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호남회화연구소장 박종석 화백..'의병장 화가' 김도숙 평전 발간(1편)

작성 : 2024-03-23 08:00:02
호남 회화 500년사 인물 찾아 연구
관련 그림으로 호남 정신 뿌리 복원
'가석' 김도숙 의병장 삶 조명 '책 발간'
2022년 김도숙 일대기 대작에 담아 전시
"영산강이 낳은 은일지사 품격의 서화가"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총과 붓으로 항일 의병활동 '의병 서화가'

▲한국화가이면서 호남 역사인물 발굴 연구에 집중해온 '석주' 박종석 화백(왼쪽)이 호남 유일의 '의병 서화가' 김도숙을 찾아내 조명한 평전을 출간했다. 오른쪽은 박 화백이 그린 '의병지사 김도숙'(30,8X25,3cm, 수묵담채, 2022)

'석주' 박종석 화백은 호남회화 500년사 동안에 발굴한 의병장 등 역사 인물들을 연구하면서 연관된 그림 작품을 그려, 호남 정신의 뿌리를 복원해 온 화가입니다.

박 화백은 전남 나주문화원에서 주관하는 '나주의병의 기억을 걷다'라는 답사에 참가했다가 김도숙 의병장이 총과 붓으로 의병 운동과 항일 운동을 동시에 전개한 독특한 '의병 서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그는 '가석' 김도숙(金道淑, 1872~1943)의 삶에 천착해 그의 그림의 품격과 의병사 연구에 몰두해왔습니다.

박 화백은 "김도숙은 나주와 영산강이 낳은 은일지사이자 품격을 갖춘 사생취의의 서화가"라면서 "그의 숭고한 삶과 국권 회복을 위한 항일 투쟁의 삶을 살펴볼 때 호남의 유일한 '의병지사 화가'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종석 화백은 '김도숙 의병장은 총과 붓으로 의병 운동과 항일 운동을 동시에 전개한 '의병 서화가'라고 말한다. 사진은 박 화백이 공개한 호남의 의병장들.

이어 "김도숙은 작가로 알려진 바도 없고 또 해방 뒤 간행한 여러 종류의 미술사전 및 애국지사 유묵첩에서도 소개된 적이 없는 인물"이라며 "김도숙 의병장의 특별한 점은 그가 호남의 의병지사로 작품성이 뛰어난 서화가이기도 했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도숙은 <남호찬록>, <거의일기>를 기록한 의병장이자 <노안도>, <괴송도> 등 생동감이 뛰어난 회화작품을 남긴 화가였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화가의 시각으로 호남의병장의 품격을 되찾아 다시 그림과 글로 재조명해온 박종석 화백과의 일문일답을 소개합니다.

□ 화가의 관점에서 역사 인물 재조명

▲박 화백은 "김도숙은 의병활동을 기록한 서책을 남겼으며 <노안도>, <괴송도> 등 생동감이 뛰어난 회화작품을 남긴 화가"라고 말한다. 사진은 김도숙의 '괴송도'.

- 호남 역사 인물들을 조명하는 이유.

"후기 한말 의병장들은 모두 광주·전남에서 활동한 호남 의병장들이었습니다. 이들 의병장들은 서로 연합하고 독자적으로도 활동하면서 광주·전남에서 의병사에 빛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아직도 500년사를 집대성하려면 죽기 전에 써야 되는데 언제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하면 5천만 원 이상 들 것 같은데 하는데 때까지 하고 없으면 또 후학들이 해야죠."

- 언제 이 작업을 시작했는지.

"1992년도 대학원 논문 쓸 때부터 정해서 꾸준히 하고 있고요. 양팽손 그 다음에 '염재' 송태회 그 다음에 '석현' 박은용, '하석' 김도수 그 다음에 '사호' 송수면도 지금 일대기를 써야 되는데. 근데 제가 개인적으로 돈을 마련해서 책을 내야 되니까 쉽지는 않습니다."

-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협조는 없는지.

"전남 화순군하고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책 한 권 쓰려면 칼라판이라 한 1,500~2,000만 원이 들잖아요. 저는 어디서 지원을 안 받고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는데 그게 이제 지금 경제활동 안 한 지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김도숙 작 '갈대와 노안도'(10곡병풍, 1935년), 개인 소장

- 화가의 관점에서 인물 재조명을 하는 이유.

"그것은 제가 중학교 때 미술부 하다가 알바하면서 목각을 3년 했어요. 그리고 서예도 하고 문인화도 하고 한문도 했습니다. 화가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쓴 그런 체험에 대한 기록하고 평론가가 하고 보는 건 시각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화가 박종석만의 예술적 역사관은.

"저는 화가들 중에서 시서화 삼절에다 고문을 공부한 그런 시각에서 역사 인물이나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 저는 그런 소신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제가 평론가도 아니지만 그림 그리면서 이렇게 이 시대에 화가가 역사에 관심 갖는 그러한 부분은 단 1%라도 필요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한 것입니다."

□ 호남 의병 활동 화가 최초 발굴

- '의병장 김도수'는 어떤 인물인지.

"지금 전국에 의병 활동하면서 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한 최열 선생이 조사해놓은 것이 한 10명에서 8명 정도 돼요. 근데 호남에서 의병 활동을 한 화가는 이번에 최초로 발굴했거든요. 바로 김도수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스승이 누구인지 모르고 자력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말년에 영광에 은거하며 그린 그림이 너무너무 좋아요."

▲김도숙 작 '백매도'(10곡 병풍, 1939년)

- 아직 공식 조명된 적이 없는지.

"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김도수를 한말 화가로서 조명하려고 했는데 자료가 없으니까 이름 석 자만 김도숙이라고 쓰고 못 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7년 동안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해 갖고 작품을 12점 찾아냈습니다. 이번에 낸 책을 통해서도 작품이 이제 숨어 있는 작품들이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 역사적·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발굴을 한 것 같은데.

"저는 징검다리 역할만 하는 것이고 제가 해놓으면 다른 분들이 또 이제 후학들이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다른 후학들이 연구할 수 있는 자료만 수집해가지고 조금 튕겨만 주는 거예요. 전라도 말로 그 정도만 하지 제가 뭐 실력도 없고 지금도 공부하는 중인데요."

- 김도숙이라는 인물에 대해.

"제가 그 전에도 동학이나 이런 부분도 연구를 했지만 김도숙 선생님은 한말 후기 의병사에서 호남의 최초의 화가입니다. 그리고 글씨나 그림을 보면 의병 창날같이 예리합니다. 마지막에 <노안도> 같은 그림은 보면 대단합니다. 그 작품이 지금 광주에 제가 아는 선배님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도 병풍이 두 벌이 있어요. 그러니까 대단한 분인데 지금까지 거의 80년에서 100년까지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화가입니다. 그리고 우리 근대회화사에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작가입니다."

※ 이 기사는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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