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현실 됐다" 美 대선 직후 흑인들에 '노예 취급' 문자 테러

미국 대선 직후 흑인들에게 과거의 노예 농장으로 가서 일해야 한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져 당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언사를 꺼리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맞물린 시점이어서 더욱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앨라배마대 신입생인 18살 앨리스 맥콜은 대선 다음날인 6일 아침 문자 메시지 1통을 받았습니다.

가까운 플랜테이션에서 목화를 따게 됐으니 오후 1시까지 준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행정을 담당하는 노예들이 갈색 밴에 태워 갈 것이라는 등의 설명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플랜테이션은 과거 미국 남부에서 흑인들의 노예노동으로 운영되던 대규모 농장을 뜻합니다.

울음 섞인 앨리스와 전화통화를 한 엄마 얼리타는 WP에 "심란한 기분이었다. 대선 다음날 이런 메시지를 받다니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WP는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 10여 개 주와 워싱턴DC 등에서 앨리스 말고도 비슷한 인종차별적 문자를 받은 이들이 속출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주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러한 문자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나 상당수가 흑인인 대학생들을 겨냥해 전송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며 일부 메시지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관련된 쪽에서 문자를 보낸 것처럼 여길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캠프는 해당 문자 메시지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지에서는 대선 직후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점과 의도를 두고 의문이 증폭되는 분위기로 전해졌습니다.

일단 외국 세력이 대선으로 미국이 혼란한 상황을 틈타 저지른 사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정보당국도 최근 대선 이후 외국 세력의 분열 조장 행위가 있을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입니다.

미국 국내 세력의 소행이라면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맞물려 미국 사회 내에서 인종차별적 언사가 노골화하는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흑인 정체성을 문제 삼았고 흑인 차별을 소재로 삼는 코미디언이 트럼프 캠프 유세에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고 WP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