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큐레이터는 연출가..유물에 사연, 생기 불어넣어”
- “세계를 홀린 영월 창령사 5백 나한..500년만의 신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
-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유물이 말을 걸어와..시공 초월 신비로운 희열”
- “각 지역별 국립박물관들 있어..일단 박물관 가서 보시길, 다가서야 가까워져”
서울 여의도광역방송센터입니다. 여의도 초대석 오늘은 우리 것, 우리 역사, 우리 유물, 박물관 얘기 해보겠습니다. 최선주 전 국립경주박물관장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유재광 앵커: 관장님 안녕하세요.
▲최선주 전 관장: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제가 지금 책을 들고 나왔는데 이게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라는 책인데 이게 지난 3월에 출간을 하셨고 7월에 3쇄를 하셨던데 잘 팔리고 있는 건가요.
▲최선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책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유물 이런 것에 대해서 제가 좀 느낀 소감이라든지 관람 방법에 대해서 다루었기 때문에 아마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습니다.
△앵커: 큐레이터 큐레이터 하는데 정확하게 큐레이터가 어떤 일을 하시는 분들인가요. 이게 버스 택시 이런 것처럼 이게 대체할 우리말이 없는 모양이죠.
▲최선주: 아니요. 우리말에 있습니다. 학예연구사라고 표현을 합니다. 박물관에도 있고 또 미술관에도 있는데 소장돼 있는 유물을 수집하고 또 조사 연구를 하고 또 그 유물을 중심으로 해서 전시를 기획하게 되죠. 전문 분야에 따라서 고고학이라든지 또 미술사 또 역사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분야별로 나누고 있고 또 최근에는 이제 교육을 담당하는 그런 에듀케이터 이런 사람들도 역시 그 포괄적으로 큐레이터 학예연구사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전문 지식 플러스 기획 능력까지 상당한 내공이 있어야 되는 것이네요.
▲최선주: 네. 그렇습니다.
△앵커: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부제가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인데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 좀 심오해 보이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최선주: 그 시간을 만지다 라고 하는 그 부제를 달은 것은 주로 박물관 큐레이터들은 과거의 유물을 다루기 때문에 과거의 유물을 현재적인 입장에서 다룹니다. 과거의 유물을 현재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또 미래에 넘겨주기 때문에 이것은 역시 큐레이터는 시간을 정말 다루고 시간을 만지고 또 현재로 연결. 미래로 연결시켜주는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 시간을 만지는 그런 사람들을 큐레이터로 제가 명명을 해 봤습니다.
△앵커: 이게 E. H. Carr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그런 것과 약간 일맥상통하는 게 있는 것 같네요.
▲최선주: 네. 그렇습니다.
△앵커: 이게 책을 보면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 첫 시작을 나를 큐레이터로 만든 은진미륵이라는 소제목으로 책을 시작을 하셨는데 은진미륵이 어떤 미륵인가요. 이게 관장님이 어떻게 큐레이터로 만들었다는 건가요.
▲최선주: 충청남도 논산 관촉사에 가보면 약 18m에 달하는 커다란 불상이 서 있습니다. 돌로 만들어진 석조보살상인데요. 제가 대학 2학년 때 첫 답사로 관촉사를 갔었는데 당시 보살상을 은진미륵을 설명했던 선배가 대단히 이 보살상은 크기만 컸지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아주 못생긴 그런 그 불상이다.
△앵커: 못생긴 불상이요.
▲최선주: 네. 제가 봤을 때는 정말 굉장한 어떤 조형물이 뛰어난 그런 상이고 또 정말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장식적인 요소라든지 이런 것들이 있는데 왜 저렇게 설명을 할까. 이런 생각을 갖고 공부를 하고 이제 또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 돼서 그래서 그 결과로 또 제가 이제 큐레이터가 됐는데 그래서 어쩌면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이 바로 제가 그 큐레이터를 만든 그런 그 보살상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서 책의 첫 번째로 그걸 쓰게 됐습니다.
△앵커: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한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2부 보면 특별전 이 땅의 특별한 이야기에서는 다시 만난 세한도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는데 세한 이게 논어에 나오는 말이잖아요. 한겨울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그런 뜻으로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쓰고 그린 그 세한도 맞는 거죠. 이거를 다시 만났다는 건 어떤 의미인 건가요.
