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시상식 연회에서 문학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한강은 4분 동안 영어로 진행한 연설에서 문학이 갖는 공감과 경이로움의 힘을 강조하고, 문학을 통해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의미를 전달했습니다.
한강은 먼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소감을 시작했습니다.
"8살 무렵, 갑작스러운 폭우를 피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렸던 순간을 기억한다"며 당시의 경험을 글쓰기에 비유했습니다.
이어 "20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비를 피하던 그날, 길 건너편에도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보였다. 마치 거울 속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며, 그 순간 함께 비를 피하는 이들이 각자의 권리를 지닌 하나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 모두 비를 보고 있었고, 제가 느낀 물방울의 차가움을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는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며 경이로움을 느낀 순간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강은 이러한 공감의 순간이 자신의 글쓰기와 독서 여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의 내면과 마주했다"고 표현하며, 글쓰기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질문을 실타래에 담아 타인에게 보내는 행위"로 묘사했습니다.
또, 문학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임을 강조하며, 이러한 질문이야말로 인류의 보편적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한강은 문학이 갖는 독특한 생명력을 '체온'에 비유하며, 문학 작품이 인간성과 생명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상상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묻습니다"라며, 문학이 생명을 지키고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강은 마지막으로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며 수상의 기쁨을 모두와 나누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쳤습니다.
다음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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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majesties, your royal highnesses, ladies and gentlemen.
I remember the day when I was eight years old. As I was leaving my afternoon abacus lesson, the skies opened in a sudden downpour. This rain was so fierce that two dozen children wound up huddled under the eaves of the building. Across the street was a similar building, and under those eaves I could see another small crowd? almost like looking into a mirror. Watching that streaming rain, the damp soaking my arms and calves, I suddenly understood. All these people standing with me, shoulder to shoulder, and all those people across the way ? were living as an "I" in their own right. Each one was seeing this rain, just as I was. This damp on my face, they felt it as well. It was a moment of wonder, this experience of so many first-person perspectives.
Looking back over the time I have spent reading and writing, I have re-lived this moment of wonder, again and again. Following the thread of language into the depths of another heart, an encounter with another interior. Taking my most vital, and most urgent questions, trusting them to that thread, and sending them out to other selves.
Ever since I was a child, I have wanted to know. The reason we are born. The reason suffering and love exist. These questions have been asked by literature for thousands of years, and continue to be asked today. What is the meaning of our brief stay in this world? How difficult is it for us to remain human, come what may? In the darkest night, there is language that asks what we are made of, that insists on imagining into the first person perspectives of the people and living beings that inhabit this planet; language that connects us to one another. Literature that deals in this language inevitably holds a kind of body heat. Just as inevitably, the work of reading and writing literature stands in opposition to all acts that destroy life. I would like to share the meaning of this award, which is for literature, with you ? standing here together. Thank you.
(폐하, 전하, 그리고 신사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었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거세게 내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으로 몰려들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밑에도 또 다른 무리가 있었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광경이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차가운 빗물이 팔과 다리를 적시는 것을 느끼던 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 모두가 저처럼 각자의 권리를 지닌 하나의 존재, 각자의 시점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요. 저처럼 그들도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제가 느끼는 얼굴 위 빗물의 차가움을 그들 역시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나’의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읽고 쓰며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수없이 되새겼습니다. 언어라는 실타래를 따라 다른 이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 내면과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들, 가장 시급한 질문들을 이 실타래에 맡기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행위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 속에서 제기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떤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고,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시점으로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닙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입니다.
이 문학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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