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日 출신 문화해설사' 다케다 지에미 "한국 역사 해설하니 이상한가요?"

작성 : 2024-08-23 09:11:15
- 한국인 남편과 결혼, 30년 전라도 생활
21년째 고인돌, 적벽 등 문화유산 해설
"화순, 자연 아름답고 인정 많아 살기좋아"
"해설사는 정년 없으니 늙어도 계속할 것"
[남·별·이]'日 출신 문화해설사' 다케다 지에미 "한국 역사 해설하니 이상한가요?"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전남 화순고인돌유적지 안내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다케다

전남 화순고인돌 유적지 입구 안내소에서 한 여성 해설사가 "어서오세요"라며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한국어가 유창해서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본인이 일본인이라고 소개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올해로 21년째 화순군 문화해설사로 일하는 다케다 지에미 씨입니다.

전남 농촌 지역의 다문화 여성 대부분이 동남아 출신인데 뜻밖에 일본인을 만나게 됐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선사시대 역사를 설명하는 문화해설사라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 결혼 전 나가사키에서 가이드 활동
다케다 씨는 1994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시댁인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 들어와 살게 됐다고 합니다.

결혼 전 그녀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가이드로서, 평화공원과 기독교 박해 유적 등을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마침 화순 도곡에 고인돌 유적지가 있어서 해설사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인 교사와 함께 고인돌 앞에서

외국인으로서 한국 역사를 해설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처음에는 한국어도 서툴고 지식도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방문객들은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알면 대체로 두 가지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어떻게 일본인으로부터 한국 역사를 배우느냐'는 쪽과 '일본인으로부터 한국 역사 설명을 듣는 것도 괜찮네'라는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요즘에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과거에는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냐'는 곤란한 질문을 할 때가 종종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본 사람이 왜 전라도까지 왔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며, 그럴 때마다 "한국 남자가 잘생겨서 여기까지 왔다고 대답한다"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 화순고인돌 크기와 양에서 압도적
그녀는 일본에도 고인돌 무덤이 있지만 화순과 비교하면 크기와 양에서 월등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큐슈 요시노가리 유적지 고인돌은 600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반면, 화순은 5㎞ 거리에 596기가 모여 있어 훨씬 집중도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전남 외국어해설사 역량강화 답사 장면

또한 일본 고인돌은 개석식(蓋石式)으로 크기가 작은 데 비해 화순은 한 개의 고인돌이 최고 280톤에 달해 엄청나게 커서 대륙의 기질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채석장 등 고인돌 제작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내용적으로도 압도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1년 전 처음 화순고인돌 유적지에 왔을 때는 유적지라는 느낌을 전혀 갖지 못했으나, 지금은 한눈에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걸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녀는 고인돌 유적지 뿐 아니라, 운주사, 적벽, 조광조 유배지, 쌍봉사, 공룡 화석지 등 화순 관내 문화유산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 가장 아름다운 곳은 화순적벽
해설 장소 가운데 가장 끌리는 곳을 묻자, 화순적벽을 꼽았습니다.

"경치가 아름답고 수몰민의 사연이 있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계절마다 다르고 하루에도 오전, 오후가 다르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할 여지가 많은 곳"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화순 적벽 풍경

최근 만난 일본인으로는 얼마 전 일본 동경고 역사교사가 목포에서 택시를 타고 화순까지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재일교포가 죽기 전에 고향을 보고 싶다며 순천 송광사와 화순고인돌을 방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인 방문객들은 대체로 운주사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특히 절에서 기(氣)가 느껴진다며 '좋은 기를 받고 간다'고 말하는 일본인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녀는 종종 정호승 시인의 시 '풍경달다'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직접 노래를 불러 들려주었습니다.

▲화순 운주사 석불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風磬)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風磬)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 '풍경(風磬) 달다', 정호승

그녀는 운주사에 오는 방문객들은 대부분 와불(臥佛)을 보고 싶어 하는데 산등성에 위치해 연로하신 분들은 오르기가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얼마 전 무더위 속에 일본인 부부가 와불을 보러 가고자 했으나 결국 포기했다"며 "그늘을 만들고 벤치를 놓아 쉼터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해설사 경진대회장에서

그녀에게 한국에 살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한국 사람들은 이웃끼리 서로 돕고 정이 많아 좋다"고 말했습니다.

화순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연이 아름답고 편안해서 살기 좋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해 20년 근속으로 전남도지사 표창
지난해 그녀는 두 개의 큰 상을 받았습니다.

외국인 해설사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과 20년 근속으로 전남도지사 표창장을 받은 것입니다.

▲전남도지사 표창장

해설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묻자 "강원도 평창올림픽 홍보단의 해설을 맡았는데 외국인이 고인돌 해설을 하니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고 감사의 말을 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본인 방문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며 "해설사는 정년이 없으니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