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이 공개된 살인범들 상당수는 정작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사회와 영구 격리됩니다.
이 때문에 범죄 예방, 재범 방지라는 기존 취지는 무색한 실정입니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4년 1월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시행 이후 공개된 24명을 분석한 결과 살인(미수 1건 포함) 범죄자가 23명(9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24명 중 14명은 1심·2심·최종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3명은 각각 징역 40년·30년·22년이 선고됐고, 나머지 7명은 1심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텔레그렘에서 '자경단'이란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꾸려 남녀 234명을 성착취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녹완이 유일하게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기존에 특정 강력 범죄와 성폭력 범죄에 그쳤던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마약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수상해·중상해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피해를 끼치는 마약 공급 총책 등은 최근까지 수사기관이 신상 공개를 외면하는 형국입니다.
하부 조직원을 압박하고 추가 범죄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음에도 신상 공개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유일한 마약사범 사례는 지난 27일 신상 공개된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입니다.

다만 마약 판매 혐의 외에 '사탕수수밭 살인'을 저지른 박왕열은 필리핀 현지 매체와 국내 언론이 먼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신상공개 실효성이 떨어졌습니다.
박왕열과 함께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렸던 탈북민 여성 최모씨, '사라 김'으로 불렸던 김모씨는 징역형 확정 이후에도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검찰이 사회적 공분이 쏟아지는 '흉악 살인범' 신상 공개에만 집중하는 것은 일종의 행정 편의주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범죄의 잔혹성 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애초에 신상 공개가 확실해 보이는 흉악범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안건에 주로 올린다는 겁니다.

공익성보다는 '잔혹성'이 주요 기준이 되면서 '얼평'(얼굴 평가)과 자극적 소재, '응징'으로 상징되는 범죄 상업주의에 수사기관이 편승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도박 등 조직범죄나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들, 취약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피해자가 많은 범죄자의 신상을 주로 공개해 '경고 효과'를 주는 게 오히려 제도 취지에 맞는다"고 짚었습니다.
수사기관이 신상공개의 키를 쥐고 있는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거론됩니다.
현재 신상정보공개심의위는 대부분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이 요청해 소집됩니다.
이 교수는 "경찰이 일차적으로 판단해 열리는 심의위는 거의 신상공개로 결론을 낸다. 신상공개를 사실상 경찰이 결정하는 셈"이라며 "일반 시민이나 대중, 유가족이 요구하는 경우 심의위를 여는 방식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박왕열 보도처럼 언론이 자체적으로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미국처럼 언론이 사회적 여론과 공익성 등을 반영해 공개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보도를 통해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범죄 피의자의 인격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상 공개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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