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지저귀고 숲내음이 코 끝을 스치는 곳.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절을 오감으로 마주하는 곳.
여기에 묵직한 종이 냄새까지 더해진 전남 무안의 독립서점, 책마당을 소개합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이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뒤로는 너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농촌의 풍경이 넘실대는 이곳, 우리네 할머니댁 같지만 사실은 뭉근한 책 냄새가 풍기는 작은 서점이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저희 집 특징은 여기 양쪽에 이렇게 산이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변이 배경이 이렇게 바꿔주니까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거죠. 산을 안고 있어서 이렇게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가장 좋은 점은 여름에 우는 새가 있고 또 가을 계절마다 우는 새가 있고. 또 낮에 그런 어떻게 보면 낮에는 거의 이렇게 모든 자연이 주변들이 어떻게 보면 동쪽이잖아요. 그렇지만 밤에 이렇게 해질녘이나 밤에 있다 그러면 내가 자연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아요. 온전히 바람 소리랄지 또 새소리랄지 이런 산에 있는 그런 야생의 움직임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요. 그때 '아 내가 자연의 중심에 있구나' 하고 자연의 느낌을 온전히 내가 누릴 수 있는 그런 거죠."
책들로 빼곡한 기다란 방.
분야를 망라하는 책들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때론 눈으론 확인할 수 없는 열띤 '밀당'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가장 고민되는 게 제가 이렇게 소장하거나 이렇게 한정판 이렇게 품절된 책을 갖고 있는데 손님이 그 책을 굉장히 갖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굉장히 이렇게 힘들고 갈등하고 그러는데. 저도 이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제가 서재에서 그런 책을 이렇게 드리죠. 근데 드리고 나면 항상 후회를 해요."
무엇보다 가장 설레고 기다려지는 건 읽은 책을 추천하는 그 순간이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오신 분들한테 책을 주로 읽은 책을 중심으로 책을 많이 소개를 해드려요. 물론 나름대로 독서력이 있으신 분들은 나름대로 책을 이렇게 자기 주도적으로 책을 이렇게 선택을 하지만 뭔가 좀 책을 읽고 싶은데 뭔가 읽어야 할지 모를 때 고민될 때 그때 그분의 관심사랄지 취향이랄지 고민이랄지 뭐 거창하게 책 처방은 아니지만 그분의 마음 상태랄지 자기 뭐 그런 부분 등등 관심사랄지 그런 걸 종합적으로 들어서 제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소개를 해드리죠. 그러면 그분들은 굉장히 만족을 해요. 그리고 제가 좀 제 사심이 들어가 있는 책이, 일부 책이기도 하지만 거의 강권하다시피 읽은 책을 손님이 이렇게 내려가서 한 30분정도 1시간정도 읽고 그 느낌 후기를 말씀해줘요. '진짜 참 좋은 책이다' 라고. 그때 이제 제가 보람을 많이 느끼죠."
그렇다면 책방지기님의 설렘 충전을 위해 책 추천을 한 번 받아보자.
-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에게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고전 중에서는 이제 <달과 6펜스> 이 책이죠, 이 책. '달'은 하나의 이제 중의적인 표현인데, 달은 하나의 이상이고 '6펜스'는 이제 현실에 가까운, 그런 이제 주제를 암시하고 있는 건데요. 쉽게 말하면 <달과 6펜스>는 현실, 자기는 이렇게 현실에 이렇게 일하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마음이 가는 일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 게 충돌이 될 때 결국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는 그런 메시지가 들어있는 거죠. 어렵지 않으면서 그런 뭔가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에요."
- 책린이들에게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생산적 책읽기> 이런 책들은 굉장히 좋은 책이에요. 안상헌 씨, 이런 책들은, 이게 들어가 보잖아요. '나를 알아야 좋은 책이 보인다' '그대는 일주일에 몇 권이나 읽는가' '책 읽기는 과녁을 맞추는 활 쏘기' '좋은 책을 고르는 비법' '생산적 책 읽기는 쉬운 책을 소화시키는 것' '천천히 빨리 읽기' 이렇게 여러 가지 이게 앞에 보면 이렇게 목차를 보면 이렇게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게 많아요. 그러니까요. 책은 나쁜 책은 없습니다. (그렇죠) 좋은 책하고 덜 좋은 책이 있을 뿐이지. (다 좋은 책이죠) 다 그래요. 그럼요. 절대 나쁜 책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책방지기님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책은 무엇일까.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지금 다시 읽고 있는 책인데, <인간의 굴레>라는 책이에요. 제가 이제 인생을 살아오고 하다 보니까. 저도 이제 경찰만 32년 정도 가까이 근무를 하다가 퇴직을 하고 60을, 50대 후반이 되다 보니까 인생의 내 삶의 목표, 삶의 목적, 내가 왜 살아 가는가 그런 가치를 많이. 워낙 이제 숨 가쁘게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오다 보니까 한 번쯤은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내가 이 인생 후반을 어떻게 살아가는데 내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어요. 하루하루 숨 가쁘게 일정에 빠른 시간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그걸 내가 망각하고 그냥 이렇게 떠밀리듯이 이렇게 일상을 살아왔는데. 이제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다시 한 번 내 삶의 가치랄지, 방향성이랄지, 인생에 살아가는 내 목표랄지 이런 걸 다시 한 번 제가 생각해보고 싶어서 이 책을 다시 잡았던 거죠."
