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최근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답안지 유출 사건'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학부모나 학교 관계자가 주로 범행에 가담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건은 학생 두 명이 직접 시험지를 빼돌려 더 큰 충격을 줬습니다.
범행 수법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컴퓨터에 능숙한 A군이 앞장서서 해킹 프로그램을 찾았고, B군은 그 뒤를 따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A군은 먼저 교사들의 노트북에 원격 제어가 가능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요.
한 번 설치만 성공하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다시 교무실을 찾지 않아도 노트북 안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지 않자, 이들은 방법을 바꿔 수 분 간격으로 노트북 화면을 캡처하는 악성 코드를 심었습니다.
이들은 이같은 방법으로 중간고사에서 7과목, 기말고사에서 9과목의 답안을 빼돌려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영어'를 제외한 대부분 과목의 답안을 손에 넣은 겁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수법은 치밀하고 또 대담했지만, 학교의 보안은 부실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해당 학교는 본관 2층과 4층에 교무실이 위치해있는데, 학생들은 새벽 시간 텅 빈 학교에서 자유롭게 두 공간을 오갔습니다.
배수통을 타고 창문을 통해 건물에 침입했지만, 보안 장치 또한 한번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중간, 기말고사 기간 동안 이같은 방식으로 교무실에 침입한 건 열 번이 넘습니다.
안일한 교사들의 태도도 논란입니다.
4개월 동안 10명이 넘는 교사들의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이 수차례 설치, 삭제됐지만 이를 눈치챈 교사들은 없었습니다,
또 일부 교사들의 경우 시험문제가 기재된 파일에 비밀번호 조차 설정하지 않아 원본이 그대로 유출됐습니다.
학생들의 수법은 빠르게 디지털로 진화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있었던 탓에 사상 초유의 시험지 유출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시교육청은 지역 고등학교들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허술해져버린 시험지 관리 시스템에 대한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입니다.
KBC 기자수첩 조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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