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주유소 가격 인하 '주춤'

작성 : 2026-03-15 16:21:55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지 사흘째를 맞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가격 인하 폭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시에는 '빛의 속도'로 가격을 올리던 주유소들이 내릴 때는 '거북이걸음'으로 속도를 늦추는 고질적인 행태가 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840.9원으로 전날보다 4.5원 내렸습니다.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간 1,842.1원으로 5.9원 하락했습니다.

다만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 이틀(13∼14일)간 두 자릿수였던 가격 하락 폭이 이날은 한 자릿수에 그치며 가격 하락세가 주춤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정부가 낮춘 정유사 공급가에 비해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액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는 13일 0시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 도매가격 상한을 제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2주간 도매가격 상한은 L당 휘발유는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에 비해 각각 휘발유 109원(1,833원→1,724원), 경유 218원(1,931원→1,713원), 등유 408원(1,728원→1,320원)이 저렴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사흘간 실제 주유소 판매가는 휘발유 57.9원, 경유 76.9원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주유소들은 정부가 낮춰준 공급가 혜택 중 휘발유는 53%, 경유는 고작 35% 수준만 판매가격에 반영한 셈입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주유소들이 휘발유는 약 200원, 경유는 300원가량 가격을 급격하게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가격 인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같은 '찔끔 인하'에 대해 주유소 업계는 재고 소진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마다 재고 처리 기간이 천차만별"이라며 "판매량이 많은 곳은 하루에 1∼2번씩 기름을 받기도 하지만, 길게는 두 달에 한 번 재고를 받는 주유소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천 원대에 사 온 비싼 재고가 남은 주유소들로서는 즉각적인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유소 형태별로도 온도 차는 뚜렷합니다.

정부 정책에 민감한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석유공사·농협 등의 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는 선제적으로 가격을 내려 전국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별도의 손실 보전 장치가 없는 일반 주유소는 마진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에 주유소협회는 지난 13일 열린 '석유 시장 점검 회의'에서 산업통상부에 현재 주유소 판매 가격의 1.5%로 책정된 카드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협회 측도 시장 경쟁에 따라 본격적인 가격 인하는 결국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주유소는 단돈 10원 차이에도 손님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라며 "옆 주유소가 가격을 내리면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는 가격이 본격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정유사 공급가 최고가격 고시를 통해 소비자도 (판매가에서 공급가를 뺀) 나머지가 주유소 마진이란 걸 알게 됐다"며 "마진을 더 받는지 덜 받는지 소비자가 알고 판단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공급가격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전국 주유소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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