▲최선주: 세한도는 정말 그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매우 크잖아요. 그런데 이제 이 세한도를 제가 그 학예사 초창기 때 전주 박물관에서 근무를 했는데 이걸 정말 개인이 가지고 있었서 어렵게 빌려와서 전시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가지고 있다가 2020년에 손창근 선생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이 세한도를 기증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기증한 그 기념으로 이제 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열었는데 그때 이제 23년 만에 다시 세한도를 보니까 그 세한도를 다시 보니까 정말 이 큐레이터가 어떻게 전시를 하고 어떻게 작품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같은 작품의 세한도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닿기 때문에 제가 다시 보는 세한도 이렇게 한 번 해서 표현을 해봤습니다.
△앵커: 이게 그냥 그림을 턱 갖다 놓는다고 끝이 아닌 모양이네요. 전시라는 게.
▲최선주: 그렇습니다. 박물관 큐레이터는 어떤 작품마다 그 내용을 설명을 해야 되고, 또 그걸 주제에 맞게끔 또 엮어 나가기 때문에 마치 영화감독처럼 큐레이터도 유물에 대한 감독이라고 생각을 연출가라고 생각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이른바 스토리나 내러티브 같은 거를 구성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네요.
▲최선주: 그렇습니다.
△앵커: 이게 3부 보면 박물관 숨겨진 이야기에서는 BTS가 만난 원랑선사 이 소제목이 눈에 띄던데 이것도 좀 같이 얘기해 주시죠.
▲최선주: 제가 이제 BTS가 만난 원랑선사 이렇게 했는데요. 중앙박물관에 가보시면 그 전시관 안에 원랑선사 비석이 서 있습니다.
△앵커: 원랑선사가 그런데 어떤 분이신가요.
▲최선주: 이 원랑선사가 이제 중국 당나라에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이제 우리나라의 선을 전파하고 아주 덕 높은 고수입니다. 그런데 이 BTS가 그때 유튜브로 주최하는 세계 졸업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오바마 대통령도 출연을 하고 그랬는데 BTS가 중앙박물관 원랑선사 탑 앞에서 비석 앞에서 그야말로 이제 공연을 하고 근데 이 원랑선사가 비석에 그렇게 이전부터 2005년 용산박물관에 개관할 때부터 있었지만 크게 주목을 못 받았는데 BTS가 이 공연을 그 비석 앞에서 한 뒤로는 많은 사람들이.
△앵커: 대박이 났네.
▲최선주: 네. BTS 공연했던 그 장소 또 그 비석을 이렇게 찾아옵니다. 그런 것을 봤을 때 어떤 유물은 때에 따라서는 어느 계기를 통해서 갑자기 이렇게 조명받는 그런 유물도 있다.
△앵커: 앞서도 인연 얘기 잠깐 했는데 유물도 때와 인연이 다 각각 있는 것 같네요. 말씀 듣다 보니까. 이게 말씀 듣고 보니 궁금한 게 우리나라에 국립박물관이 모두 몇 개나 되나요. 그리고 박물관마다 조금씩 특색이 다른가요.
▲최선주: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고 또 우리 중앙박물관 소속으로 13개의 각 지방박물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광주, 경주, 부여, 공주, 각 도회마다 한두 개씩의 박물관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광주박물관은 이제 광주, 전남 지역의 역사 문화 유적들을 유물들을 전시를 하고 있는데 이제 좀 더 도자 문화를 특별히 집중적으로 전시를 하자. 국립경주박물관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 또 금관들을 많이 전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역별로 차별성이 있는 전시를 만들자 이것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박물관들의 브랜드화 전략입니다.
△앵커: 지금 큐레이터로 30여 년을 보내셨으면 정말 많은 경험을 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 어떤 게 있을까요.
▲최선주: 영월 창령사 터에서 나온 5백 나한 전시입니다. 이 나한상은 한 오백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2001년 2002년에 발굴돼서 국립춘천박물관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2012년에 춘천박물관장으로 가서 그 수장고에 있는 나한상들을 조사를 하고 정말 이 나한상을 전시를 하면 세계적인 그런 유물이 되겠다. 그래서 그 전시를 제가 2019년에 중앙박물관에다가 전시를 하게 됐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전시를 보게 됐고 그 전시가 그 이후에 이제 호주 파워하우스에 가서 전시를 하고 또 미국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도 이 전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을 했습니다.
