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온이 치솟으며 이른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입니다.
다들 어떻게 한 주 버티셨나요?
한 주 동안 일에 치이고 번잡한 도시생활에 녹초가 되고 나면, 주말만큼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죠.
무언가를 딱히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욕심에 눈을 돌려 봅니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전남의 숲속 어딘가.
그리고 그 숲 한가운데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독서에 푹 빠져보는 주말.
많은 사람들이 그리는 꿈같은 주말의 모습일 텐데요.
곡성의 한 숲속 골짜기 독립서점에서 이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강을 건너고 산을 올라서 서점을 찾아가는 길.
화창한 날씨까지 어우러지며 서점으로 향하는 길마저 나들이길처럼 느껴지는데요.
언제쯤 서점이 보이나 싶을 무렵, 독립서점 '품안의 숲' 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숲속 한가운데 홀로 자리 잡아 얼핏 전원주택처럼 보이는 건물인데요.
이처럼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골짜기에 서점을 만든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핑거이슈(이하 핑):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참들(품안의 밤/ 숲 사장): 곡성에서 품안의 밤, 그리고 품안의 숲. 품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참들이라고 합니다.
△핑: 책방 소개를 해주세요.
▲김참들: '품안의 숲'은 곡성 도깨비마을 옆에 있는 작은 책방이에요. 깊은 산속에 있어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감성적인 책방입니다.
서점 운영에는 동화 작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접하게 된 배경이 있었다고 하네요.
▲김참들: 바로 옆 도깨비 마을에 저희 아빠가 계세요. 이곳에 집이 빈다는 것을 듣고 매입을 하고 뭘 할까 생각을 했어요. 도서관을 할까 책방을 할까 고민했는데 수입이 나지 않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웃음)
△핑: (웃음)아무래도 경제적인 것도 중요하니까..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독립서점과 북카페보다 동화의 비중이 높았군요.
▲김참들: 저도 어렸을 때 동화책을 많이 보기도 했고 아무래도 아빠 영향이 크죠. 아빠가 내신 동화책들도 이쪽에 있고요.
책장 한 줄을 차지한 동화책들에서 부녀 사이의 끈끈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핑: 찾아오는 길이 좀 험했어요. 이런 시골 골짜기에 자리 잡으신 건, 도깨비 마을 옆에 있어서 우연히 발견하신 건가요?
▲김참들: 도깨비 마을은 아이들의 체험학습 장소이기도 한데요. 저희 가족이 쭉 주말에 머물던 곳이기도 해요. 원래는 이 집도 이렇지 않았는데, 자연을 느끼고 싶어서 이렇게 통창을 만들었어요. 가구들이나 책장 같은 것도 자연에 가장 가까운 소재를 사용하고 싶어서 우드 소재로 채웠고요.
△핑: 북카페 '품안의 숲' 말고도 '품안의 밤'이라고 숙박 공간이 있다면서요?
▲김참들: 제가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를 처음에 생각하고 오픈을 했어요. 그런데 오픈 당시 코로나가 터졌거든요. 손님이 조금씩 줄면서 지금은 독채 숙소 겸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핑: 북카페 '품안의 숲'부터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김참들: 여기는 북스테이로 이용하는 게 가장 메리트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오신 손님 중에는 와인 몇 병 이렇게 챙겨오셔서는 마감시간이 끝나자마자 한 상 차리기 시작하셨고요. 잠옷을 입고 술 파티를 하며 엎드려 책도 읽고. 나중에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뿌듯하더라고요. 이거지라는 생각도 들고..
△핑: 이 공간을 그렇게 좀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셨나요?
▲김참들: 책 여행을 오시기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술도 마시고 책도 읽고 (웃음) 이 책방에서 하루를 우리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참 낭만적인 것 같고요.
△핑: 저번에 놀러 왔을 때 기억이 남던 게 SNS에 사진이 올라온 거였어요. 어떤 계기로 손님들의 사진을 직어주시게 되신 거죠?
▲김참들: 누군가의 예쁜 한순간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게 참 아쉬운 거에요. 그 순간 딱 (카메라를) 들어서 찍는 것. 전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책 읽다 보면 아무래도 사진을 남길 시간도 없고 혼자 오신 분들도 있어서..부담되지 않을 선에서 찍어두고 가실 때 에어드랍으로 보내 드린다고 이야기하는 거죠.(웃음)
△핑: 저는 SNS 보면서 그게 정말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런 장면을 올리고 그에 대한 사장님의 마음, 느낌을 올리시는데 와닿았어요. 그 순간을 항상 남기고 계시는구나 싶어서 좋은 공간으로 생각됐어요.
▲김참들: 열심히 해야겠네요.
△핑: 책을 샀을 때 예쁘게 포장해 주시고 타자기로 글귀를 적어주시던데 왜 타자기였는지도 궁금했어요.
▲김참들: 이런 게 제가 좀 운명이라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이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공간 기획팀으로 있었어요. 당시 회사에서 운영하던 카페 하나가 타자기로 뭔가를 써주는 카페였어요. 자연스럽게 제가 봤던 게 그거였고, 여기에 와서 책갈피 같은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타자기가 불현듯 떠오르면서 이걸 책갈피로 해서 직접 쳐서 드리면 더 특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핑: 앞으로 서점이 손님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으시겠어요?
▲김참들: 공간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목표가 있었어요.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는 게 늘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언제든 와서 쉴 수 있고 내가 힘들 때, 좋을 때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핑: 올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으세요?
▲김참들: '품안의 밤'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오시면 같이 그림일기 그리며 이야기 나누고 식사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프리랜서 분들만 한번 모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워케이션처럼.
△핑: 사실 제가 이 공간을 너무 소개하고 싶었어요. 오늘 기회가 되어서 너무 좋네요.
▲김참들: 오늘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든 오세요.
조용한 환경 속에서 좋아하는 책에 빠져 보내는 휴식의 시간, 누군가에겐 매우 절실하고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죠.
수도권을 시작으로 최근 광주와 전남 지역에도 작은 독립서점과 북카페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서점들을 방문해 잊혔던 책과의 사랑을 다시 떠올리고, 소홀했던 일상을 재점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핑거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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