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에 맹금류 스티커가 부착된 한 아파트 단지.
이 스티커를 붙여놓는 이유는 새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심지어 새들을 죽이는 트랩이라고 하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사실 파악을 위해 나선 핑거이슈 팀.
진짜 새들이 죽어있는지 찾아가 보았다.
아파트 단지 외곽을 둘러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멧비둘기 사체를 발견했다.
▲희복 / 성난비건 조류충돌 시민 모니터링단
이 새는 멧비둘기라는 새고요. 옆에 카드 놓고 기록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멧비둘기의 충돌량이 제일 많게 집계가 되었어요,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텃새이기 때문에 그리고 많은 개체수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멧비둘기나 직박구리 등의 개체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지만,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철새를 발견할 때도 있다고 한다.
▲희복 / 성난비건 조류충돌 시민 모니터링단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팔색조, 솔부엉이, 황조롱이 같은 천연기념물도 충돌했었고요. 광주광역시에서 지정 보호종이라고 따로 지정을 해놓은 새들이 있습니다. 8종 정도가 지정이 되어있는데요. 그중에서 5종에 해당하는 새들이 똑같이 방음벽에 충돌해서 사망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발견된 새들의 사체.
모두 맹금류 스티커가 부착된 방음벽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희복 / 성난비건 조류충돌 시민 모니터링단
맹금류 스티커는 사실상 조류 충돌을 저감 하는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맹금류 스티커가 부착된 부분을 통과할 수 없다고 여겨서 그 부분이 아닌 나머지 다른 부분 주변에 있는 투명한 부분으로 날아가기 때문이에요. 스티커는 그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잖아요. 그래서 살아 있는 포식자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피해서 주변으로 날아가면 나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오히려 더 많이 부딪히는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에서는 이런 조류 충돌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조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광주에서 투명방음벽이 설치된 아파트는 총 180곳.
작년 한 해 동안 광주에서만 62종 2,626마리의 새들이 조류 충돌 피해를 입고 사망하거나 다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들의 방음벽 충돌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희복 / 성난비건 조류충돌 시민 모니터링단
방음벽의 경우에는 위아래는 5cm 좌우는 10cm 간격으로 점 모양의 무늬만 넣어주시면 돼요. 그래서 대부분은 테이프를 사용하시거나 아니면 필름을 사용하시는데 그 5X10 규칙이 적용된 저감조치 테이프를 시공해 주시면 새들이 그 사이를 통과할 수 없다고 여겨서 회피해서 날아갑니다. 그 성격을 이용하는 거예요.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했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방음벽을 설치할 때부터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을까?
여쭤보니,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한 방음 패널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2021년 4월 제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페널티가 없기 때문에 시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디자인을 이유로 저감조치를 마음대로 시행해 최악의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그 예시가 바로 옆 아파트에 있었다.
▲희복 / 성난비건 조류충돌 시민 모니터링단
이미 저감조치가 적용된 패널들이 있는 건데요. 이 방음벽 회사는 이 패널을 처음부터 끝까지 쓰지 않고 드문드문 띄엄띄엄 사용하였습니다. 디자인적인 요소를 살려서.. 오히려 트랩입니다. 저감조치가 들어가 있는 방음 패널로 날아가다가 “여긴 못 가겠네” 하고 해서 밑에 있는 투명 패널로 들어가려고 시도를 하는 거죠.
실제로 이 방음벽 아래에 죽어있는 새들이 있었다.
심지어 한 개체는 까치에게 파 먹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방음벽의 투명한 유리창 부분에만 ‘충돌흔’이 선명했다.
▲희복 / 성난비건 조류충돌 시민 모니터링단
위에서 두 번째 칸과 네 번째 칸에 지금 남아 있는 게 충돌흔이고요. 저 충돌흔은 비둘기류들이 부딪혔을 때만 남는 거예요. 그러니까 새들의 깃털에 남아 있는 비듬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이제 유리 표면에 묻는 건데, 가령 그런 거죠. 사람들이 유리창을 만졌을 때 손가락 지문이 남는 것처럼 그 유분기가 먼지랑 같이 붙어서 남는 흔적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아파트 두 곳을 돈 뒤,
상태가 온전한 새 시체만을 세어본 결과,
멧비둘기 다섯에 흰배지빠귀 하나 직박구리 둘
이렇게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8마리의 새를 찾을 수 있었다.
▲희복 / 성난비건 조류충돌 시민 모니터링단
법률로 법제화가 되어 있더라도 민간 건축물에 대한 저감조치가 필수적으로 권고나 아니면 의무가 되지 않는 이상은 조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시민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제일 필요하고요.
그리고 혹시라도 길가를 지나다가 또는 내 아파트 방음벽 근처에서 유리에 부딪혀서 좀 해롱해롱하고 있거나 죽어가고 있는 새들을 발견하신다면 사진을 찍어서 네이처링 야생 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 기록을 해 주시면 됩니다. 그 기록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그 건물에서 얼마나 많은 그리고 그 방음벽에서 얼마나 많은 새들이 죽었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는 거고요. 그 데이터를 근거로 저감조치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는 걸 시청과 구청에 말씀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록을 모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인간의 ‘사소한 편의’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사소한 노력’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이다.
더 이상 방음벽이 새들의 무덤이 되지 않도록 이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각자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오늘 핑거이슈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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