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사건의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촉발된 여순사건.
당시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던 민간인 희생자 3명이 올해 초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하기도 했는데요.
대전형무소에 끌려가 억울하게 총살당한 또 다른 희생자 25명의 유족들이 두 번째 여순사건 재심을 청구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상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72년 전 23살이던 형이 아무 죄도 없이 경찰에 끌려가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는 김운택 씨.
형은 '빨갱이'를 도왔단 이유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됐고, 군사재판에서 20년 형을 선고받은 뒤 무참하게 총살당했습니다.
형에 대한 기록이라고는 사진 한 장 없이 당시 군사 재판이 전부인 상황.
김운택 씨는 어렵게 얻은 자료를 정리해 형에 대한 재심을 지난 2월 청구했습니다.
김 씨의 형처럼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산내 골령골에서 총살당한 24명의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들도 재심 청구에 동참했습니다.
▶ 인터뷰 : 김운택 / 재심 청구 유족
- "너무나 억울하지 않느냐. 죄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죄를 씌워서 무기징역을 내렸다는 것은 군사재판의 잘못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
기록이 있어 재심이라도 청구할 수 있는 여순사건 유족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아버지가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돌아가셨지만 재판 기록이 없어 재심 청구조차 못하는 김홍기 씨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재판 기록이 없어 재심을 청구하지 못하는 여순사건 유족은 대전산내유족회 전남지회에만 20명이 넘습니다.
▶ 인터뷰 : 김홍기 / 희생자 유족
- "국가에서 어떠한 상황이 돼서 처형했는지 우리도 모르지 않느냐. 정부에서 그걸 만들어놔야 될 것 아닙니까. 그 기록을 없앤 건 정부의 잘못이지, 우리가 어떻게 뭐라고 답변하겠습니까. "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현재 여순사건 두 번째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재심이 열려 무고하게 희생된 가족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kbc 이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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