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불법 증축한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 모(76)씨에게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참사 발생 1년 1개월 만에 내려진 관련 재판의 첫 선고입니다.
29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이 씨에게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해당 호텔을 운영하는 법인 해밀톤관광에도 동일한 액수의 벌금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호텔 뒤편에 테라스 형태의 건축물을 불법 증축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참사가 일어난 골목의 가벽 설치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 위반의 고의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2010년 이전부터 지금의 가벽과 유사한 형태의 가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벽이 건물 건축선을 침범해 문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대표 측이 건축선을 침범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가벽을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건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가벽이 호텔 건물에 속한 건축물로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씨는 해밀톤호텔 서쪽에 구조물을 구청에 신고 없이 불법으로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 등으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세로 약 21m, 폭 약 0.8m, 최고 높이 2.8m의 철제패널 재질 가벽을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세워 건축선을 약 20㎝ 침범하고 도로를 좁게 해 교통에 지장을 줬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습니다.
참사 당시 이 가벽으로 좁은 골목이 더 비좁아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호텔 별관 1층과 2층 뒤쪽에 각각 테라스 등 건축물을 무단 증축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주점 프로스트 대표 박 모(43)씨에게는 벌금 100만 원, 라운지바 브론즈 운영자 안 모(40)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법정에 출석하면서 참사 유가족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만 답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1개월 만에 관련 재판에서 첫 선고가 내려졌지만 아직 참사 관련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은 크게 4가지로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서 관련자 5명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 경찰 정보라인 관련자 3명 △박희영(62)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련자 4명 △최재원(58) 용산구보건소장 관련 재판입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검찰에 넘긴 피의자 중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아직 기소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 청장은 핼러윈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혐의, 최 서장은 참사 발생 이후 구조 지휘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 국내외 유사 사례를 최대한 수집하고 검토 분석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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