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려오는 현악기 연주 소리.
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에 한 주간의 피로도 씻겨내려가는 듯 합니다.
이 아름다운 음악이 '쓰레기'에서 나오는 소리라면 믿기시겠어요?
정확히는 쓰레기로 만든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인데요.
버려진 쓰레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악기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 핑거이슈가 한번 찾아가 보았습니다.
△핑거이슈(이하 핑): 안녕하세요.
▲이승규 작곡가(크리에이티브 아트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에이티브 아트 대표를 맡고 있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이승규라고 합니다. 업사이클 현악기를 직접 만들고, 그와 관련된 공연을 하고, 많은 분에게 보여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했던 시기
이승규 작곡가는 늘어나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보며 ‘기후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으로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생각 끝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바로 쓰레기로 악기를 만드는 것.
업사이클로 선택한 첫 번째 악기는 '첼로'였습니다.
△핑: 첼로는 어떤 물건으로 만들었나요?
▲이승규 작곡가: (첼로 몸통은) 스테인리스 농약 분무기통을 썼고요. 고물상에 다 주워왔습니다. 그래서 재밌는 것은 자세히 보면 콰르테 (첼로) 4대가 있는데 다 메이커가 다릅니다.
△핑: 농약 분무기통을 선택한 이유는요?
▲이승규 작곡가: 첼로 같은 경우는 저 혼자 하지 않았고요. 사실 만들고 싶었는데 제가 이런 업사이클이나 정크 미술 관련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먼저 주홍 작가님하고 고근호 작가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분들께서 먼저 몇 가지 폐품들을 주워 오셨습니다. 근데 제가 봤을 때 첼로와 사이즈가 비슷한 것들이 바로 농약 분무기통이었고..
몸통은 분무기 통을 이용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버려진 쓰레기에서 발췌해 만든 업사이클 첼로!
하지만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어려웠다고 합니다.
△핑: 농약통 첼로를 받고 당황하진 않으셨나요?
▲김성복 첼리스트: 저한테 이 드럼통(농약 분무기통 첼로) 하나를 주시면서 직접 조립을 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엔 진짜 소리가 처참했어요. 이걸로 내가 연주를 해야 한다니.. 그런 생각들 때문에 막막했었는데, 이 브릿지의 각도도 옮겨보고 줄도 갈아보고 그 시간을 거치다 보니까 그래도 지금은 이 악기만의 색깔이 나타나는 정도로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두 번째 악기는 바로 ‘바이올린’입니다.
바이올린 연주는 핑거이슈를 통해 최초로 공개하시는 거라고 하네요!
현재 바이올린의 완성도는 90%!
마지막 보완 작업만이 남았다고 합니다.
바이올린은 특히 예쁜 색감을 자랑해 눈길을 끄는데요.
바이올린의 소재는 바로 '레고 블록' 이라고 합니다.
△핑: 바이올린은 어떤 걸로 만드셨나요?
▲이승규 작곡가: 이 플라스틱 같은 경우는 버려진 레고 같은 abs플라스틱을 업체에서 수거를 해서 그다음에 색깔별로 분해를 하고 가루로 만들어서, 큰 아주 기계가 있습니다. 그걸 뜨겁게 녹여서 판재로 만들고, 그 판재를 제가 구입을 해서 2차 가공을 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의 바이올린이 만들어진 겁니다.
△핑: 레고로 만든 바이올린,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수산 바이올리니스트: 환경적인 부분을 우리가 생각할 수 있고 환경 그런 개선에 좀 더 동참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크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장점이고 큰 강점이기도 하고요. 요즘에 핸드폰 케이스 하나도 굉장히 수천, 수만 가지의 디자인이 있는 것처럼 바이올린도 나의 개성 있는 색깔에 맞춰서 고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느껴졌어요.
1mm의 차이가 소리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악기.
다른 악기들보다 까다롭고 어려운 ‘현악기’ 업사이클링에 도전하는 이유는 누구도 하지 않았기에 가장 큰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버려진 쓰레기가 악기로 재탄생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하모니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핑: 악기 연주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승규 작곡가: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쓰레기에 대한 정의와 철학입니다. 물질의 쓰레기라는 것과 마음의 쓰레기인데, 물질의 쓰레기는 결론적으로 기후 환경, 기후 위기를 말하고요. 인간의 마음의 쓰레기는 하나의 정신병을 만들죠. 저는 이 마음과 물질에 대한 개연성과 연관성을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업사이클 악기를 “신기하다, 재밌다” 이렇게 바라보기보다 이 업사이클 악기를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런 단계까지 사실 하고 싶고요.
수백 년간 쌓아왔던 클래식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신선한 프로젝트.
이제는 ‘업사이클 뮤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시민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합니다.
△핑: 앞으로 공연 예정은?
▲이승규 작곡가: 일단은 10월 말에 서울의 용산구에 있는 용산 아트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고요. 그리고 아까 보셨던 그 바이올린을 총 15대를 더 만듭니다. 현악 오케스트라, 챔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서 (광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11월 달에 연주할 예정이고, 그 외에도 다양하게 저희를 찾아주시고 불러주신 곳이 있어서 계속 공연과 함께 소통하려고 합니다.
△핑: 마지막으로 이 악기.. 판다면 얼마에 파실 생각이세요?(웃음)
▲이승규 작곡가: 너무 까다로워요. 진짜 너무 까다로운 악기예요. 그러니까 돈을 뭐 한 1억 주면 팔죠. 그러니까 준다고 하는 사람 없으니까 안 파는 겁니다.(웃음)
낡은 농약통과 레고 블럭이 만들어낸 매력 넘치는 소리들.
'쓸모없어진 것들'이 창조해 낸 아름다운 음악에 흠뻑 빠져 보시죠.
<핑거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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