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한글서예 운동가' 정훈섭 목사 "서예는 우리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교육 방법"(1편)

작성 : 2024-10-19 09:30:01 수정 : 2024-10-19 15:10:32
한글,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
초등 5학년부터 붓글씨 배우면 '효과적'
'완전흘림체'까지 5~7년이면 마스터
"시·도에 한글연구소·서예센터 개설해야"
[남·별·이]'한글서예 운동가' 정훈섭 목사 "서예는 우리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교육 방법"(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 중인 정훈섭 목사

수도권에서 살다가 신앙의 뜻을 이루기 위해 민들레 홀씨처럼 남도로 내려와 정착한 정훈섭 목사.

그는 전남 화순읍에 둥지를 틀고 10여 년 동안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묵묵히 지역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남도땅에 발을 내디딘 곳은 녹차의 고장 보성.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은 지인과 더불어 기독교 100년 인재 양성을 위한 기독교형 대안학교 설립과 그리스도교 영성훈련원 설립을 위해서였습니다.
◇ 화순에 머물며 서예에 심취해

그런데 이 일들이 지연되면서 마침 비어 있던 화순읍의 친척 집에 눌러앉아 지금까지 살게 됐습니다.

정훈섭 목사는 화순에 머물면서 서예에 심취해 수년간 한글서예를 연구하면서 한문(漢文)서예와는 다른 한국의 얼과 한글의 우수성을 깨닫고 '한글서예' 운동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를 화순문화원에서 만나 '남도살이'에 대한 느낌과 한글서예 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한글서예의 특징을 설명하는 정훈섭 목사

- 화순에 둥지를 틀게 된 계기

"서울과 의정부 등 수도권에서 살다가 대전에서 잠시 거주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2003년 보성까지 내려온 이유는 기독교 100년 인재 양성을 위한 기독교형대안학교 설립과 넓은 의미의 그리스도교 영성훈련원 설립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일들이 지연되고 있던 차에 화순에 살고 있던 친척의 아파트가 비어 있어서 그 집에 들어가 머물게 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 한글서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2010년 1월 한문서예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부터 펜글씨의 날렵하고 멋스러운 서체에 매력을 느낀 터라 붓글씨도 잘 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예를 접하면서 문득 한글서예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서예학원은 대부분 한문서예 위주여서 한글서예를 가르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글서예를 체계적으로 전공한 분을 알게 되어, 한글서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한글서예의 그윽한 경지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글서예야말로 한국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교육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자신의 서예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훈섭 목사

- 서예에 대해

"서예란 문자를 중심으로 종이와 붓, 먹 등을 이용하여 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시각예술입니다. 한문서예, 한글서예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펜글씨, 캘리그라피도 서예로 볼 수 있습니다. 펜글씨는 과거에 펜촉으로 한문, 한글 궁서체 등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많이 썼습니다. 캘리그라피는 개성있고 자유로운 글씨이며 펜이나 붓으로 씁니다."
◇ '봉서체' 한글서예의 꽃이자 미의 극치

- 한글서예의 종류

"한글서예의 대표적인 서체로 서간체, 판본체, 궁서체 3가지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궁서체는 정자, 반흘림, 흘림, 완전 흘림(眞흘림) 4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진흘림체로 봉서체가 대표적인데 이는 한글서예의 꽃이자 미의 극치로 불립니다. 봉서체는 조선 궁중에서 왕, 왕비가 사적인 서신을 신하에게 전할 때 그 내용을 서예전담 궁인이 정리하여 쓴 글로 궁중의 특수 용어로 쓰였습니다."

▲한글서예, 한문서예, 인문화 3가지 장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정훈섭 목사의 '3체상' 수상작

- 서예를 배우는 순서

"어릴 때는 먼저 펜글씨를 배우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펜글씨는 자신의 생활글씨도 훌륭해지고, 한글서예뿐만 아니라 모든 서예의 기본이 됩니다. 한문서예는 5체(전, 예, 해, 행, 초)와 추사체가 있는데 해서, 행서가 기본이고 그 후 예서나 전서를 배우면 좋습니다. 하지만 이를 다 배우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한글서예는 궁서체부터 배우되 정자, 반흘림, 흘림까지 3년에 배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완전흘림까지 더 하면 5~7년이면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이후 판본체를 배우고 맨 나중에 서간체를 배우면 좋습니다."

▲정훈섭 목사가 공부한 한글서예 연구서들

- 바람직한 서예교육에 대해

"초등학교 4학년 때 펜글씨로 기본을 다지고 5학년 때부터 붓글씨를 배우면 효과적입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 때문에 시간여유가 없으므로 대학에 입학해서 서예 전반을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 서예는 수도자의 정신수양과 창작에 도움

- 한글과 한글서예의 관계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입니다. 한글날 기념행사만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한글의 보존은 한글서예를 진흥할 때 한국의 얼과 정신을 가장 잘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한글서예 진흥을 위해 각 시·도에 한글연구소와 한글서예센터를 개설해 모든 국민들이 한국의 얼을 익혀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사라져가는 선비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 서예와 종교의 관련성

▲정훈섭 목사가 서예대전에서 받은 상장들

"한국의 종교 영역에서 서예, 특히 한글서예는 매우 중요합니다. 서예는 수도자의 정신수양과 창작의 기쁨이 될 수 있고, 종교와 신학의 한국적 토착화에 필수적입니다. 수도원은 대부분 베네딕도 수도 규칙서에 따라 기도와 노동을 강조하는 데 한국적인 문화예술의 정신으로서 서예가 있으면 가장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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