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소설가 문순태 씨가 전남 나주 영산포 '타오르는 강 문학관' 개관을 맞아 시집 『타오르는 영산강』(문학들刊)을 펴냈습니다.
'타오르는 강 문학관'은 1886년 노비세습제 폐지부터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영산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민초들의 삶을 형상화한 문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전9권)에서 영감을 얻어 나주시가 지난 10월 4일 개관한 것입니다.
18년 만에 낸 이번 네 번째 시집에서는 올해 봄 전남 담양 생오지에서 영산포로 거처를 옮겨 온 후, 영산강에 대한 감회를 노래했습니다.
◇ 생명력 넘치는 영산강에서 영감받아작품의 고향을 따라 영산강으로 옮겨 온 문 작가는 요즘 생명력이 넘치는 영산강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영산강의 흐름을 따라서 삶의 마지막 길을 걷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놨습니다. 그는 이것을 "인생의 정리가 아니라 인생의 완성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산강을 따라 걷는다
갈 곳을 잃은 사람에게
강물은 길이 되고
동반자가 된다
강의 마음으로
낯선 길 따라 걸으며
때 묻은 시간 헹구고
헛된 욕심 흘려보내고 나니
원한도 미움도 물거품 되고
발걸음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이제 서두르거나
미련 쌓아 올리지 않고
강과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더 깊고 푸르다
강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날개 펴고 하늘에 올라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
꿈을 쫓아가는 것
-시영산강을 따라 걷다
◇ 영산강 바라보며 또 다른 자아 발견강은 높고 낮음이 없는 수평세상을 이루고 높은 곳보다 낮은 세상을 지향하고 비어 있는 것들을 가득 채우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 작가는 종일 영산강을 바라보기도 하고 강을 건너고 영산강변을 거닐면서, 강의 흐름을 통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1부의 시들은 새끼내 웅보 씨처럼 소설 『타오르는 강』을 쓸 당시 느꼈던 시상들을 정리한 것들과 2024년 영산포로 옮겨온 후에 쓴 시들입니다.
2부 '홍어' 는 세 번째 시집 『홍어』 이후에 쓴 홍어 시들이며, 3부 '시간의 끝'에서는 그동안의 삶의 흔적들을 돌아본 것, 4부 '5월의 그대'는 젊었을 때 써두었던 연시들을 모은 것입니다.
◇ "영산강은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문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영산강은 마지막 내 삶에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팀 보울러 소설 『리버 보이』에서 손녀 제시가 만난 소년(소년 시절의 할아버지)이 된 기분이기도 하다. 죽음을 앞두고 고향에 있는 강의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할아버지를 따라 온 손녀는 신비한 한 소년을 만나는데, 그 소년은 바로 과거의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나도 영산강에 온 후부터 소설 속에서 할아버지가 변신한 소년이 된 기분이다."고 소회를 말했습니다.
한편 문순태 작가는 1939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59년 <농촌중보> 신춘문예에 소설 소나기 당선, 1965년 『현대문학』에 시 천재들 추천,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 백제의 미소 당선으로 등단했습니다.
주요 소설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 『철쭉제』 『징소리』 『된장』 『꿈꾸는 시계』 『인간의 벽』 『울타리』 『생오지 뜸부기』 『생오지 눈사람』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걸어서 하늘까지』 『그들의 새벽』 『41년생 소년』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 대하소설로 『타오르는 강』(전9권), 시집으로 『생오지에 누워』 『생오지 생각』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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