 그런 것들이 점점 더 아쉽죠. 그리고 전부 로또로 가버리잖아요. 수집하는 사람들도 재미가 없을 거예요. 우표도 그러잖아요. 디자인비가 더 비싸니까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가지고. 이 디자인 한 장에 돈이 들어가잖아요. 디자인비가 비싸니까 저렇게 그냥 대충 찍어버리는 거예요. 전시회 같은 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게 이제 될지 모르지.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 현존했던 복권은 거의 다 있다고 봐. 거의 안 빠지고 즉석식 빼놓고는 이 이상 더 우리나라는 많이 안 만들었어요. 내가 (복권) 수집한 (경력으로) 봐서 내가 모르는 복권은 없어."
(기획·촬영 : 전준상 / 구성 : 김민성 / 편집 : 이도경 / 제작 : KBC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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