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스포츠계 10대 파워 리스트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레전드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당당하게 사진 정중앙에 위치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는 이 사람!
# 야시르 알 루마이얀 누구길래?
더 타임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의 야시르 알 루마이얀 총재를 스포츠계 주요 인물로 꼽았다.
스포츠 선수도 아닌데 왜 10대 파워리스트에 오른 걸까?
먼저, PIF에 대해 알아야 한다.
PIF는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약 6000억 달러(약 784조 원)의 자금을 보유한 세계 최상위권의 국부펀드다.
PIF는 수십 년 동안 별다른 활동 없이 사우디 공기업의 지주회사로서만 역할을 하다,
2015년 빈 살만의 지휘 하로 들어가면서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사회도 그의 측근들로 구성됐다.
측근 중 측근, 빈 살만의 ‘금고지기'라 불리는 사람이 바로 야시르 알 루마이얀이다.
PIF 총재이자,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회장,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회장, 소프트뱅크 이사회 이사 등등..
현직만 봐도 빈 살만의 오른팔, 사우디의 핵심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 스포츠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
알 루마이얀은 빈 살만이 원하는 투자 정책을 수행하는데도 능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새 PIF가 스포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배경이다.
PIF는 압도적인 자금력으로 골프투어 LIV를 창설한 지 1년 만인 지난 6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사실상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축구 분야에선 2년 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을 인수한데 이어
(*참고/2021년 10월 EPL 뉴캐슬을 3억 500만 파운드(약 5천 600억 원)에 인수)
올해 사우디 리그 4개 구단을 사들인 곳이다.
(*사우디 리그 4개 구단 : 알나스르, 알힐랄, 알이티하드, 알아흘리 (지분 각각 75% 인수))
# 영입선수들 계약금도 어마어마
영입 선수들에게 제안하는 계약금도 대단하다.
올 초엔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자국 리그 알나르스에 영입했다.
구체적인 몸값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시즌마다 2억 유로(약 2,90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벗고 알이티하드로 향한 데 이어
은골로 캉테(알이티하드), 리야드 마레즈(알아흘리), 사디오 마네(알나스르) 등
유럽 리그에서 이름을 떨친 스타들이 줄줄이 사우디로 떠났다.
특히 브라질의 '스타' 네이마르가 사우디 구단인 알힐랄을 택해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네이마르는 알힐랄과 2년 계약을 맺으면서 연봉 1억5천만 유로(약 2,190억 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리브골프 이적을 밝힌 존 람은 리브골프 역대 최고 이적료인 5억 7천만 달러(약 7,400억 원)로 계약했단 이야기가 전해졌다.
타이거 우즈에겐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오일 머니'의 위력이 스포츠계를 강하게 흔들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도 휩쓸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PIF가 지난 2년 동안 스포츠에 투자한 돈이 최소 8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2027년 아시안컵,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4년 하계아시안게임을 잇달아 유치했고,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도 열릴 예정이다.
유럽 등에선 사우디의 공격적인 투자가 스포츠 산업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데,
빈 살만이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 공격적인 투자..이유는?
지난 2016년 ‘비전 2030’을 발표한 이후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경제의 절반가량을 석유 산업에 의존하는 지금 같은 구조에선 유가 향방에 따라 나라 경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사우디의 영향력이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스포츠 투자는 정치적 의도도 담겨있다.
사우디 인구의 70%는 35세 미만 청년층인데,
스포츠를 이들의 정치적・사회적 불만을 완화하는 '진통제' 역할로 삼은 것이다.
1980년대 한국에서 독재정권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창설하고 올림픽을 유치했던 것과 유사한 의도다.
그러다보니 오일 머니로 '스포츠 워싱'을 하고 있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워싱? 스포츠와 화이트 워싱(부패, 추문 등으로 인한 악평을 지우는 일)의 합성어, 국가・기업・단체 등이 스포츠를 이용해 각종 문제를 은폐하고 이미지를 세탁하는 일을 뜻함)
사우디는 국내 각종 인권 문제를 비롯한 언론인 살해 등 범죄 혐의를 숨기기 위해 스포츠를 악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스포츠 워싱'이라는 용어로 스포츠계 패권 싸움에서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기성세력이
오일 머니로 무장한 신흥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인권 문제를 핑계로 삼는다는 주장도 있다.
사우디가 스포츠산업의 ‘생태계 파괴자'가 될지, 새로운 지평을 여는 키를 쥐게 될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겠다.
그럼 오늘 핑거이슈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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