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 압박에..예금금리↓·대출금리↑ "은행 예대마진 확대"

작성 : 2024-08-04 07:19:49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 [연합뉴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은행권 금리 체계가 뒤엉키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들이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예금 금리를 낮췄지만,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대출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상당수 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p 인하합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예금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수신 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0%p 일제히 낮췄습니다.

하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더 오르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30∼5.204% 수준입니다.

약 열흘 전인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하면 하단이 0.190%p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6월 중순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0%를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도래한 '2%대 금리 시대'도 한달 보름여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030∼6.548%) 하단도 0.070%p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204%로 0.141%p 떨어지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520%로 유지된 사실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이어지면서 최근 한 달 간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같은 금리 인상에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 7,383억 원으로, 6월 말(708조 5,723억 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7조 1,660억 원이나 더 늘었습니다.

2021년 4월(9조 2,266억 원 증가)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입니다.

예금과 대출금리가 거꾸로 가면서 은행의 예대마진은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경기 둔화 이슈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 얘기까지 나오는 만큼, 앞으로 미국 국고채 금리 등은 더 떨어지고 국내 은행채 등 시장금리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은행들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추겠지만,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대출 급증을 고려할 때 쉽게 낮추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예대마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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