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칼럼]무안 분청사기와 일본인 야마다

작성 : 2024-08-01 09:31:56
▲KBC 박준수 선임기자

일본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MOCO)이 2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올해 4월 재개관해 도예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MOCO는 재개관 기념으로 4월부터 오는 9월 29일까지 '신·동양도자-MOCO 컬렉션'을 열고 있는데, 한·중·일 3국의 도자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초대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재일교포 이병창 박사(1915~2005)가 기증한 한국 도자기가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무안 분청사기 전시
이병창 박사는 일본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면서 고국의 혼이 담긴 한국 도자기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습니다.

일본과 세계 각국에 흩어진 한국 도자기를 수집해 301점을 MOCO에 기증했으며, 이중 73점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MOCO는 이 박사의 기증품과 더불어 이 박사의 친한 지인이자 사업가인 아타카 에이이치가 수집한 한·중·일 3국의 도자기를 스미모토은행이 기증함으로써 세워지게 됐습니다.

특히 MOCO는 한국 도자기 가운데 전남 무안을 중심으로 발전한 분청사기를 여러 점 소장·전시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또한 이번 특별전을 준비한 정은진 주임학예원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일본에 유학해 MOCO와 인연을 맺은 터라 더욱 친근감을 갖게 합니다.

이 시점에 때마침 무안 분청사기와 관련된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조사연구 문헌이 잇따라 번역출간되고, 학술대회가 개최돼 한·일간 도자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 무안문화원, 야마다 연구 성과 재조명
무안문화원은 올해 2월 '야마다 만키치로와 무안분청사기'(박형순 지음)를 펴냈으며, 지난해에 '야마다 만치로와 무안분청' 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이에 앞서 2019년 '야마다 만키치로가 바라본 무안분청사기 귀얄문'(김용철 번역)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야마다 만키치로(山田萬吉郞, 1902~1992)는 일제강점기 무안·함평에서 대농장을 경영했던 일본인입니다.

지금도 무안군 일대에는 그가 경영한 대농장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진행했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는 덤벙기법의 분청사기가 무안과 전라도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학계에 알린 인물입니다.

그는 무안·함평은 물론 광주, 전북, 충남 계룡산 지역까지 도요지를 답사하며 분청사기 계통을 조사했습니다.
◇ 야마다, 무안 분청사기 전파 경로 밝혀내
저술에서 1931년 무안에서 처음으로 무지하케메(분청사기 귀얄문)가 발굴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그의 저술은 1939년 발간한 '조선도자기의 변천'과 1943년 편찬한 '삼도쇄모목(三島刷毛目)'을 비롯해 크고 작은 논문이 100여 편이 넘습니다.

그중 1930년대부터 1945년 해방 전까지 기고한 글만 해도 80여 편에 달합니다.

무안 분청사기는 중국 자주요의 거록지역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일본 큐슈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일제의 군국주의 사고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야마다 만키치로는 해방 직전까지 함평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함평 집에는 2층 수장고까지 갖추고 진귀한 도자기를 빼곡하게 쌓아 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가 소장한 도자기들의 행방을 알 길이 없으나, 해방 후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 '도자산업 메카' 무안군에 시사하는 바 커
이처럼 서민적인 분청사기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먼저 연구됐고, 일본에서 차문화와 결부돼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무안을 비롯한 전라도 지역 분청사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야마다 만키치로의 연구성과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 생활도자산업의 55%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도자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는 무안군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의 연구 성과를 현재적 해석을 통해 무안 분청사기에 대한 연구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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