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위원장은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이 전 대표가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에 참석했습니다.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방문이었고,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의견을 청취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행사 내내 인 위원장을 향해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를 뒀습니다.
앞서 여러 차례 이 전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밝혀온 인 위원장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이 전 대표와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곧장 상경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의사이기도 한 인 위원장의 면전에서 "여기서 내가 환자인가. 오늘 이 자리에 의사로 왔나"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곧장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공개 행사에서 일종의 수사적 질문을 던진 셈인데, 객석에 있던 인 위원장은 웃으며 "경청하러 왔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행사 후 취재진이 '진짜 환자'가 누구인지를 묻자 "좀 더 특정하자면, 인 위원장이 당에 쓴 약을 먹이겠다고 했는데 강서 선거에서 민심이 당이 싫어서 투표를 안 했다고 진단하면 오진"이라고 답했습니다.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인 위원장을 향한 이 전 대표의 태도는 처음부터 냉랭했습니다.
인사말 시작부터 그를 'Mr. Linton'으로 불렀는데 인 위원장의 영어 이름은 존 올더먼 린튼입니다.
이 전 대표는 이후에도 "이제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본다. 당신이 젊은 날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 민주주의 말이다"라며 영어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반드시 당신과 내가 공통된 의견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강서 선거에서 무엇을 배웠나. 강서 지역민들과 대화하고자 노력해봤나"라며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모든 해답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따르고, 갈등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거듭 인 위원장을 직격했습니다.
그는 "인요한 박사님한테 영어로 말씀드린 이유는"이라며 잠시 우리말로 설명할 듯하다가, 곧 다시 영어로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발 우리의 편에 서달라.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달라.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해달라 제발"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계속된 영어 발언에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며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인 위원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의지가 강해 보인다"고 묻자 "오늘은 들으러 왔다. 생각을 정리해 서울에서 이야기할 생각"이라고만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습니다.
자신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며 여권에 대한 거센 비판을 이어가는 이 전 대표와 이날은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서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신당 창당을 시사해온 이 전 대표는 이날도 국민의힘을 두고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며 "이제 엎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혁보다 혁명이 쉽다"라며 인 위원장을 향해 "혁명의 일부가 되시라(be part of it)"이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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