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올해 62살인 소정호 씨는 광주 첨단지구 이주민 1세대로서 첨단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첨단지구는 최근 개발 붐을 타고 신흥 뉴타운으로 탈바꿈한 지역이지만, 첫 입주한 1995년 당시에는 주변이 온통 녹지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야산과 논밭이 어우러진 전원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계절마다 어느 곳에서 어떤 꽃이 피는지, 노거수가 몇 그루인지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마을 주변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무들을 살피고 꽃들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입니다.
◇ 노거수 위치와 내력 손금 보듯 훤해"봄에 매화를 보려면 남부대 부근 봉산공원이 명소"라고 언급한 그는 "산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꽃향기가 물씬 풍겨서 찾아보니 매화 다섯 그루가 있었다"라고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개발 전 원주민들이 마을 수호신으로 여겼던 수령 100년이 넘은 4그루의 보호수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노거수 위치와 내력을 손금 보듯 설명했습니다.
"응암공원 팽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라고 불러요. 쌍암공원 왕버들은 할아버지 당산나무라고 하지요. 첨단스포츠센터 부근 대상공원에는 애기단풍가 있지요. 굿마당 앞 삼나무는 100살이 넘었지만 아직 보호수로 지정되지 못했어요."
월계초교 건너편에는 개복숭아가 자라고, 호반1차와 라인아파트 주변에 마로니에 98그루가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숨은 보물을 발견한 듯 들뜬 표정으로 전해주었습니다.
그가 유난히 자연에 마음을 쏟는 것은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삭막한 도시에서 전원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나면 마치 고향 같은 포근함을 안겨주는 탓입니다.
◇ 한 달에 두 차례 모임 갖고 마을 답사그는 올해 2월 '첨단 소풍' 소모임을 결성해 마을 기록화 작업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박혜란 씨를 비롯 회원 7명 대부분이 마을기자단으로 함께 활동했던 주민들입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한 달에 두 차례 모임을 갖고 비아, 신창동 일대 마을 답사를 실시합니다.
지난 봄에는 '봄 마중 가는길' 투어를 갖고 남부대 주변에 핀 벚꽃 구경을 다녀왔습니다.
7월에는 비아오일장, 비아초등학교, 비아극장터, 비아막걸리 등 묵은 이야기가 깃든 장소를 향토사 전문가와 함께 둘러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연말에는 답사기를 모아 '첨단 속으로' 라는 제목으로 책자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문학에 심취해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도 문학서클에 가입해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합평회 때마다 동료들의 신랄한 지적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 올해 '첨단골 열린음악회' 20주년 '기대'그는 못다 이룬 문학청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필력을 가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쓰기 교실, 자서전 쓰기 교실 등을 찾아다니며 열정을 돋우었습니다.
이러한 학습활동은 마을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활약상은 '소정호TV'와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20주년을 맞는 '첨단골 열린음악회'가 다시 한번 주민들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대만큼 열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초창기 첨단 호수공원을 가득 채운 수많은 인파를 생각하면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정호 씨는 마을활동가로서 앞으로 하고자 하는 꿈이 많습니다.
첨단의 숨은 매력을 알리는 책도 내고 싶고, 마을방송국도 개국하고 싶습니다.
"마을활동가 활동을 한 번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생이 다할 때까지 오래도록 계속하고 싶습니다"라고 첨단지구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이어 "첨단지구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역사자료를 많이 남기고 싶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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