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초대석]파친코와 문화자본, 한류..정길화 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작성 : 2022-06-07 17:08:33

오늘 여의도초대석은 하나의 문화현상을 넘어 거의 점령 수준으로 확산한 한류, 그리고 OTT 얘기해보겠습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앵커: 먼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어떤 곳인지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길화: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인데요. 명칭이 다소 생소하게 들리실 분도 있겠습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고요.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합니다. 올해 19년이 됐습니다. 주로 수교 기념행사 등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을 하고 있고요. 한류 진흥을 위한 제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원래 MBC PD셨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인간시대',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좀 약간 선이 굵은 교양·시사 다큐를 연출하신 교양·시사 다큐 PD인데, 어떻게 이렇게, 어떤 계기로 한류 전도사가 되신 건가요?

 

정길화: 시사교양 PD로서 제가 나름대로 활동을 했고요. 그런데 한류의 시작을 보면 다 방송 콘텐츠였거든요. 그래서 뭐 가령 제가 연출했던 '한국인 멕시코 이민 100년 특집 프로그램' 같은 것도 멕시코에서 방영이 됐습니다. 그때 중남미 한류가 막 번지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제가 특파원으로 중남미 한류 관련 아이템을 좀 많이 취재하고 방송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귀국해가지고 박사 논문도 중남미 한류 현상을 주제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취재 경험하고 나름대로 현장 연구에 집중하면서 한류에 관심을 가진 한류 전도사라고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죠.

 

앵커: 책 얘기를 좀 해볼까요? 최근 인물과 사상사에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이라는 저서를 책을 냈던데, 대표저자로 이름을 올리셨는데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정길화: 저하고 도합 7명의 공저자가 참가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오징어 게임'은 작년 917일에 8편이 동시에 론칭이 됐어요. 그래서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돼 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뭐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죠. '오징어 게임 신드롬'인데, 그러다가 이 신드롬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또 한국의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 또 다른 오징어 게임을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데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고, 평소에 잘 아는 연구자하고 전문가들끼리 의기투합해서 공저로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앵커: 책 제목이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이렇게 돼 있는데, 어떤 점에서 오징어 게임이 콘텐츠의 혁명인가요?

 

정길화: 사실은 뭐 오징어 게임이 나왔을 때 이 현상에 대해서 주목한 것은 한국의 전문가나 언론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에서 주목을 했습니다. 특히 BBC'오징어 게임이 콘텐츠 혁명의 서막이다'라는 표현을 쓴 사실상의 시초인데요.

 

이 얘기를 하려면 어떤 점에서 혁명이냐 이런 점을 주목을 해야 될 텐데요. 일단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가 됐지 않습니까? 넷플릭스는 하나의 OTT라고 해서 Over The Top이죠. 이때 Top은 셋톱박스의 Top인 것 같고요. 직역하면 '셋톱박스를 넘어서' 이런 뜻이 될 텐데 한마디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말합니다. 이전에는 지상파, 케이블, IPTV, 이런 게 플랫폼이었다면 새로운 스트리밍 방식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기존에 지상파에서 이걸 본다면 방송 시간, 정해진 시간을 기다려서 이렇게 보고 이러지 않습니까? OTT 플랫폼은 그냥 원하는 시간에 몰아보기가 가능한 그런 상황이죠. 이런 어떤 새로운 플랫폼에 의해서 사실상 전 세계적인, 전 지구적인 히트를 친 초유의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이게 혁명적인 상황이 아니냐.

 

그리고 한국의 제작진이 만들고, 한국 배우가 나오고 한국말로 하고, 세계에서는 그걸 자막으로 보고. 일부는 더빙으로 이렇게 서비스된 나라도 있긴 있습니다만, 그래서 그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콘텐츠라면 당연히 할리우드 콘텐츠죠. 그런데 한국의 콘텐츠가 이런 전 세계적인 히트를 한다는 것은 정말 혁명적인 상황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주목을 했고요. 과정과 결과가 다 혁명적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내용이랑 형식 모두 혁명적이라는 건데, 부제를 보니까 또 '세계를 열광시킨 K-콘텐츠의 비밀'이라고 돼 있는데 그 비밀이 뭔가요? 궁금합니다.

