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의 한 사거리.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 정당 등의 이름을 내건 현수막이 건널목마다 빼곡합니다.
지정 게시대가 없는 건널목의 특성상 현수막은 전봇대와 가로수, 신호등의 빈 공간마다 걸려 있습니다.
담당 구청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 현장에 나와 현수막을 철거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무색하게도 빈자리엔 어느새 새로운 현수막이 자리합니다.
특정 정책을 홍보하거나 비판하는 등 현수막에 쓰인 문구는 각양각색.
하지만 대부분 기성 정치인들의 얼굴과 이름, 직함을 크게 박았다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현수막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어필하는 기성 정치인들.
현수막 한 개를 만든 뒤 사람을 고용해 높은 곳에 달기까지 드는 비용은 개당 7만 원 안팎.
전혀 저렴한 비용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수막은 철거 속도보다 빠르게 도로 곳곳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한 정치인이 똑같은 현수막을 자신의 지역구 곳곳에 달아 소위 '도배'를 하는가 하면, 당과 지역위 차원에서 제작한 현수막이 짧은 주기로 번갈아가며 목이 좋은 자리를 점령하기도 합니다.
비용이 상당히 들어감에도 현수막은 짧고 강렬한 문구로 시민들의 시선을 끌어, 성과와 인물을 알리는 데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수막 홍보가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정치신인들에겐 '넘을 수 없는 산'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본격적인 선거 시즌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개인 사비를 들여, 언제 철거당할지 모르는 고가의 현수막을 내건다는 것이 정치신인으로서는 현실적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역의원이나 기성 정치인들이 정당 경비나 정치 후원금을 사용해 부담 없이 현수막 제작에 뛰어드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법 개정으로 인해 정당 현수막은 원하는 장소에 걸 수 있게 됐는데, 대부분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의 이름으로 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협위원장이 아닌 사람의 이름으로 걸 경우 정당이 아닌 개인 현수막으로 분류돼 철거 등 별도의 규제를 받습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출사표를 내건 정치 신인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부터 녹록지 않은 현실을 깨닫고 '불공정한 출발선'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벌써 2024년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
이에 맞춰 정치권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지만 인물 알리기의 시작인 현수막 걸기에서부터 정치신인들의 움직임에 큰 제한이 걸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치 #현수막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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