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가 동시 폭발해 3천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공격에 나선 것은 작전 발각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현지시각 17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세 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원래 현시점에서 무선호출기를 폭발하도록 할 계획은 아니었다며 이날 선택의 경위를 보도했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당초 무선호출기 공격을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면전의 시작을 알리는 기습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을 우려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대원들이 호출기와 유선전화를 찾자 이스라엘은 이를 역이용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 등을 심고 공격 기회를 엿봐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동 매체 '알모니터' 보도를 통해 이스라엘에서 헤즈볼라가 관련 작전을 눈치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알모니터는 헤즈볼라 대원 두 명이 최근 며칠간 무선호출기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은 16일 이 작전의 훼손 가능성에 대해 몇시간에 걸쳐 논의했고, 결국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당장 작전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공격 시점과 관련해 "써먹지 않으면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전했습니다.
악시오스는 또 이스라엘이 미국에 작전 착수 사실을 알렸지만,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공격 돌입 몇 분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 전화를 걸어 곧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습니다.
미국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기 위한 조치였지만 갈란트 장관은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알리지 않았고, 미국도 이를 심각한 통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지속돼 온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공방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18일 오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습니다.
헤즈볼라는 또 무선호출기 폭발에 대한 보복과는 별개로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과 계속해서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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