 

정길화: 이제 플랫폼이라는 형식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을 드렸고요. 내용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오징어 게임은 사실은 456명이 게임에 참여해서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상금을 가져가는 이런 내용이지 않습니까? 이게 이제 그 전문용어로 '리얼리티 서바이벌 포맷'이라고 그럽니다. 그래서 장르상으로의 '데스게임'이라고 그러는데요. 말하자면 이제 살아남기 게임, 서바이벌 게임이죠. 실제로 세계적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유사 프로그램들이 이미 있습니다. '빅브라더'도 있고요, '서바이버'라는 프로그램도 있고. 이미 나와 있는 포맷인데, 대개 그런 프로그램들은 그 살아남는 그 양상 자체에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오징어 게임은 그 주요 인물들의 개별적인 그 스토리에 주목을 하고, 그로써 이제 시청자들이 몰입을 하게 되는 그런 구성을 하고 있죠. 그래서 이제 한국사회의 빈부 격차라든지 사회적 갈등, 신자유주의의 문제, 이런 것을 녹여 넣은 건데, 사실은 익숙한 포맷에 약간의 새로움을 더했다, 친근함에 새로움을 약간 더해서 새로운 어떤 창의성, 창의성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스토리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또 보편적인 소구력이 있었다. 이것이 말하자면 어떤 비밀이라면 비밀, 알지만 하기 어려운 게 비밀입니다, 사실. 그것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애플TV에서 '파친코'라는 드라마를 방영을 했잖아요. 이거 같은 경우는 한국말로 방송이 되긴 했지만 이민진 작가가 국적이 미국 국적이고, 영어로, 제가 기억하기로는 뉴욕타임스에서 발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어로 쓴 책을, 미국 사람이 어쨌든 영어로 쓴 책을 그것도 한류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요?

 

정길화: 한류의 개념과 정의는 학계가 합의한 정의가 있긴 있습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리에 수용되는 현상' 이렇게 보거든요. 한국의 대중문화라면 한국에서 만든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종전의 개념으로 말하면 '파친코'나 또 얼마 전에 있었던 '미나리' 이런 것은 사실 한류가 아닙니다, 고전적인 정의에 입각하면요.

 

특히 콘텐츠는 제작자, 제작사, 제작에 들어간 자본의 국적이 중요한데요. 오징어 게임 때도 넷플릭스가 투자한 거니까 이게 황동혁 감독에 이정재 배우가 나왔지만 미국의 콘텐츠 아니냐 그런 지적이 있었는데, 미나리나 파친코는 아예 거기서 더 나간 겁니다. 명백히 미국의 자본이나 미국의 제작 요소가 투입됐죠. 그래서 이거를 한류라고 말할 수 있냐는 지적은 온당합니다. 그런데 서사, 내러티브라 그러죠. 이야기의 본질은 지구촌 코리안의 이야기고요. 한국 배우가 대부분 한국말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질문 요지로 돌아가면 미나리나 파친코 같은 작품은 종전의 개념으로 엄밀히 말하면 이것을 한국 문화산업에 의한 콘텐츠, 즉 한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한류는 수용 현상, 받아들여지는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미나리는 한국 이민자들의 애환을 다뤘고요, 파친코는 또 재미 한국인이 원작자이고 3대에 걸친 선자 얘기, 준코 얘기를 다루는 한국인의 내러티브 서사입니다.

 

아마 시청자들은 전 세계 시청자들은 이들 작품을 한국의 이야기, 한국의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류에 대한 정의도 앞으로 좀 더 열려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제일 궁금한 게 한류가 왜 이렇게 급속하게 퍼지고 인기를 얻는 건지, 그 뭐 배경이나 이유 같은 거는 혹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정길화: 지금 그 부분에 관해서는 한국의 학계에서 한류 초창기부터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류의 성공 비결이 학계의 화두였는데, 지금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일단 한국 콘텐츠 업계의 치열한 내부 경쟁이 있었다.

 

그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K-POP은 유튜브, 드라마는 OTT, 이런 새로운 테크놀로지 한 플랫폼이 나오면서 여기에 잘 적응됐다는 거죠. 사실 K-POP이 유튜브의 덕을 봤다고도 할 수 있지만 유튜브도 K-POP 덕을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오징어 게임의 덕을 보고 또 애플TV는 파친코의 덕을 본 거 아니겠습니까? 상호 보완적이고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걸 들 수가 있고요. 그러면서 콘텐츠 산업계의 물적·인적 요소가 많이 투입된 겁니다, 그렇게 볼 수가 있고.

