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을 터뜨린 벚꽃 가득한 4월, 대학가에는 학생들의 웃음꽃이 만개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지 3년 만에 다시 대면 수업이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새 학기 개강 후 한 달, 대학가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 캠퍼스 풍경
수요일 오후 1시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앞.
초록불이 켜지자 횡단보도는 금세 길을 건너는 학생들로 북적입니다.
수업 시간에 늦을세라 서둘러 이동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전남대 산업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은경 씨(23)는 대면 수업 재개 이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등굣길이라며 "점심·저녁 시간에 횡단보도가 꽉 차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년째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씨는 비대면 수업이 대부분이었던 작년, 재작년과 비교해 올해 달라진 학교 풍경을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근로장학생 출근으로 8시 40분 정도에 학교에 오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고 휑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면 많은 학생들이 걸어다니고 차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점심을 먹으러 학교 인근 식당에 가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며 달라진 풍경을 전했습니다.
-3년 만에 돌아온 대면 수업, 반응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조선대학교에 입학한 20학번 남준휘 씨(22)는 이번 학기에 사실상 첫 대면 수업을 맞았습니다.
남 씨는 대면수업을 듣게 돼 다행이라며 생기 가득한 강의실을 반가워했습니다.
지난 2년간 드물게 대면 수업이 있었지만 언제 다시 비대면으로 바뀔지 몰라 혼란스러웠고 출입명부 작성이나 손 소독 같은 방역 수칙으로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들어야 했다고 떠올렸습니다.
대면 수업으로 수업의 질도 더 높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동영상 강의나 실시간 화상 강의도 "여러 번 나눠 듣고,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예습·복습도 철저하게 하게 된다"며 대면 수업의 장점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학기 중에 치르는 시험도 비대면 수업 때는 "컨닝 안 하는 사람이 바보 되는 느낌이었다"며 이번 학기에는 공정하게 시험이 치러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습니다.
대면 수업 전환을 반기는 것은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종대 교수(화학과)는 지난 2년간 주로 동영상 강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비대면 수업의 고충을 밝혔습니다.
이번 학기 대면 수업이 재개된 이후로는 학생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학생들도 적극적인 질문 등을 통해 수업에 더 열의있게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비대면 수업 기간 동안 학생들 간 교류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었다며 학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해서도 대면 수업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 "코로나 이후 2번째 공연이에요." 북적이는 대학 동아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순차적으로 완화되면서 학생들 간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대학 생활의 추억거리인 오리엔테이션과 MT, 각종 동아리 활동 등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개강 이후 첫 야외 버스킹 공연을 마친 전남대 밴드 동아리의 멤버 박현우 씨(24).
지난 2년 동안 공연장 인원 제한과 폐쇄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변변한 공연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습니다.
방역 조치가 강화됐을 때는 공연 취소는 물론 동아리방까지 폐쇄돼 연습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회상합니다.
코로나19로 신입회원 모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존 회원들도 탈퇴하면서 지난해에는 2020년에 모집한 기수가 그대로 사라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공연이나 동아리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그 동안의 아쉬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학가 사장님들 숨통 트이나
전남대학교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고은성(23) 씨는 달라진 대학가의 밤 풍경이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영업제한시간 완화 전에는 상가들이 빨리 문을 닫아 어둡고 조용했던 거리가 이제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러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해 전보다 시끌벅적하고 밝아졌다"며 늦은 시간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정류장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학생들의 정상 등교와 함께 '출입명부(QR, 안심콜, 수기명부 등) 의무화 폐지', '방역패스 중단'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대학가 주변 상인들도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조선대 구내식당에서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한영복(32)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매출이 10분의 1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기였지만 어렵게 버텨냈고 새학기가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코로나 전 매출의 80% 정도까지 회복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대면 수업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대학가 주변 부동산도 올해는 자취생들이 다시 늘면서 계약이 크게 늘었습니다.
전남대 인근에서 5년째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송장규 씨는 작년에 비해 학생들의 계약 및 문의가 30%가량 늘었다며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상권이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남대 후문에서 곰탕집을 운영하는 손 모 씨는 지난 3월 한 달 매출이 두 달 전인 1월에 비해 15% 가량 올라갔지만 코로나 전 매출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다고 말했습니다.
손 씨는 "그동안 멍들었던 곳을 채우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양서은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조민주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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