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여수세계엑스포는 여수를 세계에 알린 역사적 무대였습니다. 그러나 엑스포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내년 세계섬엑스포 개최를 앞둔 지금, 여수는 엑스포장 사후활용 해법 모색과 세계섬엑스포 성공 개최라는 두 가지 과제에 동시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KBC는 유럽 도시 사례를 통해, 여수가 지속 가능한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4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여수를 세계에 알린 2012세계박람회...그러나 지금은

2012여수세계엑스포는 여수를 세계에 알린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엑스포가 끝난 뒤 그 중심 무대였던 엑스포장은 10년이 넘도록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정체돼 있습니다.
시설은 남았지만 기능은 약했고, 공간은 있었지만 일상과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지금 여수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이 엑스포장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입니다.
2026 세계섬엑스포를 앞둔 지금, 여수는 또 하나의 대형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엑스포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엑스포장의 사후활용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2012여수세계엑스포장 사후활용 없이 세계섬엑스포의 성공을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2012여수세계엑스포장은 왜 멈춰 섰나

여수세계엑스포장 사후활용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엑스포 이후 공간을 어떤 도시 기능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전략이 부족했습니다.
관광, 문화, 마이스, 해양산업 등 여러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하나의 축으로 묶이지 못했고, 엑스포장은 '이벤트가 있을 때만 쓰이는 공간'으로 남았습니다.
엑스포장이 상시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방문 동기는 약해졌고 민간 투자 역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공간이 비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엑스포장은 도시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관리 대상 시설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라고사·니스·칸·모나코가 보여준 공통 해법

KBC가 취재한 해외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사라고사는 엑스포 이후 공간을 시민의 일상과 컨벤션 기능으로 흡수했고, 니스와 칸은 해안을 관광 명소가 아닌 체류형 산업 공간으로 재편했습니다.
모나코는 국제행사를 반복적으로 연결해 도시 브랜드를 연중 고정했습니다.
이들 도시의 해법은 단순합니다.
국제행사 이후 남겨진 공간을 비워두지 않고 특정 기능을 중심으로 상시 가동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공간이 매일 쓰일 때, 투자가 따라오고 도시의 활력이 유지됐습니다.
◇여수세계엑스포장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여수세계엑스포장 사후활용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모든 기능을 다 담으려 하기보다, 엑스포장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첫째, 엑스포장은 연중 가동되는 해양·마이스 거점으로 재편돼야 합니다.
국제회의, 해양 포럼, 콘텐츠 전시가 상시적으로 열리는 구조를 만들고, 엑스포장이 늘 '무언가 진행 중인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엑스포장을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열어야 합니다.
산책과 휴식, 문화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생활 공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엑스포장은 다시 비게 됩니다.
공간의 생활화 없이는 어떤 산업 전략도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엑스포장과 해안, 도심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야 합니다.
엑스포장이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는 한, 사후활용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해안과 도심, 교통과 숙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세계섬엑스포는 엑스포장을 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2026 세계섬엑스포는 또 하나의 대형 국제행사입니다.
그러나 세계섬엑스포의 진짜 역할은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2012여수세계엑스포장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촉매제가 돼야 합니다.
세계섬엑스포의 전시와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는 엑스포장에 상설 콘텐츠로 남아야 하고 섬과 해양을 주제로 한 국제 포럼과 문화 행사는 엑스포장을 거점으로 반복 개최돼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섬엑스포는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엑스포장 재생의 시작점이 됩니다.
◇글로벌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여수의 조건과 가능성

여수가 글로벌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은 이미 충분합니다.
365개의 섬과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 도심과 맞닿은 바다, 그리고 세계엑스포를 치러낸 경험과 인프라는 다른 해양도시가 쉽게 갖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문제는 자산의 부족이 아니라, 이 자산을 어떻게 하나의 전략으로 엮느냐에 있습니다.
여수의 바다는 여전히 '풍경 중심 관광'에 머물러 있습니다.
글로벌 해양관광도시는 바다를 보고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바다에서 머물고 소비하며 경험하는 도시입니다.
글로벌 도시는 단일 이벤트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국제행사가 반복되고, 기억이 축적되면서 브랜드가 형성됩니다.
여수세계엑스포 이후 이 연속성이 끊겼던 것이 가장 큰 한계였습니다.

세계섬엑스포는 그 단절을 복원할 기회입니다.
단, 세계섬엑스포가 끝난 뒤에도 섬과 해양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 포럼, 문화행사가 엑스포장을 거점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여수는 '한 번 다녀간 도시'가 아니라 '계속 불리는 도시'가 됩니다.
이 모든 조건의 출발점은 결국 2012여수세계엑스포장 사후활용입니다.
엑스포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세계섬엑스포 역시 일회성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엑스포장이 해양·관광·마이스 기능을 결합한 상설 거점으로 재편된다면, 세계섬엑스포는 여수를 글로벌 해양관광도시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여수의 가능성은 이미 증명됐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행사가 아니라, 기존 엑스포 유산을 도시의 현재와 미래로 전환하는 전략입니다.
엑스포장은 과거를 기념하는 장소가 아니라, 여수가 세계로 다시 항해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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