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무등사계' 전통주 장인 노진양 "술은 최고의 묘약, 술 없었다면 우울증 걸렸을 것"(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저에게 술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어요. 만일 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우울증에 걸렸을 거예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34살 때 남편이 암에 걸리자 건강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궁극에 발효주 빚는 법을 배우게 된 전통주 장인 노진양 씨.
노 씨는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에 '자헌연구소'를 열고 전통주 개발과 후진 양성에 힘쓰며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필자가 지산유원지 아래 자헌연구소를 방문한 날,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옜습니다.
하지만 무등산 자락에는 따스한 봄볕이 스며들어 목련과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 향연이 한창이었습니다.
◇ "술에는 주인(酒人)의 인성이 녹아 있어"
문 앞에 남편과 함께 마중 나온 노 씨는 필자를 반갑게 맞으며 연구소로 안내했습니다.
노 씨는 고흥 강의를 앞두고 시연에 필요한 밑술을 담그는 중이었습니다.
"술에는 주인(酒人)의 인성이 녹아 있습니다. 고두밥을 몇 번 하느냐에 따라 술맛이 달라집니다.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빚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성격과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노 씨의 술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노 씨가 술을 빚기 시작한 지는 올해 25년째입니다.
그 전에는 전통음식 요리에 푹 빠졌습니다.
남편이 42살 때 암에 걸리자 자연식 요법을 찾아 나선 게 요리를 접한 계기였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겨우 초등학교 5학년, 1학년이었고 저 사람이 없으면 내가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방송이고 책이고 몸에 좋다는 음식은 전부 찾아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전국을 다니며 식재료를 구했죠"라고 회상했습니다.
유기농 채소를 먹이기 위해 텃밭에서 각종 야채를 직접 기르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90년대 중반 광주에 대형백화점이 들어서면서 문화센터가 개설됐습니다.
노 씨는 남편 때문에 건강식, 사찰음식에도 관심이 많던 터라 일주일에 하루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음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최영자 선생으로부터 전통음식 요리법 배워
그 곳에서 폐백음식에서부터 사찰음식, 제과제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리를 습득했습니다.
그리고 '전라도음식보존연구회'에 참여해 인간문화재 최영자 선생으로부터 전통음식 요리법을 전수받았습니다.
노 씨의 이러한 정성 어린 노력 덕택에 남편은 암 완치 판정을 받아 지금껏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1998년 어느 날, 전통주 수업에서 전통주 대가라 불리는 박록담 선생을 만나 전통주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날로 술 빚는 매력에 빠져 일주일에 한 번 전통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기초부터 연구반, 지도자반까지 모든 과정을 수료하고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술을 빚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노 씨가 처음 배웠던 술은 4월에 연한 새살이 돋아나는 소나무 새순으로 빚은 송순주였습니다.
노 씨는 "아직도 그 때 빼곡 적은 레시피를 갖고 있을 정도로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다"며 "지금도 서로 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좋은 재료가 있으면 보내드리기도 하면서 막역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꽃술, 곡주보다 빚는 즐거움 커
25년간 술을 빚어온 노 씨를 지역에서 입소문이 나게 만든 술은 바로 '무등사계'라는 백화주입니다.
백화주는 100가지 꽃을 지칭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꽃을 이용해 빚은 술 혹은 그 계절에 만개한 꽃을 활용해 빚은 술을 뜻합니다.
노 씨는 "전통주는 곡물로 만드는데 1년 내내 같은 술을 빚다보니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꽃술을 담그기 시작했다"면서 "봄이면 매화부터 복숭아꽃, 살구꽃, 탱자꽃, 제비꽃, 아카시아, 국화 등 다양한 꽃을 이용해 술을 담그다 보니 지금의 '무등사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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