이쯤 되니 책 읽기 꿀팁도 궁금하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책을 읽을 때 내가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짧게 짧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다음에 시집 이런 책들을 이렇게 놓고 그때그때 취사 선택해서 읽는 게 가장 좋죠. 자기 전에 머리맡에 조그맣게 이렇게 놔두는 거. 저도 이제 제 침실이지만 거기도 이렇게 책이 이렇게 많이 쌓여있죠. 그렇게 산문 같은 경우는 아니다 싶으면 그대로 그냥 눌러놔도 됩니다. 책 표시만 해놓고, 이렇게 책을 쌓아놔요."
기다란 방에서 나와 숲내음을 맡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마주한 또 다른 공간.
이곳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이제 이곳은 독서 모임하는 공간입니다. 독서, 이렇게 한 4명 정도 이상이 되면 이 공간을 이렇게 독점을 해서 다른 손님 안 오게 해서 여기서 조용하게 책도 보고, 독서 관련 토론도 하고, 이렇게 소모임하는 그런 공간이고요. 필사도 하고요. 이렇게 필사도 하고, 손님들 와서 필사도 하는 코너도 있고."
책방지기님은 필사 전문가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등 여러 책을 필사했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제 정신건강에 좋죠. 하루에 보통 30분 내지 1시간 넘어서 하기가 힘들어요. 한 땀 한 땀 글자 하나 하나를 쓰려면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내가 내 이런저런 근심 걱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죠. 필사를 할 때는 먼저 그냥 처음부터 책을 읽어보지 않고 바로 필사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 책을 완전히 정독하고 속독을 하고 정독을 하고 그 책을 완전히 어느 정도 의미랄지 느낌을 알았을 때 한 땀 한 땀 이렇게 해서 올라가야지, 처음부터 '필사하면 좋다더라' 그래서 책을 바로 하면 그건 하나의 단순한 '베껴 쓰기' 밖에 되지 않아요."
정원 한 편에는 책마당을 찾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 앉아있다 보면, 계절의 변화가 오감으로 전해진다.
그 속에서 손에 쥐어진 활자에 중독되기도, 때론 시간에 스스로를 던져놓기도 한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여기 배경이 뒤에가 단풍나무하고 오른쪽에는 이제 5월달에 백합이죠, 하얀 백합이 이제 같이 어우러지면 상당히 지금 보더라도 색깔 자체가 자연색이기 때문에 좀 마음이 맑아지고 싱그러워지죠."
이 공간에서 책을 읽기도, 그러다 글을 쓰기도, 때론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책방지기님에게 인상 깊게 기록된 글귀도 있다는데.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아, 이 글이 상당히 저한테 와 닿더라고요. 이 분이 제가 알기로는 지금 목포대학교 대학생인데요.
'두고두고 와야지, 이 마음을 먹고 오는 데 3년이 흘렀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카페와 인산인해를 이뤄 북적거리며 한 장소에서 사람과 시간만 달리하여 울리는 셔터 소리가 아닌 찰랑찰랑 소리 내며 바스락거리며. 풀벌레울음, 아무도 없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듯한 이곳이 위로가 된다. 다시 찾겠지, 다시 오겠지, 또 추억할 테지. 외롭게 간다. 채우러 오겠다.'"
채우러 오는 공간이자 비우러 오는 공간인 이곳.
어느덧 60을 바라보는 책방지기님은 때론 멘토가 된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이렇게 '사장님,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먼저 다가온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러면 그 젊은 친구들이 하는 말은. 그러면 이런저런 고민이랄지 인생 뭐 이런 거 저런 거 그들만의 젊은 친구들만의 그런 여러 가지 고민들이랄지 이런 것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저희들이 아무래도 인생 경험도 있고 하니까,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면 2시간 3시간이 순삭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럴 때 이제 저 같은 경우는 책방의 기능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렇게 제가 생각했던 그런 역할을 하는 동네 책방을 이제 보람으로 느끼죠. 알다시피 우리는 자연 속에 있잖아요. 자연과 풍경을 공유하고 저는 또 음악을 좋아하고, '책과 음악으로 인생을 소통한다' 이게 원래 책마당 할 때 제가 생각했던 그런 방향성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딱 저하고 맞는 컨셉이죠."
조금만 걸음을 옮기다 보면,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추수를 앞둔 계절엔 황금 들녘을,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절 봄에는 이른바 '논멍'을, 그리고 여름엔 새빨간 장미꽃들이 이곳을 물들인다.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여기서 이렇게 조용히 있으면 나름대로 그림이 좀 그냥, 이렇게 혼자 있으면 잠시 그런 세상 시름이랄지 그런 걸 잊고 온전히 내 자신한테 좀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나만의 시간 그리고 여기는 또 다른 외부 시선으로부터 이렇게 좀 자유롭다 보니까 온전히 그냥 편하게 이렇게 이 시간을 누릴 수 있죠. 자연 가까이에서. 잠시 그냥 멍 때려도 되고요. 아니면 책 가져와서 책도 봐도 되고. 이럴 때 뭐랄까. 또 시 한편 이렇게 보다보면 좋죠."
'책마당'은 책을 판매하는 독립서점인 동시에, 책 안팎의 세상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온통 네모로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 형식을 모르고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하늘과 땅의 모양을 눈으로 소리로 그리고 냄새로, 체감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필로그
▶ 인터뷰 : 김대진 / 독립서점 '책마당' 지기
"그냥 이렇게 자연의 작은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만 누릴 수 있는 우리 그 뭐랄까. 왕국이죠."
독립서점 '책마당'의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기획·촬영·편집 : 전준상 / 취재·내레이션 : 정의진 / 제작 : KBC디지털뉴스팀)
유튜브에서 [핑거이슈]를 검색하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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