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마운드에 올라 던지는 한구 한구에 이야기가 담겨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모자에 의미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공을 던지는 건데요.
2017 한국시리즈 mvp, 양현종 선수의 이야깁니다.
#1
지난 한국시리즈 2차전 완봉승을 이끌었던 좌완 에이스 양현종.
양현종의 모자 안쪽에 유난히 눈에 띄는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LIMA TIME이라는 글자인데요.
#2
이 글자에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호세 리마를 기억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89승을 올리며 활약했던 호세 리마는 여러 가지 문제로 난항을 겪으며 2008년 기아타이거즈에 입단하게 되는데요.
#3
특유의 친화력으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었던 호세 리마는 당시 2년 차 풋내기였던 양현종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사람이었습니다.
#4
하지만 계속되는 부진으로 시즌 중반 팀을 나가게 되고, 이후 독립리그에서 야구 생활을 하다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요.
#5
2010년 6월 2일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은 기억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호세 리마의 이름을 꺼냈고, 그 이후 양현종의 모자엔 호세 리마를 상징하는 글자가 새겨지게 됐습니다.
#6
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팬과 선수의 교감이 아닐까요.
리마 글자 옆에 자리한 CCR이라는 이니셜엔 양현종의 팬 사랑이 느껴집니다.
#7
7년 전 혈액암을 앓고 있던 여성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양현종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팬이 입원해 있는 일산으로 향했는데요.
#8
양현종보다 한살이 많은 여성팬을 누나라고 부르며 20승을 할 때 경기장으로 초대하겠다고 약속하게 됩니다.
#9
하지만 여성팬은 열흘 뒤 양현종이 선물한 싸인볼을 손에 쥐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요.
그날 이후 양현종은 호세 리마의 이름 옆에 혈액암을 앓았던 여성팬의 이니셜인 CCR을 새기고 올라가게 됩니다.
#10
이 밖에도 양현종의 모자에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두환 선수의 'DH'와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기아 김동재 코치를 뜻하는 'DJ'가 새겨져있는데요.
#11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양현종의 투구.
야구는 인생이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의 인생과 이야기를 업고 던지는 양현종의 활약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카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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