△앵커: 이게 개인적으로는 옛날부터 상당히 궁금했는데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편에서 서문에서 써서 유명해진 말이 있잖아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 같지 않다 라고 해서 상당히 인용도 많이 되고 유명해졌는데 이게 원래 정조 때 어떤 문인이 먼저 한 말이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그런가요. 알고 보면 일종의 환의심 경외심 이런 게 생기나요. 어떤가요.
▲최선주: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편안하게 전시를 보고 또 훑어보면서 정말 자기가 마음에 든 작품이 있으면 그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왜 이 청자 또 아니면 이 불상을 좋아하지 라고 반문해보고, 또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어떤 것을 느끼는가 이렇게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에 그 작품이 정말 스스로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질 겁니다.
△앵커: 작품이 말을 걸어온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저는 말로는 들어도.
▲최선주: 이제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주 그 작품 속에서 묻어나는 것이 있습니다. 한 번 생각을 하면서 호기심을 먼저 갖고 이 작품은 어느 시대 때 누가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 작품은 누가 사용을 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전래되어왔고 또 내가 이 작품을 대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까. 이렇게 자꾸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작품이 뭔가를 들려주려고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에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당신이 나를 보고 있으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이런 것들을 느끼는 그러다 보면 정말 희열을 느끼고 전혀 예상하지 않는 정말 들여다볼수록 거기에서 묘한 신비로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앵커: 말씀 듣다 보니까 약간 소름이 돋기도 했는데 지금 이 책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 이게 30여 년 큐레이터 생활에 일종의 총화로 만드신 책인 것 같은데 책을 써서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었는지 그리고 박물관을 아직도 좀 낯설어 하는 일반 시청자들께 한 말씀 같이 더불어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주: 박물관은 나와 관심, 관계가 없는 그런 장소로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이런 사람들에게 박물관의 깊은 이야기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 또 한 가지는 제가 2009년에 우리나라 박물관이 문을 열기 시작한 지가 딱 100년이 되는 해였거든요. 처음에 이제 창경궁 안에 제실박물관 문을 열었는데 그게 우리나라 첫 번째 박물관입니다. 2009년에 제가 박물관 100주년 기념사업팀장이 됐는데 그때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고 하면서 보니까 100년을 거쳐간 사람들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어요. 저도 30년간을 근무를 하고 떠나면 저에 대한 기록들 또 제가 박물관에 어떤 끼쳤던 일들이 있을 건데 그런 기록들이 없고 그래서 정말 그런 흔적들 경험들을 소중하게 글로 표현을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박물관은 이 책을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박물관은 어려운 곳, 숙제하는 곳이 절대 아닙니다. 요즘 박물관이 굉장히 이제 힐링의 장소 또 어떤 체험의 장소 또 사유의 장소로 이렇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멀리 있는 박물관부터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 있는 박물관부터 찾아가고 또 가까운 미술관을 이렇게 가서 보면 언젠가 점점 이제 넓혀가면 박물관 미술관 마니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앞으로 계획이랑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주: 네. 앞으로 그동안 현직에 있으면서 많은 글도 잘 못 쓰고 그랬는데 박물관을 좀 체계적으로 글도 많이 써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박물관의 속사정 또는 유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구성해서 한 번 써볼 생각이고 대학에서 이 박물관의 학을 박물관의 어떤 특징을 여러 가지 강의를 해볼 생각이고 또 여러 강연을 통해서 박물관의 재밌는 것들을 좀 알려줄 생각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박물관 전도사로 사시겠다는 것 같은데 앞으로 우리 역사 우리 유물 좀 더 많이 알려주실 수 있는 데 더 역할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장님.
▲최선주: 네 감사합니다.
△앵커: 이 책이 박물관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박물관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선주 관장이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서문에 담은 바람입니다. 사람도 인연도 돌아보면 소중한 것은 언제나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거기에 있는지 제대로 모를 뿐. 다가서야 가까워지고 가까워져야 사랑하고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가까운 박물관 한 번 가까운 사람 손잡고 가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광역방송센터에서 최선주 전 국립경주박물관장과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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