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전 의원(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은 지난 화요일(18일) 주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이 인천공항 탑승구에서 사라져 판문점 견학중 월북한 사건은 초현실적이고 영화 같은 장면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대미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는 킹 이등병을 통해 주한 미군의 전술적 측면 정보파악에 주력할 것이며, 북한 체제선전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김종대 전 의원은 오늘(20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트래비스 킹 이등병의 돌발적인 월북 사건의 배경과 파장에 대해 이같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먼저 주한 미군 병사가 판문점 견학 중에 월북한 사상 초유의 사건에 대해, "군사전문가로서 30년을 활동하면서 처음 접하는 황당하고 해괴하고 초현실적인 상황으로서, 앞으로 30년 후에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고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트래비스 킹 이병의 전력과 관련, "홍대 앞에서 민간인을 폭행하다 경찰에 연행되던 중에 경찰을 향해 욕을 하고 순찰차 문을 발로 차서 부수는 등 거듭된 일탈행위로 징계를 받아서 계급이 강등되었고 본국에 송환돼서 중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킹 이병이 지난 월요일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로 돼 있어서 출국 게이트까지 갔다가 이곳을 벗어난 과정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원래는 호송 요원들과 같이 갔는데 그 사람들이 탑승구 밖에서 비행기 타라 이렇게 말하고 가버리니까 킹 이병이 여권을 분실했다고 소동을 피우니까 다시 출국장 밖으로 내보내준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킹 이병이 다음날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경위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들어가려면 절차가 몇 단계가 있어서 각 단계, 단계마다 신원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거를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다"면서, "미군 당국에서는 미국으로 간 줄 알고 아무 조치도 안 했던 것 같다"고 허술함을 지적했습니다.
킹 이병이 투어가이드와 경비병 지도 하에 판문점 단체 견학을 하던 중 군정위 회의실 앞에서 돌연 하하하 웃으면서 북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에 대해, 김 전 의원은 "군정위 회의실 은 영화 JSA에서 남쪽 군인과 북쪽 군인이 마주 보고 있는 장소이고, 2018년에 김정은 위원장이 도보로 내려온 장소다"라며, "건물 밖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경비병 한 명이 배치돼 있지만 간단한 안내만 하는 정도여서 사실상 얼마든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018년에 판문점 선언이 있고 나서 공동경비구역에 중화기도 못 들어가고 경비가 완화된 상태에다가 팬데믹까지 겹치니까 최근에는 우리 측 관광 견학단이 가면 북한 병사들이 다 사라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킹 이병이 월북한 동기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분명히 미국으로 돌아가면 중징계가 예상돼 있는데 미국은 직업군인제라서 이렇게 중징계받고 군대에서 퇴출되면 장기 복무도 어렵고 연금혜택과 대학 진학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떤 도피와 자포자기의 심리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추측했습니다.
월북자들이 북에 가면 어떤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 전 의원은 "비자발적으로 온 경우에야 어떤 통제와 여러 가지 강압이 있겠지만, 또 대부분 재판을 열어서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이러는데 이거는 억류나 납치가 아니라 북한 측 입장에서 보면 귀순이기 때문에 대우가 좋을 것이고 영웅시될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현재까지 반응이 없는 이유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북한이 제일 황당한 사태일 것이다. 남측에서 저렇게 병사가 뛰어오는 건 처음 봤으니까 당황한 거는 북한이다"면서, "미국과 범죄인 송환 협정도 체결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는데, 일단은 코로나 후유증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북한에서는 한편으로는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서 보면 이런 복덩어리도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최근에 김영철 총 정찰국장이 현직으로 복귀를 해서 미국, 일본하고 마침 큰 판을 구상하던 터에 병사 하나가 왔으니 이거는 미국 정부가 북한하고 협상을 제안해 올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전에 없던 북한이 유리한 대화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변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이 우리는 한 개인이 아닌 3억 미국인의 안보를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일단은 월북한 병사의 신상이라든가 현재 신변의 안전이라든가 이런 문제는 정부가 확인하는 게 기본 책무다. 이거는 미국의 안보가 중요하냐 병사의 안보가 중요하냐 문제가 아니라 방치하면 정부의 임무를 직무유기한 것이 된다"고 사안의 본질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월북 사건이 경색된 북미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김 전 의원은 "지금 북한이 뭔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새로운 탐색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미국을 접촉할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유엔사 장성급 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거는 북한으로서 상황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고 사실 미국이 먼저 제안한 대화에 응하는 형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명분도 좋고 이렇게 보면 단절된 대화의 어떤 물꼬를 트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북한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양인이 월북을 하면 북한에서 체제 선전용 홍보영화배우로 활용하는 사례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선전 영화를 중시하는 북한에서는 서양 배우 수요가 굉장히 높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한 뒤, "지금 이 병사에 대해서 우선 검토할 것은 얼마나 많은 군사 지식이 있는가. 킹 이병이 전방 사단에서 근무한 기동대 출신이기 때문에 소부대 전술이라든가 또는 작전교리라든지 전술적 측면에서의 운용 실태, 비록 정보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정보들을 뽑아낼 것이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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