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지하철을 탔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휴대폰 때문에 당황한 적 있으신가요?
잠금 비번도 걸어놔 타인이 사용할 수도 없는 휴대폰,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분실한 휴대폰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취객의 휴대전화를 훔쳐 팔아넘기고 이를 사들여 중국, 필리핀으로 빼돌린 절도범과 장물업자 등 13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이들 중 8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절도범이 취객의 휴대전화를 집중적으로 훔쳐 장물운반자에게 넘기면 장물업자 등을 거쳐 해외로 신속히 밀반출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절도범들이 밤에 훔친 휴대전화를 새벽에 장물운반자를 통해 바로 장물업자에게 던져놓으면 장물업자는 또 장물알선자에게 당일 저녁에 물건을 보내는 식입니다.
이렇게 훔친 휴대전화가 4∼5단계를 거쳐 해외로 가는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했습니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피해자는 51명으로, 대부분 지하철 승강장 등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휴대전화를 손에 들거나 옆에 뒀다가 절도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당 중에는 70대 여성 장물업자 A씨가 끼어 있었습니다.
이미 장물 관련 전과가 여럿인 A씨가 올해 3월부터 지난 16일까지 남긴 이익은 1,860만 원이었습니다.
경찰은 기기 한 대당 15∼20%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물 알선자 B씨는 A씨에게 도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C씨에게 넘기면서 780만 원을 챙겼습니다.
C씨는 이를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에 빼돌리거나 직접 필리핀으로 건너가는 방식으로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C씨는 휴대전화를 팔아 약 1억 80만 원을 40차례에 걸쳐 B씨에게 계좌로 송금했고, B씨는 다시 A씨에게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훔치다 덜미가 잡힌 김씨를 조사하다가 장물업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 A씨 등 13명을 적발했고 현금 469만 원과 휴대전화 18대, 장부 등을 압수했습니다.
일당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새벽 시간대 서울, 수원 등지의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나 주거지에서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증거인멸을 위해 텔레그램으로 운반책에게 연락하고 창고에 장물을 던지는 수법을 썼습니다.
C씨와 연계된 해외 장물 조직은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공기계로 만들기 위해 '애플 고객센터'를 사칭하는 '피싱'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분실한 피해자가 같은 번호로 다른 휴대전화를 구해서 쓴다는 점에 착안, '분실한 휴대전화에 다른 사람이 접속해 연락처가 동기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해외 장물 조직이 이렇게 잠금이 풀린 공기계를 재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로 절도범, 장물범에 대해 끝까지 추적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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