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따라 건립된 누정(樓亭) 시로 노래
시적 감성 통해 지역 정체성 재해석 '눈길'
평론가 "시가 애잔하면서도 의연하다"
시적 감성 통해 지역 정체성 재해석 '눈길'
평론가 "시가 애잔하면서도 의연하다"
2014년 문단에 나온 임경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문학들刊)을 펴냈습니다.
이번 시집에는 저자의 고향인 전남 나주의 곳곳이 등장하는데, 시를 통해 특별한 장소의 면면을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특히 영산강을 따라 건립된 누정(樓亭)을 노래한 시들이 눈길을 끕니다.
조선시대에 누정은 은거의 장소이자 강학과 학문연구, 교유의 공간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고충을 극복하려는 소통의 공간이자 담론의 장이었습니다.
시인은 날로 쇠퇴하고 있는 누정의 흔적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여
햇살로 추억을 데우는가
마르지 않는 강물이여
술잔에 깃든 달빛이 그리워서 찾아드는가
조각배 드나들던
안개 낀 사암나루 옛터는 묘연한데
정자는 고색의 바위울 사이에 건재하구나
- 장춘정(藏春亭)에 머문다 中
장춘정은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에 있는 정자입니다.
류충정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낙향하여 1561년에 건립하였습니다.
항상 봄을 간직하는 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장춘정입니다.
이처럼 이번 시집은 장춘정, 영모정, 창랑정, 벽류정 등 유서 깊은 누정과 더불어 영산도, 지심도, 농산마을, 석개등길 등 지역의 특별한 장소를 시를 통해 개성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돋보입니다.
아득한 옛사람은 바닷새 따라 전설처럼 떠났고
바윗돌에 새겨 놓은 짙은 그리움이
암각화처럼 남아 갯바위로 모여든다
- 영산도 사람들 中
이번 시집은 언어유희나 과도한 기교를 경계하면서 시인의 고향 사랑의 마음을 시 안에 햇살처럼 그득하게 펼쳐놓았습니다.
이 시집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동하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임경렬 시인에게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고 순환적이다. 삶이 단순히 처음과 끝, 탄생과 죽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스며 있는 그의 시들은 애잔하면서도 의연하다"고 소개했습니다.
나주 회진에서 태어난 임경렬 시인은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 호남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2014년 『발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쓸쓸한 파수』,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이 있습니다. 나주문화원 원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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