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영국 조기 총선에서 제1야당 노동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뒀습니다.
14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영국 정치 지형이 급변하게 됐습니다.
경제 둔화와 고물가, 공공부문 실패 등으로 분노한 민심이 '변화'를 선택했고 2019년 총선 참패 후 중도 확장을 추진한 노동당의 전략도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5일 발표된 공식 개표 결과 하원 650석 중 2석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노동당은 412석으로 과반을 넉넉하게 확보했고,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끈 집권 보수당은 121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습니다.
투표율은 60.0%로 지난 2019년 총선 67.3%보다 낮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총선 최저 투표율은 2001년의 59.4%다.
노동당 의석 수는 토니 블레어가 이끈 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1997년 총선 의석수(418석)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습니다.
총선 직전보다는 211석 늘어난 큰 변화입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변화는 지금 시작된다"며 "우리는 혼돈을 끝내겠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다음 장을 시작하며, 변화와 국가를 일신하고 재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고 연설했습니다.
그는 5일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통해 총리로 공식 취임했습니다.
정권을 내준 수낵 총리의 보수당은 의석수가 250석이나 줄어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습니다.
보수당의 역대 최소 의석은 1906년의 156석(670석 중 23%)이었습니다.
수낵 총리는 5일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죄송하다. 여러분의 분노와 실망을 들었으며 패배는 내 책임"이라며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보수당은 최악의 참패로 인해 후폭풍에 직면했습니다.
수낵 총리는 간신히 자신의 지역구 의석을 지켜냈지만, 총리 사임을 발표하면서 당 대표 자리에서도 후임 인선 절차가 진행되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 그랜트 스 국방장관, 앨릭스 초크 법무장관, 루시 프레이저 문화장관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낙선했습니다.
내각 장관 최소 8명 낙선은 1997년 총선 7명 기록을 넘어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보수당 표가 대거 이탈하면서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71석을 얻어 3당으로 약진했습니다.
2019년 11석보다 크게 늘어났고, 2005년 총선의 62석을 넘어 1923년 이후 최대 의석을 확보했다. 출구조사(61석)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질리언 키건 교육장관을 비롯한 보수당 장관 의석 여러 곳이 자유민주당에 넘어갔고, 이번에 불출마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지역구도 이 당이 차지했습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는 출구조사 직후 "한 세기 내 최고 성적으로 향하고 있다"며 "보수당을 쫓아내고 나라에 필요한 변화를 일구기 위해 우리를 지지한 수백만 명 앞에 겸허한 기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의회와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당 돌풍 속에 영국의 극우당인 영국개혁당은 4석을 확보, 처음으로 총선에서 당선인을 내며 선전했습니다.
나이절 패라지 대표와 리처드 타이스 전 대표도 당선됐습니다.
패라지 대표는 13석으로 예상된 출구조사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엄청나다"며 "기득권에 대한 반란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 총선에서 제3당이었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9석으로 38석이나 쪼그라들었다. SNP가 보유했던 스코틀랜드 지역 의석은 대부분 노동당으로 넘어갔습니다.
SNP는 그동안 당 재정 유용 스캔들, 녹색당과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연정 붕괴 등 내홍을 겪어 왔으며 이번에 세력이 약화하면서 스코틀랜드 독립 여론에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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