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장흥의 백거이' 백수인 명예교수..글과 행동으로 민주화운동 앞장(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정년퇴직 후 고향 장흥에 안거하며 문필 활동과 사진 촬영으로 유유자적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그의 아호는 '장천(長天)'으로, 젊은 시절 원로 교수가 "'장흥의 백거이'가 되라"는 뜻을 담아 지어준 것입니다.
백거이는 중국 당나라 시대 유명한 시인으로 본명은 백낙천(白樂天)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아호를 쓰려고 보니 본래 의도와 달리 웅장하고 교만한 느낌이 들어 본인 스스로 '장천(章泉)-글샘'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골집도 '장천지가(章泉之家)'로 명명했습니다.
◇ 고택에서 발견한 상량문 연도 1659년
장천지가는 400년의 가족사가 담긴 오래된 집입니다.
80년대 낡은 고택을 허물고 새로 안채를 지을 때 발견한 상량문 연도가 1659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백 교수는 집안의 13대 종손으로, 조상들이 대대로 이곳에서 삶을 이어왔습니다.
또한 중농(中農)으로 비교적 살림이 넉넉해 선조들이 서책을 가까이 한 터라, 물려받은 한문 서적들이 한 보따리에 이릅니다.
고조할아버지는 서당 훈장으로 한시(漢詩) 시인이었고, 할아버지는 주역(周易)에 능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일제강점기에 광주사범학교를 다닐 정도로 지식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친은 해방 전후 혼란기에 좌익 세력에 휘말려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몸을 낮춰 살아야 했습니다.
취업 대신 고향에서 누룩공장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또한 아들 백 교수에 대해 어떤 해가 미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성장과정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아들에게 시인이 되라고 권유했습니다.
백 교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조선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해 교육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 학생처장·교육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 역임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잠시 교사생활을 하다가 1980년 3월, 조선대 교원(조교)으로 임용돼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같은 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타오를 때 조선대는 긴급조치위반으로 구속됐다가 복직한 임영천 교수를 중심으로 국교과가 선봉에 섰습니다.
그리고 임영천 교수를 비롯해 김수남, 최재희, 이성연, 김수중 교수 등이 시국선언에 나서며 대학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백 교수도 동참했으나 조교 신분이라는 이유로 명단에서 빠져 다행히 해직은 면했습니다.
이후 1982년 전임강사로 임명돼 교수로서 한 평생 문학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학자 겸 문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강의 과목은 문체론, 현대시론, 현대문학사, 현대문학강독 등 주로 시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학보사, 방송사, 영자신문 주간을 맡아 수년간 대학언론을 주도하는가 하면, 훗날 학생처장, 교육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대학행정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 강신석 목사와 5·18재단에서 활동
이처럼 대학교수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 사회 전반에 민주화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젊었던 백 교수는 '정치인이 되고자 했던' 마음으로 민주화운동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전교조가 출범하자 대학 내 후원조직을 만들어 지원했으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광주전남지회장을 맡아 혼란한 시국에 '촛불'을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에는 민교협 전국공동의장을 역임했습니다.
또한 김상곤, 황상익 교수 등과 함께 전국대학교수노조 발기인으로 참여해 활동, 교원 지위 향상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특히 5·18재단에서 이사장 강신석 목사와 더불어 재단 이사를 맡아 광주 오월정신을 전국화, 세계화에 힘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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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 지부장..혼란스러운 시국 속 '촛불' 들어
정치인 '꿈'..부친 뜻 따라 문학의 길로
13대 종손, 400년 이어온 터전에서 집필 활동
문장가 집안..물려받은 한문 서책 한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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