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 현대사 속 한국인의 모습과 표정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변화를 동시대인의 얼굴과 표정, 모습을 담아 기록한 인물화를 한데 묶은 대형 화집이 출간돼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화제의 신간은 '김호석 수묵화집 神'으로 김호석 작가가 쓴 글과 그림을 담은 260 x 360cm 판형, 384쪽 분량의 한정판(988부)으로 선출판사에서 출간됐습니다.
이번 대형 화집은 김호석 화백의 작품에 인간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치의 층위가 높게 발현되어 있고, 절제된 감정이 그대로 그림에 스며들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호석 화백은 수묵화 하나로 60여 년 외길을 걸어온 한국의 대표적인 수묵화가로 손꼽히며 현재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 작가입니다.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 측은 "그가 표현하는 작품들은 미술계의 표준이 됐고, 그가 추구한 작가 정신은 살아있는 정신으로 항상 모범이 되어 왔다"면서 "그의 수묵화가 초중고 교과서에 115점 이상 실린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의미를 살펴보면 사의, 여백, 진리, 홍운탁월, 이상, 정의 사소함, 이강, 광주, 대, 알 수 없음, 아무것도 아닌 것 등의 주제를 뛰어난 감각으로 재현해 작품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책의 목차는 △1979~2015 작품(미수록) △초상화(다산, 송담, 전장, 혜암) △모든 벽은 문이다 △빛 속에 숨다 △보다(2019) △사유의 경련(2021년) △검은 빛 △이강은 이강이다 △모르는 것을 그렸다 △검은 먹, 한 점(2023년) △알 수 없다 △사소한 △대 △수묵화가 김호석의 작가노트 △김호석 약력 △참고자료 순입니다.
정근식 서울대명예교수는 "김호석의 작품들은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동시에 농담과 여백을 통해 그 사물의 본성과 그것을 꿰뚫고 있는 역사적 시간의 의미를 추구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잊혀진 전통 창조적 계승한 모범적 창작활동
김호석 화백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암각화의 도상과 조형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학 재학시절 중앙미술대전에서 작품 '아파트'로 장려상을 수상(1979)했습니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화, 농촌 풍경화, 역사 인물화, 서민 인물화, 가족화, 성철 스님화, 선화, 군중화, 동물화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정신과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몰두해 왔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초상화 기법으로 현대 서민들의 얼굴을 그려 동시대의 표정을 생생히 살려 낸 점은 잊혀진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모범이라 하여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김호석전', 고려대학교 박물관 김호석 초대전 '틈', 제주 돌 문화 공원 오백장군 갤러리 '보다', 수피아 미술관 '석재문화상 수상작가전'을 비롯 27회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뉴욕 퀸즈 미술관, 아시아 소사이어티, 인도 역사박물관 등에서 개최한 300여 차례의 단체전 및 기획 초대전에 참가했습니다.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 미술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대표작으로 '역사의 행렬', '황희 정승', '그날의 화엄', '도약' 등이 있습니다.
특히 그의 그림 중 가족화 시리즈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섬세한 붓질과 과감한 생략이라는 상반된 기법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 잔잔한 감동과 함께 삶의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해 줍니다.
주요 저서로는 '문명에 활을 겨누다' 등 10권의 화집과 '모든 벽은 문이다', '한국의 바위 그림' 등을 펴냈습니다.
엮은 책으로는 '수녀님 서툰 그림읽기', '수녀님 화백의 안경을 빌려쓰다', '『사유의 경련', '이강, 이강은 이강이다' 등이 있습니다.
김호석 화백은 "작품을 마지막으로 완성시키는 사람은 관람자"라며 "저는 단지 작가의 의도를 말 할 뿐 관람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귀하게 모시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화백은 특히 표지작 '섬에 든 쥐'에 대해 "쥐가 좋아하는 먹이는, 하필 인간의 식량생산에 꼭 필요한 씨앗"이라며 "인간이 수확하고 저장하는 곡식과 옷 그리고 나무 상자 등 모든 것은 쥐의 이빨에 당하지 못한다"고 작품의 의도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의 약점에만 번뜩이고 자기 오류는 덮어 버리는 시류(時流)에서 쥐가 앞발과 머리에 힘을 주며 꼬리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라며 "아무 것도 아닌 이 자세, 쥐가 나에게 보여준 의미가 자못 궁금하다"고 독자와 관람객의 상상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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