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오늘 기자수첩은 10%나 되는 높은 할인율을 이용해 차익을 챙기는 온누리 상품권 깡 현상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지난주 보도한 뉴스부터 살펴보시죠.
R)온누리 상품권 깡...정부지원 헛돌아
Q1. 온누리 상품권 실태를 취재한 신민지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온누리 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만 쓰이는 상품권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상품권으로 깡을 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네, 평소 5%였던 온누리 상품권의 할인율이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10%로 두 배나 오르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정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매년 특정 기간 동안 상품권 할인율을 10%로 조정해 판매해 왔는데요.
명절이 낀 이번 달에는 특별히 2주 동안 10% 할인 판매하고, 한 사람당 구입 금액을 50만 원까지 확대하는 등 혜택을 대폭 늘렸습니다.
정리하자면 최대 45만 원으로 5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살 수 있습니다.
이후 온누리 가맹 사업자들이 상품권을 모아 은행에 가져오면 액면가 그대로 환전해 주는데, 이 과정에서 차액 10%가 고스란히 남는다는 걸 악용한 겁니다.
Q2. 10%의 차액이라면 굉장히 높은 수익인데, 실제로 혹한 사람들이 꽤 많았겠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각 은행 점포마다 이른 아침부터 온누리 상품권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뤄서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물론 명절을 앞두고 시장에서 제수용품을 장만하기 위해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더니 상품권 봉투를 수거해가는 수상쩍은 장면이 여기저기에서 목격됐습니다.
심지어 차량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상품권 깡에 나선 정황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제가 만난 한 아주머니는 상품권을 사다 달라는 한 업체의 부탁을 받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머릿수를 늘릴수록 차액은 곱절이 된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선 상품권 판매 이틀 만에 품절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Q3.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왜 매년 끊이지 않고 반복해서 나타나는 걸까요?
-네 취재를 하고 보니 온누리 상품권의 환전 절차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온누리 가맹점 사업자 등록증만 있다면 누구나 수수료 납부 없이 환전할 수 있었습니다.
환전 금액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몇몇 경우만 집중 단속하기 때문에, 꼼수를 부릴 여지는 충분합니다.
게다가 매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현금영수증 처리도 잘 안 돼, 물품거래 없이 돈만 바꿔가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부정사용으로 적발된 사례만 3천2백여 건이지만, 담당 부처는 상인들의 양심에 맡긴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하지만 적발된 3천2백여 건 중 실제 가맹점 취소나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130여 건에 불과해, 처벌까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품권 깡을 뿌리뽑으려면 정부의 처벌 의지가 제일 중요한데, 근절은커녕 명목상 단속이란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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