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동안 소록도 한센인을 돌보다 지난달 29일 고국에서 선종한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장례식이 7일(현지시각) 고향 오스트리아 티롤주(州) 인스부르크에서 엄수됐습니다.
이날 오후 인스부르크 회팅 교구의 성당에선 마가렛 간호사의 유족과 지인 등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 미사가 거행됐습니다.
성당의 제대 앞에는 옅은 미소를 띤 마가렛 간호사의 영정이 흰 촛불과 함께 세워졌으며, 영정 앞에는 지인들과 함상욱 주오스트리아 대사, 공영민 고흥군수 등이 바치는 조화가 세워졌습니다.
소록도에서 마가렛 간호사와 함께 한센인을 보살폈던 마리안느 스퇴거(89) 간호사는 유족들과 함께 앞줄에 앉았고, 마가렛 간호사의 동생으로 의사 출신인 노베르트 피사렉씨가 유족 대표로 미사 시작을 알렸습니다.
피사렉 씨는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부터 전남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인을 돌보며 봉사한 누나 마가렛 간호사의 삶을 소개했습니다.
고국에 돌아온 마가렛 간호사가 건강이 악화하는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할 때는 좌중에 웃음이 번지기도 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를 대표해 나온 함 대사가 추도사를 건넸습니다.
함 대사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약 40년간 봉사하시고 헌신하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인의 숭고한 인류애와 희생정신은 많은 한국인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 대사는 "일생을 바쳐 봉사의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끝까지 본인을 낮췄던 간호사님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조전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관계자도 "가장 낮은 모습으로 헌신한 마가렛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국민 모두의 마음을 모아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는 공영민 고흥군수의 조전을 대독하고 "당신이 보여준 사랑에 사단법인 임직원 모두가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성찬 전례가 끝난 뒤에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구성원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서 노래를 바쳤습니다.
마가렛 간호사가 평소에 자주 불렀던 한국어 성가인 '사랑의 송가'를 합창했고, 한복을 입은 사단법인 직원 자녀들은 민요 '모두다 꽃이야'를 불렀습니다.
고인의 조카 클라우스 피사렉씨는 장례 미사를 찾아와 마음을 나눠준 한국인들에게 유족을 대표해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장례 미사에 고인의 주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세상을 떠난 뒤에도 본인의 몸이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란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이 인스부르크 의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이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베풀고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모인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습니다.
장례 미사가 신부의 마침 예식으로 마무리된 후에도 유족과 조문객들은 한동안 떠나지 않고 영정 주변에서 서로 손을 잡고 감사와 위로를 건넸습니다.
마가렛 간호사는 1966년부터 39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다 2005년 오스트리아로 귀국했습니다.
경증 치매를 앓으며 요양원에서 생활한 마가렛은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지난달 29일 선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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