 

저는 또 하나 꼭 빠뜨리지 않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무엇보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나라입니다. 산업화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제공하는데 분명히 기여했고요. 민주화는, 민주화의 핵심은 또 언론과 매체의 표현의 자유 아니겠습니까? 특히 저희는 영화나 음반에 사전검열제가 있다가 1996년에 위헌 심판을 받으면서 이게 철폐가 됐습니다. 이런 어떤 표현의 자유가 만개함으로써 이런 그 세계인이 공감하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KBC도 비욘드 더 로컬, 지역을 넘어서를 슬로건으로 전국 그리고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지향을 하고 있는데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길화: 말씀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좋은 내용인데요. 진흥원 사업 중에 바로 지역문화의 국제문화교류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그래서 광주·전남권의 경우에는 담양의 사례를 들 수 있는데요. 담양군문화재단의 '담빛예술창고 프로젝트'라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희 지역문화 국제문화교류 지원사업에 선정이 됐고요. 이 담빛예술창고 프로젝트 같으면 창고를 개조해서 문화공간으로 만든 그런 곳이죠. 제가 직접 가봤는데요. 이 중국 광저우하고 국제교류를 하면서요. VR 가상전시관도 만들고요, 또 오프라인 실물 전시도 했습니다. 근데 코로나 기간이잖아요? 교류가, 직접 교류가 힘든데 양국 작가의 작품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교환하고, 그걸 출력해가지고 각각 현지에서 만드는 겁니다, 콘텐츠를. 그래서 아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게 작년에 지역문화 우수사업으로 선정됐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지역이 콘텐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콘텐츠를 발굴하고 여기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거죠.

 

가령 일본의 호고현에 기노사키 온천마을이 있는데요. 온천에 들어가면 뭘 못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물에 젖지 않는 소설책을 고안을 했습니다. 이게 '온센북스 프로젝트'라는 건데, 물에 젖지 않는 책이 있고, 또 책에는 또 콘텐츠의 내용이 담길 것 아닙니까? 이게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진흥원에서 하는 지역문화 국제문화교류 지원사업에서 이런 세계적인 히트작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우리 KBC에서도 여기에 주목을 해서 많이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고, 또 진흥원도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시간이 좀 지났긴 했는데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길화: 저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내년에 창사 20년을 맞이합니다. 창사 20년이면 저희가 제2창사를 선언해서 위상도 공직유관단체에서 기타 공공기관으로 승격될 예정인데요.

 

올해는 저희가 한국문화축제를 작년에 이어서 주최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하루 했는데, 올해는 한 일주일 동안(으로) 기간도 연장이 됐고요. 내용도 드라마와 K-POP을 다 합니다. '와서 머물러라.' 그래서 에딘버러 축제 같은 체류형 축제, 방문형 축제로 발전시키고 있고요.

 

또 한편으로 '신한류 문화다리'라는 행사가 있는데요. 이 행사는 작년에는 태국하고 몽골을 주제로 행사를 했습니다. 뭐냐 하면 한국에서 이들 나라, 신남방 국가, 신북방 국가를 주제로 한국에서 축제를 벌이는 겁니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스탄' 국가(국명이 '~스탄'으로 끝나는 중앙아시아 국가) 하나 하고요, 동남아 베트남하고 이렇게 주제로 또 한국에서 신한류 문화 다리를 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진흥원은 국제 문화교류와 한류진흥을 같이 하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교류 한류, 쌍방 한류, 공감 한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뭐 단순히 듣고 보는 것을 넘어서 참여하는 것으로까지 확대를 하시겠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뭔가 아이디어가 많으신 것 같은데 KBC와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실제로 좀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정길화: 네 맞습니다. 우선 MOU부터 시작해서 콜라보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사업들을 상호 모색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원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Hallyu, 한류. 명사. 한국의 음악·영화·TV 패션·음식 등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한국과 대중문화에 관한 국제적 관심 증가 현상.

 

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발간하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지난해 새로 실린 한류라는 단어의 뜻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한류라는 우리말이 그대로 새로 실릴 정도로 한류가 인정을 받고 있는 건데요.

가꾸고 지키고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여의도 광역방송센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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