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상 알린 독일 공영방송, '12·3 계엄 옹호 파문'

작성 : 2025-03-06 16:24:42 수정 : 2025-03-06 17:35:46
▲ 독일 ARD 운영 채널 누리집 '한국 속으로-미국·중국 그리고 북한' 다큐멘터리 갈무리 [독일 ARD]

독일 공영방송사 ARD·ZDF가 12·3 불법 계엄과 내란을 정당화하는 극우 인사들의 왜곡된 주장만 반영한 다큐멘터리를 온라인에 공개해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5·18기념재단은 독일 공영방송사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야당과 독일 교민들도 ARD에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6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ARD·ZDF가 운영하는 편성 채널 피닉스 누리집에 '한국 속으로-미국·중국 그리고 북한'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지난달 25일 온라인에 공개된 이후 독일 교민사회와 국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다큐는 ARD가 독일 프로덕션 피닉스에 위탁해 제작됐는데,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 독일 ARD 운영 채널 누리집 '한국 속으로-미국·중국 그리고 북한' 다큐멘터리 갈무리 [독일 ARD]

다큐는 한국 극우 유튜버의 발언을 인용해 "12·3 계엄령 선포로 청년들이 중국과 북한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다"고 호도했습니다.

중국과 북한(간첩)의 위협이나 선거 개입설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 '계엄령 선포는 무해하다고 왜곡'한 겁니다.

다큐는 국내 선거 감독 기관 서버의 보안 체계에 취약점이 있는 것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 없이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회의 경호를 위해 군인을 파견했다"거나 "계엄령 선포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비상사태였다"고 윤석열 대통령과 극렬 지지 세력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계엄령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명령 증언들이나 정치·언론 활동 금지 등을 다루지 않아 계엄을 정당화하는 잘못된 인상을 주는 겁니다.

정치 활동 금지 계엄 포고령 1조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권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위헌 그 자체'이고 계엄이 치밀하게 준비돼 실행된 정황 증거와 증언도 많은데 이를 전혀 다루지 않은 겁니다.

극우 세력이 일으킨 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묵인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풀리는 서사를 반복했습니다.

▲ 독일 ARD 운영 채널 누리집 '한국 속으로-미국·중국 그리고 북한' 다큐멘터리 갈무리 [독일 ARD]

5·18재단은 이 다큐가 위헌·위법적인 계엄령 선포를 미화해 독일인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며 주한독일대사관과 교민 사회에 경위 파악과 대응을 요청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을 파괴하려 한 윤 대통령의 군사 정변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정당화하고 헌법기관들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보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5·18재단은 ARD 특파원이었던 고 위르겐 힌츠페터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처음 보도한 외신 기자였는데, "ARD가 12·3 계엄 옹호 왜곡 방송을 하는 건 역사 부정"이라고도 꼬집었습니다.

한네스 모슬러(강미노)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 교수도 ARD 쪽에 서한을 보내 "계엄령 선포가 윤석열의 마지막 법적 수단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면서 사법부 전체가 편향됐다는 다큐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강선우 민주당 국제위원회 위원장이 ARD·ZDF에 보낸 항의 서한 [강선우 위원장]

강선우 민주당 국제위원회 위원장도 ARD·ZDF에 항의 서한을 보내 정정 보도를 요청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다큐가 윤 대통령 탄핵 지지 세력을 중국과 북한 지지라고 시사한 것은 왜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극단적이거나 편파적인 인물들만 인터뷰해 주류 의견으로 반영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외부 개입이나 선거 부정을 시사하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독일 ARD 운영 채널 누리집 '한국 속으로-미국·중국 그리고 북한' 다큐멘터리 갈무리. 사진은 전광훈 목사 [독일 ARD]

실제 이 다큐에는 전광훈 목사 등의 근거 없는 주장(북한과 중국의 해커가 대한민국 선거를 농단했고, 국회의원 절반이 부정선거로 당선)이 담겨 있습니다.

독일 교민들도 커뮤니티 등지에서 "ARD가 극도로 편향되고 왜곡된 방송을 하고 있다. 가짜 뉴스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선동하고 있다"며 사과 촉구와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피닉스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문제의 다큐는 이날 오전 9시 30분(독일 현지시간) ARD 편성 채널에 방영됩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